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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트랙 공략을?" 이색적인 서킷 사파리와 벤츠 AMG 정점 'GT'를 즐기다

  • 기사입력 2023.06.09 12:00
  • 최종수정 2023.06.09 16:20
  • 기자명 이정근 기자

[M투데이 이정근기자]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 아주 특별하고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서킷 사파리'다. 실제로 에버랜드에서 사파리 버스로 현역을 즐기다 은퇴한 버스다.

현역 시절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언제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조심조심 아주 천천히 다니며 쌓였을 많은 스트레스를 서킷을 돌며 나름대로의 속도와 코너링으로 서킷과 하나 되고, 헤어핀 구간에서도 멋지게 아웃-인-아웃으로 코너를 돌아 나간다.

잠시 사파리 버스에 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던 순간이다. 각 코너마다 돌면서 인스트럭터는 어떻게 라인을 그려야 하는지, 어떤 꽃이 피었는지, 기린(?)은 있는지 등 재미있게 코스 공략 방법을 설명했고, 어느새 버스는 AMG 스피드웨이 4.6km를 달려 출발선에 멈췄다.

여기서 잠시 내려 트랙으로 내려와 걸어보기도 하고 트랙을 만져보며 오늘 서킷 주행을 함께할 AMG 모델들과의 만남이 더 설레고 기다려진다.

본격적인 서킷 주행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만난 AMG 모델은 AMG의 정수를 모두 담고 있는 '메르세데스-AMG GT'다. 지난 2009년 SLS AMG에 이은 두 번째 AMG 독자 개발 스포츠카로 지금까지 AMG의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모델이다.

파워트레인은 4.0리터 V8 엔진과 AMG 스피드시프트 듀얼 클러치 7단 변속기를 장착하고 최고 출력은 476마력, 최대토크는 64.2kg.m으로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힘을 낼 수 있고, 0-100km/h는 4초면 충분하다. 

AMG GT는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비율을 가지고 있다. '롱 노즈 숏 테크' 디자인으로 실제로 보닛이 길게 뻗어 있어 운전석에 앉아 있어도 길이가 느껴질 정도고, 운전석 바로 뒤가 리어 범퍼인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루프에서 떨어지는 라인이 급격하다. 쿠페와 GT의 이상적인 디자인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실내로 들어가면 최근 출시되는 다른 모델과는 살짝 다른 느낌이다. 하나로 이어지는 대형 디스플레이 대신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에 차량 정보를 보여주는 스크린 정도로 단출하다.

센터 콘솔에 좌우에는 다양한 기능 스위치가 자리하고 있으며, 기어 레버는 스티어링 휠 뒤가 아닌 센터 콘솔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인테리어 디자인이 최근 출시되는 다른 모델과 다르다고 불편한 것은 전혀 없다. AMG GT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원하는 만큼 달릴 수 있게 해주는 퍼포먼스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V8 엔진을 깨우면, AMG 특유의 낮은 진동과 함께 심장 박동과 같은 사운드가 실내로 우렁차게 들어온다. 인위적인 사운드 장치 없이도 날것 그대로의 엔진 움직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본격적으로 서킷으로 들어가면 AMG GT가 가진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누구나 들것이다. 전기차도 아닌데 가속페달에 힘을 주는 동시에 가지고 있는 출력과 토크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코너에 진입할 때는 자세제어장치와 리어 스포일러가 적절하게 개입해 흐트러짐 없이 말끔하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게 돕는다.

시트 포지션이 매우 낮고, 무게 비율도 47:53으로 이상적이며, 무게도 1,600kg 정도로 가볍기 때문에 서킷에서 느끼는 속도감은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가속구간에서는 순식간에 앞의 시야를 부채 접듯 접혀들어가며 V8의 생생한 사운드로 심장을 두드리며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가고, 제동 구간에서는 브레이크를 밟는 만큼 리어 스포일러를 자동으로 펼치며 빠르고 확실하게 속도를 줄여나간다. 시속 170km/h가 넘는 내리막 코스에서 제동할 경우 조금의 흔들림 없이 아스팔트에 내려 꽂히듯 타이어가 트랙을 움켜쥔다.

코너와 헤어핀 구간에서는 긴 차체에도 불구하고 마치 해치백처럼 간결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때 가장 좋은 사운드는 바로 팝콘 터지는 배기 사운드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면서 최대한 빠른 가속을 위한 변속이 이어질 때마다 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당연히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플러스로 설정해 두면 가속페달과 변속 타이밍에 맞춰 기분 좋은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AMG GT로 서킷 주행은 세 번의 랩으로 한정됐고, 첫 번째 랩은 컴포트 모드로 코스를 익히고 두 번째 세 번째 랩은 조금 더 페이스를 올려 리드 카를 따라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빠르게 주행했다. 랩이 거듭될수록 숨소리는 작아지고 엔진 사운드만 실내에 가득할 만큼 스릴 넘치고 짜릿한 시간이었다.

일반 도로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슈퍼카 메르세데스-AMG GT의 매력은 서킷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상징성과 가치가 무엇인지, AMG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AMG GT는 서킷에 있을 때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고, 숨겨둔 본 모습을 남기지 않고 트랙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AMG의 끝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그 대답은 메르세데스-AMG GT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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