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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정월대보름 달집 태우기

  • 기사입력 2007.03.05 08:25
  • 기자명 이상원

활활타오르는 불꽃과 휘영청 밝은 달, 그리고 달집을 둘러싼 풍악대의 꽹과리 소리와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 아이들의 쥐불놀이.
 
우리의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의 추억이다. 올해는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면서 대부분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그나마 빗속에서 강행한 양평군 어느시골마을에서 달집태우기 행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음력 정월 15일을 상원 또는 대보름이라 한다. 새해들어 세수 명절이 끝나는 날로 가족들이 건강한 일년을 보내고 풍요로운 농사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래된 보름날의 달집 태우기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예정보다 한 시간이 늦은 저녁 7시경 마침내 점화됐다.
 
날씨가 좋다면 마을 회관에서 30m쯤 떨어진 달집까지새끼줄을 타고 내려온 불씨가 점화를 하게 돼 있는데 이번 대보름엔 이 절차가 생략됐다.
 
점화와 함께 농악대가 일제히 북과 깽과릴 울리며 흥을 돋운다.
 
동시에 수십발의 폭죽이 터지며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불꽃은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약 한시간만에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올해는 제때 비가 내려서 가뭄을 겪지 않을런지...
 
요즘은 달집태우기 행사때 쓴는 나무를 트럭으로 실어오지만 예전엔 마을 장정들이 산에 올라 생나무를 한짐 씩 해 왔다. 이 나무는 마을앞 넓은 마당에 쌓여지고 한가운데 짚뭇으로 심을 박아 불이 잘 붙도록 한다.  나무 사이에는 생 대나무를 섞어 폭죽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데 이 달집은 달이 막 동산에 솟아오르는 순간에 불을 붙여 태워진다.
 
또, 집붕을 이고 걷어낸 헌 이엉을 불 소시개로 삼기도 한다. 환히 피어오르는 불길만큼이나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전통 놀이로 이 불길은 우리의 삶 속에 잘못을 항상 불태우는 상징도 들어있다. 
 
이 행사에는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동원된다. 마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정월대보름이나 열엿샛날 이뤄지는 불놀이는 지역주민들을 함께 결속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달집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도 벌어진다. 아들을 낳기를 원하는 사람, 올해 대학시험을 치르는 아들을 둔 사람, 장가 못간 노총각들이 저마다 불을 붙이면서 소원을 빌기 위해서다.
 
불을 붙이는 사람이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았지만 전국에서 달집을 태우면서 사람들은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올핸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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