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르포] “아우디 e트론 반파” 후방 충돌에 낙하테스트까지. 자동차 안전 책임지는 이곳은?

  • 기사입력 2023.03.26 15:46
  • 기자명 최태인 기자

[화성=M 투데이 최태인 기자] “최대한 많은 차량을 대상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의 센서 점검이 끝나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무게 1.8톤의 후방충돌용 대항차가 시속 48km의 속도로 멈춰있던 ‘아우디 e-트론(AUDI e-tron)' 전기차의 후방을 강하게 들이 받았다.

큰 소리와 함께 차량 파편과 잔해들이 흩뿌려졌다. 이 충격으로 아우디 e-트론은 후면이 완전히 파손, 리어 윈드실드와 테일램프, 범퍼가 산산조각났고, 트렁크도 상당한 손상을 입으며 전방으로 밀려났다.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충돌시험동에서 진행된 아우디 전기차인 ‘e-tron’의 후방충돌 시연 장면이다.

연구원들은 충돌시험 완료 즉시 차량 상태를 점검했다. 가장 먼저 차량에 전류가 흐리지는 않는지 누전 검사를 실시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감전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해액 누유 확인은 필수다. 이 외에도 차량 문열림, 에어백, 더미의 목 꺾임 방지를 도와주는 액티브 세이프티 헤드레스트 등을 확인했다.

해당 테스트는 차량 자기인증적합조사의 일환으로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사고를 시연한 후 배터리시스템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자동차연구원은 전기차를 대상으로 여러 충돌 시험을 통해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고정벽면충돌을 비롯해 이동벽측면, 75도 기둥측면, 전복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가정, 다양한 시험을 통해 제작결함 여부를 살펴본다.

장형진 자동차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시험을 통해 충돌로 인한 충격량을 감지하고,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 릴레이가 차단돼 고전압 자체 전원이 흐르지 않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안전 기준 항목에 따라 전해액 노출이 전체의 7%를 넘을 경우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장 연구원은 "차량은 곧장 폐기하지 않고 제작사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1년간 보관하고 있다"며, "전기차의 경우 차량 등록대수 대비 리콜대수가 절반에 가깝고, 화재 발생 시 피해가 크기 때문에 더욱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자파 실험실도 방문했다. 이 실험실에서는 차량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세기가 적합한지, 차량에 전자파를 인가했을 때 정상적으로 차량이 작동하는지 내성을 확인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측은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방사 및 내성 시험도 진행한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시험을 바탕으로 국제 기준을 맞춰나가고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자동차 개발에 따라 기준 또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자유 낙하시험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실제로 현대차 전기 상용차 포터ev에 탑재되는 400kg까지 배터리로, 하단부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때 안전한지 살펴보기 위한 실험이다.

4.9m 높이에서 약 36km/h로 배터리를 떨어뜨리는데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이후 유해가스가 새어나올 수 있어 대형 집진기가 작동, 1시간 동안 불이 붙는지 지켜본다고 한다.

미래차연구처 문보현 책임연구원은 “이 배터리 낙하 시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만 진행한다”며, "4.9m 높이에서 떨어질 때 사람은 탈이 날 수 있어도 배터리는 죽으면 안 된다. 때문에 고강도 시험을 거쳐 안전 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책임연구원은 “얼마 전 기아 EV6 등 전기차가 갯벌에 빠진 것이 이슈였는데, 배터리의 경우 낙하시험 외에도 바닷물과 동일한 농도의 소금물에 배터리를 침수시켜 이상이 없는지에 대한 부분도 실험했다”며, “발화 폭발이 없었고, 국내에서 운용되는 전기차는 바다에 빠져도 불이 나지 않으니 믿고 타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측은 글로벌 최대 규모의 배터리 산업 및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이곳의 안전기준과 시험방법을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악천후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차 센서·제어기술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점검하는 기상환경재현시설도 살펴봤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는 총 500m 길이의 터널형 시설이다. 시정거리 30m 안개와 시간당 60mm의 인공폭우를 내리게 할 수 있으며, 입자크기까지 설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안개도 강도도 조절 가능한데, 최고로 강한 수준이 아닌데도 앞 차량인 기아 EV6의 미등과 비상등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다.

연구원 관계자는 "라이더 센서 시험 결과 실제 안개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눈과 빙판까지 만들 수 있는 시설을 검토했지만 비용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버스와 승합차에 의무 장착된 '자동긴급제동장치(AEBS)' 시연상황도 공개됐다.

엄성복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연구원은 국민의 안전 확보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자동차 제작결함조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자기인증적합조사는 물론 자율주행장치와 배터리 화재 등 자동차 결함에 대한 사고조사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신속한 결함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1~2년 사이 실제 리콜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원이 리콜을 유도한 건 수는 총 296건, 리콜 차량은 총 324만7,926대로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중 전기차는 전체 등록 대수가 지난해 기준 약 39만대인데, 이중 절반에 달하는 20만여 대가 리콜됐다.

김성섭 자동차안전연구원 리콜정책처장은 "과거에 비해 살펴볼 부분이 늘면서 리콜도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리콜센터로 신고한 건수만 연 6,000건에 달해 귀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자동차·부품 등의 제작결함에 사용하는 올해 예산은 약 72억 원이다. 총 17개 제작사의 19개 차종(52대)에 대해서 검사를 진행하는데, 차량 구입비만 40억 원에 달한다. 다양한 충돌테스트를 위해 한 차종 당 여러 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예산에 따라 차량 구매가 바뀌고 시험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면 충분히 그 이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올해 총 17개 제작사 19차종(국산 4차종, 수입 15차종) 52대 신차를 매입해 575개 항목에 대해 ‘자기인증적합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권용복 공단 이사장은 “친환경 첨단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대응한 맞춤형 사고조사 기법을 개발하고 자동차결함에 대한 과학적 사고 분석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자동차 결함에 대한 사고조사 대응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