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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내모는 중고차 피해 늘어나는데...중소벤처기업부, 시장개방 1년 넘도록 방치

  • 기사입력 2021.05.12 13:46
  • 최종수정 2021.05.12 16:57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중고차 사기 판매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60대 가장을 죽음으로 내 몬 중고차 매매사기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인터넷 중고차 매물 사이트에 허위로 중고차 미끼 매물을 올려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낡은 중고차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강매하는 수법으로 4개월간 6억 원 상당을 가로챈 일당 26명이 검거됐다.

이 사건으로 200만 원짜리 1톤 트럭을 무려 700만 원에 사는 부당한 계약을 강제로 체결한 60대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중고차를 시세보다 싸다고 광고해 이를 보고 찾아온 소비자에게 “이미 팔렸다. 물건이 다른 매장에 있다. 문제가 있어 추가 비용이 들어가게 됐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결국 훨씬 비싼 차를 사게 하는 중고차 사기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중고차 사기 피해는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줄잡아 연간 1만 건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고차 사기는 중고차업체 난립과 관리가 전무한 시스템상의 문제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과거 각 지역별 자동차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한 한정 면허제하에서는 이런 중고차 사기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으나 1996년 등록제로 전환된 이후 매매사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최근 인터넷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등록제 전환 이전에는 1,800여 개 정도였던 중고차 매매사업자는 등록제 전환 이후 3200여개 이상으로 늘었다.

게다가 2018년 자동차 전시공간이나 사무실을 갖추지 않아도 영업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자동차 매매정보제공업이 신설되면서 지금은 파악조차 힘들 정도로 급증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매물 정보를 미리 파악하는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되면서 중고차 사기 피해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같은 악습을 막기 위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중소 매매업체 보호를 이유로 중고차 매매업을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사업 진출을 봉쇄했다.

지난 2019년 2월 지정 기간 만료로 국산차업체들은 중고차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혀왔고, 주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미적거리고 사이에 중고차 업체들의 허위 미끼 매물과 침수차, 사고차 매물 거래와 주행거리 조작, 바가지 가격 등으로 소비자 피해만 늘어가고 있다.

특히, 중고차 허위 매물뿐만 아니라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 피해는 금융사에 보상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중고차 매매시장의 불투명성과 자동차 담보대출의 취약성을 악용한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 기승을 부리면서 해당 유형과 유의사항을 고지했다.

중고차 대출 금융 사기 주요 수법은 렌트카 사업의 수익금 또는 중고차 수출의 이익금을 제공하겠다며 명의 대여와 차량 인도를 요구하거나 저리의 대환대출이나 취업 또는 현금융통이 가능하다며 중고차 대출계약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중고차 대출 명의를 대여해 달라는 제안은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면서 "금융사와 중고차 대출 계약을 진행할 경우 본인 명의로 체결된 모든 대출계약의 원리금 상환의무는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차 관련 사기가 만연하고 피해가 늘어나자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고차 사기가 만연하는 것은 기존 매매업체들만 중고차 매매업을 할 수 있는 폐쇄적인 시장구조 때문으로, 중고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 소비자의 선택권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6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지난 달 후진적인 중고차 시장의 거래 관행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범시민 온라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온라인 서명 운동은 시작 한 지 28일 만인 지난 9일, 참여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포함하는 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는데도 정부가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중고차는 시스템화가 잘 돼 있어 이같은 중고차 사기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국산차 업체들의 인증중고차 참여 허용이 중고차 사기 피해를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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