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선전·정저우=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중국 BYD는 지난 1994년 배터리 회사로 설립된 이후 전동화 시대의 전환을 누구보다 빠르게 읽어냈고, 2022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며 글로벌 전기차 전환 속도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이어 2024년에는 427만 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며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BYD는 이러한 독자적 기술 체계를 중국 선전 본사 내에 위치한 홍보관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왕조·해양 시리즈는 물론 양왕, 덴자, 팡청바오 등 각 브랜드별 디자인 방향과 전기 플랫폼 구성뿐만 아니라 전자, 재생 에너지, 철도운송 등 BYD가 30여년간 이끌어온 모든 핵심 기술을 정제된 형태로 엿볼 수 있다.

직접 방문한 본사 홍보관의 입구 초입에는 오랜 기간 축적한 4만개 이상의 특허 중 일부로 가득 찬 벽면의 중앙에 ‘기술이 왕이며, 혁신이 기본(技术为王,创新为本)’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 문장은 BYD의 기술 철학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문구였다.
총 2층 규모의 공간에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수히 많은 기술들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배터리 안전성을 소개하는 실험 구역이었다. 이 공간에서는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못 관통 테스트를 현장에서 재현하는 시연이 준비돼 있었다.

굵은 금속 못이 고전압 배터리 셀 중앙을 그대로 관통했음에도 열폭주나 연소, 연기조차 일으키지 않은 반면, 비교 시연된 NCM 배터리는 관통 즉시 화염이 치솟으며 폭발적 열반응을 일으켜 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의 구조적 안정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시연 과정에서는 블레이드 배터리가 LFP 특유의 열 안정성과 길고 평평한 적층 구조를 바탕으로 내부 단락을 최소화하고 열을 분산시켜 과열 가능성을 차단하는 원리가 함께 설명됐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이 극한 테스트에서도 폭발이나 발화 없이 견딜 수 있는 이유라는 점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전기차 전용 e-플랫폼 3.0, 5세대까지 진화를 거듭해온 BYD의 하이브리드 기술 DM 등 수준 높은 전동화 기술부터 친환경 교통 수단인 스카이셔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미니어처까지 곳곳에서 '지구의 온도를 1도 낮춘다'는 BYD의 기업 철학이 녹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처럼 본사 홍보관은 BYD의 기술 기반을 압축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협력사나 파트너사 등 제한된 그룹만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도 이 같은 기술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는데, 바로 정저우에 위치한 BYD 디스페이스(Di Space)다.

디스페이스는 지난 2024년 10월 약 2억 위안(약 411억 원)을 들여 개관한 BYD의 첫 친환경차 과학관이자 브랜드·기술·디자인·교육을 결합한 몰입형 전시관으로,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친환경 기술의 가능성을 보다 생생하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여기는 총 4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먼저 1층은 인류 에너지 사용의 변화, 신재생 에너지의 부상, 교통수단의 전동화 흐름 등을 스토리 기반으로 정리해 BYD가 지난 2022년 왜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구조였다.

다음으로 2층은 BYD의 디자인과 공학이 결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인정신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형태·색채·실내 디자인, 그리고 차체 개발과 생산 공정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BYD 차량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3층은 BYD 혁신 기술의 핵심을 총망라하는 공간이었다. 블레이드 배터리부터 CTB(Cell-to-Body), 8-in-1 전기 파워트레인, DM 하이브리드 기술, ADAS 기술인 디파일럿(DiPilot), 그리고 양왕 브랜드의 e4 플랫폼까지 BYD 기술 체계를 다섯 개의 테마로 분류해 정리하고 있었다.
이 층은 본사에서 본 기술 기반이 대중 친화적으로 재해석된 형태로, 일반 관람객도 BYD 기술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마지막으로 4층은 과학 교육과 기술 체험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미래 세대가 친환경차 기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선전 본사와 정저우 디스페이스는 서로 역할이 다르지만, BYD가 구축하고자 하는 전기차 생태계의 두 축을 명확히 보여준다. 본사는 기술의 근간을, 디스페이스는 기술의 대중적 이해와 브랜드 경험을 담당하며 BYD의 정체성을 확장시키고 있었다.
두 공간에서 확인한 기술 중심의 철학과 생태계 구축 의도는 BYD가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독자 기술 기반의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