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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고급스럽다 했더니" 제네시스 G90 블랙, 정선 '진경산수화'가 모티브였다.

  • 기사입력 2024.03.22 17:10
  • 최종수정 2024.03.23 10:09
  • 기자명 최태인 기자

[용인=M 투데이 최태인 기자] “준비부터 설계와 기획까지 2년, G90 블랙은 한국적 콘셉트를 담았다.”

남택성 제네시스 CMF 개발팀장(책임연구원)은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제네시스 수지에서 열린 '제네시스 G90 블랙(GENESIS G90 BLACK)' 신차 공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남택성 팀장은 "스위치류나 작은 데코(장식)까지도 모두 블랙으로 바꾸길 원했는데, 다른 사업부와 협의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대표 플래그십 세단 G90의 최상위 모델 '제네시스 G90 블랙'을 21일 출시, 판매를 시작했다. G90 블랙은 제네시스만의 디자인 콘셉트 '제네시스 블랙'을 적용한 첫 모델이다.

블랙은 신차를 뽑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상이지만 그만큼 흔하기도 하다. 남 팀장은 이러한 특징을 지닌 블랙을 제네시스만의 고급스러움으로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고민이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떠올린 것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였다. 금강전도는 먹의 농담 차이를 통해 원근감을 보여주는 동양화에 '진경산수화(산천을 직접 보고 그린 산수화)'라는 화풍을 더해 한반도 고유의 풍경을 표현한 정선의 대표작 중 하나로, ’검은색의 매력‘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남 팀장은 ”G90 블랙을 준비하면서 컬러 테마를 찾았고 모티브는 한국적 콘셉트를 적용했다"며, “점과 선, 먹물의 농담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색감이 블랙 컬러 하나가 아닌 다양한 색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이 G90 블랙의 중요한 콘셉의 모티브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마를 블랙으로 정한 것은 타 고급 브랜드를 따라가기보다 우리의 것을 개발해 보자는 데서 출발했다”며, “한국인이 만들어 낸 전통적인 색상, 재질을 표현하고 싶어 ‘진경산수화’를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또 남 팀장은 “경쟁사인 독일 브랜드에서도 롤스로이스 등 하이엔드 차종에 다양한 명칭으로 블랙 트림을 운영하고 있다. 블랙 컬러에 대한 수요는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다른 테마에도 적용할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G90 블랙의 외장 색상은 '비크 블랙'이다. 현무암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비크 지역에서 색상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펄이 들어가는 일반적인 블랙 색상과 달리 블랙 다이아몬드 ‘유리 안료(Glass flake)‘를 사용해 깊고 진한 고급감을 보여준다.

전면 범퍼 그릴, 라디에이터 그릴, 전면 엠블럼, 브레이크 캘리퍼 등을 모두 블랙으로 구현했다. 후드탑 엠블렘의 베이스 재질도 실제 니켈 금속으로 처리했고, 휠도 블랙으로 통일하면서 고온에서 견딜 수 있도록 신경썼다. 후면은 GENESIS 레터링을 제외한 차명(G90)과 사륜구동(AWD) 엠블럼을 모두 제거해 동양화 같은 여백의 미를 살렸다.

남 팀장은 “보통 블랙을 많이 사용하면 스포티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제네시스는 고급스러움에 집중했다. 그릴은 솔리드한 블랙을 쓰고, 비크 블랙과의 콘트라스트를 주면서 같은 블랙이라도 다양하게 사용한 것이 우리가 추구한 고급스러움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제네시스는 단순한 색상 이상으로 진정성 있는 블랙 디자인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다.

실내는 전용 세미 아닐린 시트 커버링 및 퀼팅, 노브 및 스위치류, 알루미늄 스피커, 엔진 시동 버튼, 송풍구, 뒷좌석 통합 컨트롤러 측면 아랫부분까지도 모두 블랙으로 표현했다. 대충 넘길 수 있는 은색 볼트류까지도 블랙으로 표현해 통일감을 살렸다.

빛의 세기나 반사의 정도와 무관하게 어떤 환경에서도 블랙 색상이 온전히 표현되도록 가죽과 봉제실, 리얼 우드 가니쉬 등의 내장재를 엄선했으며, 각각의 소재는 서로 다른 질감을 지녔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져 제네시스만의 블랙을 완성했다.

남 팀장은 "조사해보니 블랙 콘셉트라 해도 사이드 몰딩 같은 것은 공용으로 처리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저희는 하단을 감싸는 가니쉬나 도어핸들 등에 적용됐던 크롬 등 어려운 부분까지도 모두 블랙으로 바꿔보려 하다 보니 개발 시간도 오래 걸렸고, 비용도 더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존 G90에서 블랙 콘셉트로 만들기까지의 과정도 힘들었지만 뿌듯하다고 밝혔다.

남 팀장은 “기존에 양산차에 있던 크롬 부분을 블랙화 하는 것이 실무입장에서 너무 힘들었다. 베이스 소재가 크롬인 것을 유광블랙 도장용으로 바꾸려면, 소재의 규제 등도 다 바뀌기 때문에 다시 금형부터 개발해야 하고 협력사들과도 조율하는 부분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제가 표면처리를 담당하다 보니 금속질감을 유지하면서 다크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부분이 많았다. G90 블랙의 경우 베이스 자체에 블랙이 있지만 위에 실버가 반투명 층에서 베어나온다. 이러한 복잡한 공정 때문에 생산하는 쪽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공법이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지만 신경을 많이 썼다. 이러한 블랙 콘셉트 부분이 표면처리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애착이 가는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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