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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우린 억울하다' 정책오류 희생양

  • 기사입력 2006.08.14 08:05
  • 기자명 이상원

쌍용자동차가 지난 2005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분기 동안 적자행진을 계속하면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이유는 판매부진 때문이다. 쌍용차는 올 상반기에 내수와 수출을 통틀어 6만1천6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내수와 수출을 합쳐 최소 9만대는 팔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올 연말까지는 적자폭이 더욱 커져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하게될 우려가 높다.
 
쌍용차 판매가 부진을 헤매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최근출시되고 있는 제품들이 제대로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4월 출시된 11인승 미니밴 로디우스를 시작으로 지난해에 내놓은 카이런과 액티언 등 3개 신모델이 잇달아 실패했다.
 
그나마 고급승용차 체어맨과 올해 출시된 SUT 액티언스포츠가 제몫을 해 주면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  부진의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내적인 요인 보다는 외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쌍용차는 체어맨을 제외한 전체 라인업이 SUV와 미니밴으로 이뤄진 RV 전문회사다. 그런데 RV시장이 지난 2003년 이후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2003년의 RV차량 수요는 2002년의 52만673대보다 10만여대가 줄어든 41만9천331대에 그치면서 전체 자동차수요도 131만5천963대로 무려 30만대이상이 줄어들었다.
  
2004년에는 RV시장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해 10월에 들어서면서부터는 RV차량의 수요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으며 결국 2004년 RV차량 시장은 전년보다 또 8만대가 줄어든 34만3천493대(점유율 31.4%)로 곤두박질쳤다.
 
2005년에는 아예 RV수요가 없었던 해였다. 지난해 판매된 RV차량은 29만1천509대. 지난 2002년에 비해 무려 23만대가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에도 RV차량 수요는 12만3천290대로 전년동기에 비해 0.9%가 줄었다. 
 
이제 국내 RV차량 수요는 매니아층 일부만 구입하는 소수시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국내 RV시장이 최근 3년동안 급격히 위축된 이유는 수송용에너지정책과 자동차 분류기준 변경 등 정부의 정책적 실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오는 2008년까지 휘발유와 경유, LPG가격을 100대85대 50으로 맞추기로 하고 경유값을 해마다  대폭 인상하고 있다.
 
그 결과, 경유값은 지난 2001년에 비해 114.7%까지 인상돼,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정부는 또, 승용형 세단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7-9인승 차량에 주어지던 세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없앴다.
 
SUV나 미니밴은 차체가 승용차보다 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기량이 높은데다 운행 특성상  경유를 사용해야 한다.
 
구입가격 역시 세단보다 200-300만원이 비싸기 때문에 특별한 경제적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한 RV차량을 구입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갑자기 RV에 대한 혜택을 한꺼번에 없애버렸을까?
 
여기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유승용차 조기 판매 허용문제가 연관돼 있다. 2001년 승용형 디젤엔진 개발을 거의 끝낸 현대.기아차는 정부측에 디젤승용차 판매 조기허용을 끈질기게 요구했고 허용시점을 2008년 정도로 예정하고 있는 정부는 결국 경유가격 인상과  현대.기아차의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 등을 전제로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 판매를 허용했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휘발유 대비 가격이 저렴한 경유의 경제성 등을 감안, 연간 30만대 정도의 경유승용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했다. 경유승용차를 5사 중 현대.기아차만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요만 발생된다면 독점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유승용차 등장으로 RV수요가 격감한다 하더라도 대체수요를 승용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가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첫해인 지난해 양사가 판매한 경유승용차는 겨우 1만4천여대. 이마저도 올 상반기에는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경유승용차시장 주도권을 잡기위해 쓴 전략이 오히려 RV시장 붕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됐으며 엉뚱하게도 RV 전문회사인 쌍용차와 RV차량 의존도가 높은 기아차만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정책판단 오류가 자동차 내수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이라며 지금이라도 RV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 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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