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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세단이 이렇게 가볍고 부드러울수가...

  • 기사입력 2009.04.15 18:31
  • 기자명 이상원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쉽 모델인 에쿠스 2세대 모델을 출시한 지 약 한 달 만에 시승했다.
 
에쿠스를 생산하는 울산5공장의 초기 생산속도가 늦은데다 밀린 주문량을 소화해 내느라 시승차량을 제때 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승차량은 3.8람엔진이 장착된 VS380 프레스티지 VIP팩2 모델로 380모델 중에서는 최고급이며 구입가격이 9천940만원으로 1억원대에 육박한다.
 
이 차에는 세로형 크롬도금 라디에이터그릴과 천연가죽시트, 후석 냉난방 통풍시트, 후석모니터와 모젠이 달려있다.
 
신형 에쿠스는 제네시스에 이은 현대차의 두 번째 후륜 구동형 승용차다. 일반적으로 최고급 세단의 경우, 차별화된 승차감을 위해 후륜구동 형태를 취하고 있다. 
 
플랫폼(차량 뼈대)은 제네시스와 같은 새로 개발된 대형세단 전용 플랫폼이 사용됐고 엔진은 제네시스에 탑재된 람다 3.8엔진과 4.6엔진이 올라갔으며 트랜스미션은 일본 아이신AW와 독일 ZF사의 후륜6단변속기가 각각 조합됐다.
 
시승용 차량에는 3.8람다엔진과 아이신AW 후륜6단이 조합됐다. 이 조합은 제네시스 3.8모델과 같은 것이어서 신형 에쿠스가 제네시스와 어떤 차이를 보일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신형 에쿠스는 길이가 5160mm로 제네시스(4975mm)보다 185mm가 길다. 또 구형 에쿠스보다는 길이가 40mm, 폭은 30mm, 높이는 15mm가 커졌다. 국산세단 중 가장 큰 사이즈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나 렉서스 LS460의 가장 큰 모델보다도 더 크다. 때문에 처음 대하면 다소 부담이 갈 수도 있다.
 
신형 에쿠스와 처음 마주하면 우람하고 번쩍거리는 외관 때문에 주눅이 든다.
 
신형 에쿠스는 외관 전체를 번쩍이는 크롬도금으로 감싸고 있다. 필라부분과 앞뒤 범퍼주위, 테일게이트 주변, 사이드 도어, 심지어는 도어 손잡이까지 무려 17군데가 크롬도금으로 장식됐다.
 
크롬도금은 일반적으로 디자인에 자신이 없거나 포인트를 줄 경우에 사용되지만 신형 에쿠스의 경우는 고급세단으로서의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신형 에쿠스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웅장하면서도 세련미가 돋보인다. 수직형 라디에이터그릴과 이를 받쳐주는 짧은 프런트 범퍼, 그리고 옆으로 퍼진 휠하우징과  넓은 후드. 입체감있는 L자형 헤드램프가 웅장하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특히, 평평한 후드는 완만하게 파인 캐릭터라인으로 안정감과 스포티함을 더해준다. 
 
뒷면은 지붕에서 완만하게 내리뻗은 곡선과 부드럽게 깎인 트렁크 리드, 그리고 날개형상의 리어 램프가 어우러져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풍긴다.
 
뒷바퀴 휠 하우징 위에서 시작된 캐릭터 라인도 신형 에쿠스의 뒷 스타일을 한차원 높여준다. D필라의 완만한 곡선 때문에 뒷 부분이 유독 길어 보이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엔진룸은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덮개로 처리됐고 후드에는 엔진음의 실내유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흡음재를 대거 적용했다.
 
뒷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4개를 실어도 남을 정도의 공간을 갖췄고 원터치 방식으로 여닫을 수 있도록해 편의성을 더했다.
 
