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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현대차를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했다'. 어떤 이유로?

  • 기사입력 2022.11.21 22:01
  • 기자명 이상원 기자
기아 전기차 EV6

[M 투데이 이상원기자] 지난 10여 년간 폭스바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일본 토요타자동차였다.

폭스바겐과 토요타는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에 폭스바겐은 세계 1위가 큰 의미 없다며 선두경쟁 포기를 선언했다.

자동차업계에 새로운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연간 판매량이 이들 두 거대기업의 8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대당 마진은 8배 이상 높다.

허버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 전 회장은 테슬라를 그룹의 롤 모델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면서 글로벌시장에서 폭스바겐 등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높은 전기차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최근 또 다른 강력한 경쟁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그룹과 규모면에서 더 잘 비교되고, 특히 e-모빌리티 측면에서는 매우 두려운 존재로 부상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현대차와 기아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2006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가 기아의 수석 디자이너직을 맡으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폭스바겐 4세대 골프와 아우디 TT의 디자인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슈라이어가 디자인을 맡은 뒤 기아 차종들은 유럽 등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그는 기아 최고경영진에 합류한 최초의 외국인이 됐다.

이어 슈라이어사장은 현대차 등 그룹 전체의 디자인을 담당하게 됐다. 슈라이어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유럽 소비자 취향을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었으며, 이는 오늘날 현대차.기아가 유럽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는 토요타와의 큰 차이다. 토요타는 이런 디자인을 적용하는데 인색했기 때문에 유럽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장에서 당시 폭스바겐 마틴 빈터콘회장이 현대차의 i30를 타 보고는 폭스바겐 임원들에게 호통을 쳤던 일화는 유명하다.

 

현대차는 품질수준을 높이기 위해 독일에 의존했다. 헤센주 오펜바흐에 유럽 본사를 두고 유럽시장을 위한 모델을 현지 취향에 맞게 조정하는 개발센터를 운영해 왔다.

기아는 오펠 등에서 경험 많은 독일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했다.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사장은 기존 독일 브랜드에 등을 돌리고 한국업체에 합류한 가장 저명한 엔지니어로, 그는 2015년 현대차의 개발 책임자로 임명되기 전에는 BMW 고성능부문 M의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는 폭스바겐의 GTI 버전에서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스포티한 N 브랜드를 만들었다. 컴팩트 i30 N은 저렴한 가격에 무려 275마력이나 되는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제공, 젊은층과 자동차 애호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에서 차별화된 긴 보증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폭스바겐의 보증기간은 2년에 불과하지만 현대차는 마일리지 제한 없는 5년 보증을, 기아는 7년 보증을 제공했다.

결국 기아는 지난해 J.D파워의 품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독일에서도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는 고객 만족도에서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e-모빌리티 부문에서도 유럽 브랜드보다 우위에 있다. 그들은 현재 가장 진보된 전기 플랫폼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역시 유럽의 노하우에 의존하지만 이는 슈투트가르트나 뮌헨이 아닌 자그레브에서 기술을 얻었다.

현대차그룹은 크로아티아 전기차 전문업체인 리막(Rimac)에 투자, 그들의 혁신적인 800V 충전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는 이미 이 기술이 적용돼 있어 배터리 충전시간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나 아이오닉6, 기아 EV6는 단 18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이는 경쟁사인 폭스바겐 ID.4의 30분 이상 걸리는 것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

아이오닉 5는 최고출력 305마력으로 5.2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주파한다. 이는 폭스바겐 ID.4 GTX보다 6마력이 높고, 제로백도 1초 가량 더 빠르다.

주행거리는 기아 EV6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WLTP 표준에 따르면 기아 EV6는 배터리가 가장 큰 ID.4보다 8km 더 긴 528km를 주행하며, 도심에서는 74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내년 말에는 최대출력 585마력의 EV6 GT 버전도 나올 예정이다.

출력, 주행거리, 가격 등 모든 면에서 폭스바겐의 ID시리즈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특히, LG 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 SDI 등 세계 3대 배터리 셀 제조업체를 끼고 있는 건 현대차와 기아의 최대 강점이다.

현대차는 현지에서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며 LG엔솔, SK온과 협력해 경쟁력 높은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주행 기술에 관해서도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 순수 전기 이동성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

폭스바겐이 테슬라 외에 현대차그룹을 주요 경쟁자로 손 꼽는 이유는 연결성, e-모빌리티 및 자율주행 모두에서 현대차가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잠재력은 폭스바겐이나 토요타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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