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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즈 시승기

  • 기사입력 2005.05.19 18:46
  • 기자명 이형진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1973년 영국의 경제학자 E.F.슈마허가 낸 경제 비평서다. 슈마허는 이 책에서 1776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이후 200여년 동안 경제학을 지배해 온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정면으로 반박해 주목을 받았다.

슈마허는 “과학과 힘의 발달, 거대 기술 등에 열중한 나머지 현대인은 자원을 남용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생산 체제와 인간을 불구로 만드는 사회를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근대 기술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환경의 파괴와 소득 불균형을 초래한 점을 갈파한 것이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원 재생과 지역 에너지의 활용 등을 배려하는 이른바 ‘중간 기술’을 주창했다. 생태계를 고려하는 친환경적 기술인 중간 기술, 이러한 작은 기술이 아름답다는 게 슈마허가 얘기하고 싶었던 주제다.

GM대우차 마티즈는 작다. 배기량이 796㏄에 불과한, 국내 유일의 경차다. 그러나 마티즈를 보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마티즈가 작기 때문 만은 아니다.

빨강, 노랑, 하늘색과 녹색 등 외장색이 원색이기 때문도 아니다. 마티즈는 ℓ당 20.9㎞(수동기준. 자동변속 16.6㎞)를 달리는 차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량이 적다. 경제적인 차일 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차라는 점에서 아름다운 차다.

그렇다고 마티즈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일단 운전석에 앉으면 의자 두께가 너무 얇아서 무슨 간이 의자에 앉은 듯한 느낌이다. 등받침도 어깻죽지 정도까지 밖에 올라오지 않아 불안하고 불편하다.

방음 처리에 신경을 덜 쓴 탓인 지 소음도 심하다. ‘엔진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나’하는 생각은 일순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라는불안감으로 변하기도 한다. 문짝을 여닫을 때 육중한 느낌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GM대우차는 이에 대해 프론트 임팩트 빔과 센터 터널 등에 신소재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 ‘안전구역’(Safety Zone)을 구축했고, 측면 충돌시 차체가 차량 내부 탑승자 옆으로 꺾여 들어 오지 않고 평평하게 밀려 심각한 인체 상해를 방지할 수 있는 ‘시계추 공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격은 수동 변속 기준으로 588만~722만원이며, 자동변속기를 달 경우엔 125만원이 추가된다.


출처-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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