예상했던 대로 실내는 넓고 고급스럽다. 회색 계통의 천정재질과 밝은컬러의 우드그레인을 요소요소에 적용, 전체적으로 밝고 고급스럽게 유도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주변이 모두 천연가죽으로 꾸며졌고 기어노브와 센터 암레스트, 뒷좌석 암레스트, 측면 도어 일부를 우드그레인으로 마무리,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벤츠 S클래스 등 유럽의 고급세단들 처럼 시트 높낮이 간격 조절장치를 도어트림에 적용했으며 햇빛가리개도 뒷쪽과 뒷좌석 양 옆에 모두 적용, 뒷좌석 탑승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고급세단 답게 뒷좌석은 화장거울을 비롯, 16인치 모니터, 독립식 풀오토 에어컨, 안마기 등 다양한 편의사양들이 적용됐다.
 
라디오와 CD체인저, 내비게이션 등 각종 운전정보를 컨트롤하는 통합 엔터테인먼트 스위치는 BMW 7시리즈와 같은 다이얼방식으로 기어노브 뒤쪽에 위치시켜 조작편의성을 높였다.
 
하지만 로터리방식의 스위치가 다소 헐겁고 트레이 덮개가 부드럽게 작동하지 않는 점, 그리고 중형차급에나 적용되는 컵홀더, 구형의 컬럼식 전조등 조작스위치 등은 최고급 세단급에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속도계 등 주행정보창은 입체식 백색컬러를 사용, 시인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순간연비표시창과 평균연비표시창이 갖춰져 경제운전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장점으로 꼽힌다.
 
가죽으로 감싼 넓고 평평한 대시보드는 여유가 있고 모니터와 에어컨 송풍구, 에어컨 작동스위치, 아날로그 시계, CD체인저가 순차적으로 위치한 센터페시아는 간결하면서도조작이 간편하다.
 
은색으로 도금된 기어노브는 손 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고 고급스럽다.
신형 에쿠스는 첨단장치로 도배를 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기능들이 탑재됐다.
 
황색선을 인식하는 차선이탈경보장치, 후방 주차 가이드 시스템, 도어를 완전히 닫아주는 기능, 앞 차와의 차간거리를 제어어 주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차체 높이 조절장치 등이 대거 장착돼 하나하나의 기능들을 시험해 보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정도다.
 
신형 에쿠스의 엔진 음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하다는 렉서스 LS460 못지 않다. 람다 3.8엔진 특유의 부드럽고 조용함이 신형 에쿠스에서도 느껴진다.
 
신형 에쿠스의 출발은 순간적으로 깜짝 놀랄 정도로 가볍다. 이정도 큰 차체라면 “묵직한 반응이 올 텐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렇게 큰 차체가 이리도 가벼울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볍게 미끌어진다.
 
가벼워서 부담이 적긴 하지만 오히려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에서 보여지는 탄탄하고 중후한 감이 없어 서운한 느낌이다.
 
현대차는 람다 3.8에는 아이신 6단을, 타우 4.6에는 ZF 6단을 각각 조합시켰다. 변속기 나름대로 각기의 특성을 고려, 출력이 낮은 엔진에는 아이신제가 더 궁합이 맞다는 판단에서다.
 
3단에서 90km, 4단에서 140km 정도로 적당한 기어비를 설정, 전 영역에서 RPM이 고르게 움직인다. 파워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는 듯하다. 엔진 음은 주행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조용한 편이다.
 
신형 에쿠스 역시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패들쉬프트는 장착되지 않았다.
멀티링크 방식이 적용된 신형 에쿠스의 승차감은 타면 탈수록 렉서스 LS460을 닮았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정숙성과 승차감은 뛰어나지만 너무 부드럽게 튜닝, 젊은 세대들에게 배척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적용으로 상황에서 따라 차량 높이를 3단계로 조절, 주행할 수도 있다.
언덕길에서도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 인내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코너링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현대자동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뉴욕국제오토쇼에서 신형 에쿠스를 2-3년 후에 미국시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미국시장에 투입하더라도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런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형 에쿠스는 10년 만에 많은 발전을 했으나 최고급 세단시장에 도전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라는 자체평가 때문이다.
 
하지만 초대형 세단에 취약했던 현대차가 세계 수준에 근접한 수준급의 작품을 내 놨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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