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저우=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BYD는 국내에 아직 아토 3, 씰, 씨라이언 7 정도만 들여오고 있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보다 다양한 왕조·해양 시리즈를 비롯해 팡청바오, 덴자, 양왕 등 서브 브랜드까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풀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는 이러한 차량들의 성능과 기술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바로 BYD의 전지형 서킷이다.
지난 8월 개장한 이곳은 중국 최초의 전지형 주행 서킷으로, 일반적인 서킷 주행뿐만 아니라 모래 언덕과 수상 부유, 오프로드, 모의 빙판길 등 8개의 주행 구역을 모아놓은, 말 그대로 ‘극한 환경 종합 패키지’다.

실내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실내 전시장 한가운데 서 있던 양왕 U9이었다. 춤추는 전기차로 잘 알려진 모델답게 BYD가 자체 개발한 DiSus-X 지능형 차체 제어 시스템을 활용해 차체가 음악 리듬에 맞춰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네 바퀴를 개별적으로 제어해 차체를 최대 75mm까지 들어 올리는 이 시스템은 험로에서의 안정성뿐 아니라 초고속 주행에서의 자세 제어 능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본격적인 주행은 메인 서킷에서 시작됐다. 트랙에 오른 양왕 U9은 스펙 그대로의 가속력을 드러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앞·뒤 차축에 배치된 네 개 전기모터가 발휘하는 합산 960kW의 출력이 차체를 순식간에 앞으로 튕겨냈다.
계기판의 숫자는 순식간에 세 자릿수에 도달했고, 액티브 서스펜션과 시트 측면 지지대가 코너에서 몸을 단단히 잡아줘 고속에서도 긴장감보다는 안정감이 먼저 느껴졌다.

서킷의 속도감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기네스 세계 기록을 보유한 모래 경사로 구역이다. 내몽골 사막에서 가져온 모래 6,200톤을 채워 만든 이 코스는 총 길이 90m, 최대 경사도 28도, 수직 낙차 29.6m에 달한다. 언덕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어떤 오프로더가 이런 곳을 오를 수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의 각도다.
이 구간에서는 2.0리 터보 엔진과 e4 시스템을 결합해 1,197마력을 내는 PHEV SUV, 양왕 U8이 투입됐다. 차량은 깊게 파이는 모래 위에서도 바퀴가 헛도는 기색 없이 수 초 만에 정상에 도달했고, 내려올 때도 회생제동과 구동 제어가 개입해 급경사에서도 속도가 자연스럽게 조절돼 평범한 경사로를 주행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수상 부유 구역은 체험장 전체에서 가장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최대 수심 1.8m, 길이 70m 규모의 수조로 설계된 이 공간은 양왕 U8 전용 비상 플로팅 모드를 검증하는 무대다.
차량이 물속으로 천천히 진입하자 곧 차체 절반이 물에 잠겼고, 바닥과 바퀴가 완전히 떨어진 지점에서 차는 배처럼 떠올랐다. 이후 시속 3km 안팎의 속도로 전진과 회전이 가능했고, 체험을 마치고 나와 실내를 확인했을 때 매트와 시트는 젖은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BYD는 10년 이상 연구개발과 100대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 완성한 기술이라며, 홍수·침수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탑승자의 탈출 시간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탈출을 위한 기능인 만큼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다면 서비스센터 방문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능형 주차 구역에서는 덴자 Z9 GT 등 프리미엄 모델들이 스스로 주차를 수행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특히 뒷바퀴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 차체를 ‘비집고’ 넣는 독특한 방식은 주차 공간이 적은 국내에서도 유용해 보였다.
중국 현지 기준으로 스마트 주차 기능 사용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운전자가 아닌 BYD가 진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자율 기능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 인식까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의 빙판길 체험 구역은 ESC(전자식 차체자세제어장치)의 존재 이유를 몸으로 느끼게 해 줬다. 총 길이 70m의 저마찰로와 가속 구간으로 구성된 이 코스는 차량이 진입하는 순간 움직이는 흡착판으로 후륜을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려 빙판 혹은 블랙아이스 상황을 재현한다.
씰 6 DM-i로 ESC를 끈 상태에서 40km/h로 진입했을 때는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스티어링 입력이 제대로 먹지 않는, 말 그대로 통제 불능에 가까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반면, ESC가 켜진 상태에서는 미끄러짐 자체는 남아 있었지만 차체가 자세를 회복하는 타이밍이 훨씬 빨랐고, 운전자가 스티어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서킷 한편에는 슬라럼과 급가속·급제동, 연속 코너를 묶어놓은 짐카나 코스도 마련돼 있었다. 같은 씰 6 DM-i를 타고 이 코스를 돌며 전동 파워트레인의 응답성과 하이브리드 세단의 밸런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른 차체 롤 제어와 회생제동과 마찰 브레이크 간 이질감을 줄이려는 세팅은, 단순히 효율 위주의 친환경차가 아니라 주행 감각을 의식한 세단을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오프로드 구역은 팡청바오 바오 5의 무대였다. 27개 시나리오로 구성된 코스는 자갈, 바위, 크로스액슬, 급경사 등 전통적인 오프로드 요소를 전기·하이브리드 SUV에 그대로 대입해 보는 구조다.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에는 실시간 경사각이 표시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차체 자세를 수치로 인지할 수 있었다. 전용 오프로드 모드를 활성화하자 최대 약 42도 경사로도 가속 페달 조작 없이 5km/h 안팎의 속도로 천천히 올라갔고, 내려올 때는 자동으로 속도를 제어해 전통 오프로더에 버금가는 안정감을 보여줬다.
정저우 BYD 전지형 서킷은 단순한 브랜드 체험관을 넘어 '전기차는 도심용'이라는 인식을 정면으로 비트는 공간이다. 전기 슈퍼카 U9, 수상 부유와 모래 언덕을 오가는 양왕 U8, 짐카나와 빙판길을 책임지는 씰 6, 험로를 파고드는 팡청바오 SUV까지 각 코스마다 주인공이 명확하게 배치돼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