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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제토 주지아로 “포니 쿠페 복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헤리티지 잇는 디자인 선보인다

  • 기사입력 2022.11.24 16:13
  • 기자명 최태인 기자

[M 투데이 최태인 기자] "양산까지 이어지지 못했던 불운의 포니 쿠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을 다했던 포니 쿠페, 새롭게 디자인해서 복원할 것“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계의 거장이자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는 2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에서 열린 디자인 토크쇼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와 현대차 루크 동커볼케 CCO(Chief Creative Officer) 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 등이 참석, ‘Design Talk Shoe With Pony Designer Giorgetto Giugiaro’라는 주제로 포니 등 과거 현대차 디자인에 대한 토크쇼가 진행됐다.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로, 지난 1970년대부터 현대차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과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1, 2세대 등 다양한 모델들을 디자인했다.

특히, 지난 1999년에는 자동차 산업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인정받아 전 세계 자동차 저널리스트로부터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에 선정됐으며, 2002년에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주지아로의 손길로 빚어진 포니 쿠페는 지난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 첫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와 함께 선보였으며, 당시 쐐기 모양의 노즈 디자인과 사각 아웃라인 속의 원형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인 라인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포니 쿠페 컨셉트는 당시 엔지니어링의 한계 등으로 양산까지 이르지 못하고 유실됐다. 이에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부사장은 “남은 것은 차량 사진과 드로잉 몇 점이 전부”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한 달 전 토리노에 가서 포니 쿠페 복원 작업을 부탁했다. 포니 쿠페를 복원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니 쿠페는 지금까지도 다양하게 현대적으로 제해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처음 공개돼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관심과 호평을 받고 있는 고성능 수소하이브리드 모델 'N 비전 74(N VISION 74)'는 포니 쿠페 컨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주지아로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드로리안 DMC 12’를 디자인하면서 포니 쿠페를 기반으로 완성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포니 쿠페를 디자인 할 당시 자신을 '연필 노동자'라고 칭하며, "현대차와 협력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포니를 디자인했던 시절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 한국과 현대차 디자인을 맡아 굉장히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상엽 부사장은 "포니쿠페는 유산이자 아이콘이며, 전통을 다시 한 번 방문하는 여정이다. 세대간 고객들의 반응이 모두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역사는 해석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니쿠페를 모태로 만든 'N 비전 74' 런칭 당시 국내에서는 포니 쿠페의 스토리를 아는 기성세대가 많아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해외에선 주지아로의 디자인을 아는 사람들이 재해석에 의미를 두고, 젊은 세대는 오히려 '사이버 펑크'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포니를 시작으로 현대차는 지난 50년간 급성장을 이루며 한국 경제에도 큰 역할을 해냈다. 이에 이번 포니 쿠페 복원 프로젝트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포니를 되살린다는 것을 넘어 급속한 성장을 이룬 현대차가 과거를 되돌아보고, 당시의 열정을 되짚는다는 의미가 깃들어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부사장이 "포니 쿠페를 복원하는 작업을 해주실 수 있냐"는 물음에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물론이다. 과거 초기 포니를 작업할 때처럼 열정을 갖고 디자인하고, 모델도 직접 제작할 것"이라며, "이후 프로토타입이 생산되고 우리는 과거에 잃었던 포니 쿠페를 다시 만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포니쿠페는 현대차에 많은 디자인 연감을 줬다. 아이오닉5를 비롯해 N 비전 74 또한 포니 쿠페의 영향을 받아 제작됐다. 이 부사장은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현대차가 존재하고, 때문에 미래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훌륭한 디자인은 DNA와 디자인의 미래에 나가는 긴장감에서 나와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야 또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며, "포니 쿠페를 재현, 구현하는 것이 향후 현대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의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차를 디자인 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지만, 헤리티지야 말로 체스에서 '킹'과 같은 역할을 한다. 헤리티지는 언제나 중심에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젊은 자동차 디자이너를 비롯한 모든 젊은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라고 조언했다.

주지아로는 "자동차는 독일과 일본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며, ”산업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에서 자동차를 디자인하는데 자부심과 만족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향후 신차 디자인에도 과거를 계승하는 디자인 헤리티지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디자인하되, 헤리티지를 통해 현대차의 정체성과 뿌리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포니 쿠페 복원 프로젝트는 11월 중순부터 시작되며, 내년 봄께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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