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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자율주행차시대 눈앞...대응 바빠진 'KATRI'. "조직.인력 확충 필요"

자동차안전연구원 엄성복원장 인터뷰

  • 기사입력 2023.08.10 08:59
  • 최종수정 2023.08.10 09:13
  • 기자명 최태인 기자
자동차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성능을 평가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전문 기관 'KATRI'
자동차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성능을 평가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전문 기관 'KATRI'

[경기 화성=M 투데이 최태인 기자] 자동차의 전동화와 자율주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00년 만의 패러다임 변화에 전 세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화는 지구 온난화 대응과 함께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종종 터져 나오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와 열폭주가 빈발하고 있지만 화재 방지나 진압을 위한 뾰족한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차량에만 의존하는 레벨3 자율주행 차량까지 등장하면서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문제 때문에 바빠진 곳이 바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다.

KATRI는 자동차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성능을 평가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전문 기관이다.

이 곳은 소비자 불만 신고 및 제작결함 조사와 신차 안전도평가, 자동차 안전기준 제정, 및 성능 연구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자동차 산업과 정부의 자동차 관련 정책 및 기술을 지원하는 게 주요 업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업무에 더해 전동화와 자율주행에 대응하는 업무가 추가됐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엄성복 원장
자동차안전연구원 엄성복 원장

KATRI 엄성복원장은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지난해에 전 세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에 첨단 보호기능이 장착되도록 배터리 화재 감지 및 이상경보, 배터리 냉각기능 등 첨단기능 유무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원장은 연구원 멤버들과 함께 지난 5월 미국 미시건주에 있는 ‘M-City'를 찾았다.

한국과 미국간 ’커넥티드 자율주행 기술의 검증 및 실증 관련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서였다.

지난 2015년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로 조성된 미시건대학 ‘M-City’는 약 3만9천평 규모로, KATRI의 ‘K-City’에 비해서는 약 35% 수준이지만 다양한 첨단 테스트 시설을 갖춰 자율주행업체를 비롯, 통신, 인프라업체 및 기관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M-City에서 테스트 중인 자율주행차
M-City에서 테스트 중인 자율주행차

이 곳은 복잡하고 반복적인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인 M-City OS 플랫폼을 통해 운영한다.

교통신호, 철도 건널목 차단바, 조명 등의 인프라 시설을 원격으로 제어 할 수 있어 사용자가 자신들의 테스트 시나리오에 맞게 테스트를 할 수 있고, 테스트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원격으로 저장하고 분석한다.

특히, 시내 도로에 설치돼 있는 검지카메라를 통해 실제 운행 중인 차량들의 이동궤적을 추적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자율주행차 테스트 시나리오로 만들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실제 테스트베드에서도 이 시나리오를 적용한 테스트가 가능한 평가환경을 구축,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 'M-City'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 'M-City'

엄원장은 “M-City의 이런 테스트 방법과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K-City’에서도 고도화된 프로세스 구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ATRI는 ‘M-City’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그 동안의 테스트베드 환경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도로와 가상환경을 접목한 물리적. 가상환경 평가 플랫폼과 평가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국내 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을 돕고 기술교류회 등을 통해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행은 애리조나주 소재 피닉스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구글 웨이모(Waymo) 무인 자율주행 로보 택시도 직접 시승했다.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 'M-City'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 'M-City'

현재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자율주행 유상 운송서비스의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시행을 돕기 위해 웨이모의 안전성 확보 기술을 실제 체험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엄원장은 “이런 선진업체의 기술에 대한 벤치마킹이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서비스 상용화에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구원은 해외 자율주행 관련 전문기관과의 협력과 우수한 기술에 대한 동향조사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개발 및 자율주행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기차 화재도 증가, 국민적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의 역할도 커지고 있는데...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충돌테스트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충돌테스트

지난 2월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해 ‘민관합동 TF’를 출범시켰다. 한국교통안전공단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전기차 화재대응 합동추진단(TF)을 구성했다.

합동추진단은 전기차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과 배터리 안전기준 강화, 전기차 화재와 관련, 소방청과의 협조를 통한 전수조사, 전기차 충돌안전성 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은 실제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소방대원들이 조기에 화재를 진압하거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응 역량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소방대원 안전구조 세미나를 개최해 오고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충돌테스트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충돌테스트

특히, 전기차 사용자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난 7월부터는 국내외 전기차 제작사 14개사가 참여하는 전기차 특별안전점검도 실시했다.

연구원은 또,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자동차안전기준 전문 분과인 UN/ECE/WP.29회의 참석을 통해 국내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전기차 안전기준을 국제기준화 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외에 배터리 불량이나 사고에 의한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배터리 이력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화재 발생 시 조기진화를 위한 기술 확보 정책 R&D를 산학연 협업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 전동화 차량의 충돌안전, 배터리 화재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구축 및 전문인력 투입은?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충돌테스트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충돌테스트

우리 연구원은 전기차로 인한 화재, 안전 확보를 위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전문 인력 및 인프라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결함조사본부 내에 중대사고조사처를 신설, 화재를 포함한 중대사고에 대한 조사업무를 강화했다. 또, 제작결함조사 조사 인력을 기존 38명에서 4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전기차 화재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인력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원은 인력 증원과 관련,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배터리 수직 낙하 충격테스트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배터리 수직 낙하 충격테스트

시설도 전기차의 안전기준 연구 및 평가를 위해 배터리 평가 장비와 충돌충격 평가 장비를 갖춘 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를 전남 광주에 구축, 1단계 운영을 시작했다.

이 곳에는 앞으로 배터리의 내구 성능 및 고저온 성능 평가, 배터리 첨단 보호기능 평가, 대형 상용차 동력성능 평가시설 등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또, 수소연료전지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확인, 평가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해 울산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안전인증센터도 국토부, 울산시와 함께 구축할 예정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충돌테스트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충돌테스트

여기에는 오는 2026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의 성능시험 등 5개 항목에 대한 인증평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지역특화센터의 원활한 관리 및 운영을 위해서는 역시 전문 인력과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들 지역특화센터들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제적인 자동차 안전 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매진할 계획이다.

■ 자동차안전연구원의 향후 전략은?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 실험도시 'K-City'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 실험도시 'K-City'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두 가지 방향성을 설정해 놓고 있다.

우선, 미래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레벨4 자율자동차 상용화’와 ‘모빌리티 탄소중립 이행’을 목표로 전기차의 안전성 향상, 친환경성 평가 등 다양한 정책 및 제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안전관리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및 부품의 안전성 검증과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지원 및 최적의 실험환경을 갖춘 테스트베드 운영으로 스타트업 등 업계를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 자동차 안전기준의 국제조화 활동을 통해 국가 간 기술적 무역장벽을 해소,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미래자동차 개발에 대한 국내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엄성복 원장
자동차안전연구원 엄성복 원장

연구원은 국내 최고 자동차 안전관리 기관으로서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더욱 매진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1987년에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로 출범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지난 2018년 국내.외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BMW 차량 화재 원인 규명을 계기로 자동차 제작결함조사의 전문성 강화 및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2019년에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부설 연구기관으로 조직이 재편됐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본다.

연구원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모빌리티 시대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자동차 안전 환경의 확보를 위해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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