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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차가 없다’ 현대차·기아 재고 바닥에 계약자들 기약 없는 기다림 시작

  • 기사입력 2021.05.04 22:02
  • 최종수정 2021.05.04 22:12
  • 기자명 박상우 기자
아이오닉5.

[M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현대자동차의 서강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22일에 진행된 2021년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수급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5월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1분기까지 재고 현황 파악을 통한 대응과 생산계획 조정으로 생산 차질을 최소화했으나 예상보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부품이 조기 소진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재고가 거의 바닥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에 영향이 미치지 않으려면 현대차의 경우 최소 5만대 이상의 재고가 있어야 한다. 즉 현재 판매할 차량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차량 계약자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 담긴 국내영업본부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송하며 출고 지연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차량 계약자들의 “출고 날짜를 왜 안 알려주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재고가 바닥나면서 판매직원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출고 지연으로 이달부터 인센티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차량 출고 지연에 대한 항의 전화까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고육지책으로 일부 옵션을 제외하는 마이너스 옵션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닉5의 경우 4륜구동(AWD), 컴포트 플러스, 파킹어시스트, 프레스티지 초이스 등을 제외할 경우 빠르면 이달 안에 출고할 수 있다. 현대차는 내주 주문 차량의 옵션을 변경 주문하는 2차 컨버전을 완료하고 생산 계획 및 출고 일자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옵션들은 인기가 높은 옵션이다. 특히 어드밴스드 후석 승객 알림, 뒷좌석 수동식 도어 커튼, 2열 열선시트 등이 포함된 컴포트 플러스가 이번 정책에 포함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도 마이너스 옵션을 운영하고 있다. K8의 경우,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원격 주차 보조를 제외하면 차값을 40만원 할인해주고 있다. 두 기능은 반도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아의 한 판매대리점 관계자는 “후방 주차 충돌방지보조와 원격 스마트주차보조를 포함하면 현재 생산계획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K8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정확하게 안내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다.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의 마크 리우(Mark Liu)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CBS TV의 60 Minutes(60분)에 출연해 “6월 말까지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고객사 수요의 최소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우 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2개월 사이에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며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공급망이 길고 복잡하다.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7~8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답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대체소자 확보 추진, 연간 발주를 통한 선제적 재고 확보, 유연한 생산 계획 조정 등을 통해 생산 차질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짜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반도체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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