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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장애인 스티커 사용" 경찰의 처벌불가 통보에 논란

  • 기사입력 2024.01.31 14:07
  • 기자명 온라인2팀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백화점을 방문한 A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에 부착된 장애인 주차표지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장애인 마크와 '장애인주차구역 주차표지' 표기가 정식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된 것처럼 보였으나, 차량 번호는 펜으로 쓰여 있었고, 발급일자나 기관장 직인 등이 빠져 있었습니다.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차량을 신고하였습니다. 양천구청은 해당 차량의 소유주가 장애인주차표지를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판단하여 같은 달 15일에 A씨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였다고 통보하였습니다.

출처=보건복지부
출처=보건복지부

경찰의 판단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0일 해당 차량 소유주에 대한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에 대하여 입건 전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경찰은 "해당 차량 내부에 발급기관 정보가 없는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가 비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차량 소유주에 대한 혐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물처럼 '발급일자' '유효기간' '발급기관장' 등이 작성되어 있지 않고 날인도 없어 해당 주차표지가 공문서로서 형식과 외관을 갖춘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었습니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출처=온라인커뮤니티

대법원의 2020년 12월 판례에 따르면, 공문서위조죄에 대하여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을 수 있는 형식과 외관을 갖춘 경우에만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며, 평균 수준의 사리분별력을 가진 사람이 잠시 주의를 기울여 보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해당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B씨는 지난해 6월 장애인주차표지의 위변조가 의심되는 차량을 신고하였으나, 경북 봉화경찰서로부터 해당 차량 소유주에 대한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B씨는 같은 해 9월 수사심의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B씨는 "지자체에서는 위법하다고 보여 과태료 처분을 내렸으나, 경찰에서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허탈하다"며 "해당 주차표지는 육안으로 보았을 때 명백히 공문서로 보이며, 이를 위조했음에도 경찰이 불법을 묵인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습니다.

출처=법원
출처=법원

현재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장애인주차표지를 위조하거나 도용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 중 주차표지 위조 및 사용과 관련하여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처벌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윤희 판사는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그 남성은 지난해 4월 인터넷에서 장애인주차표지 이미지를 내려받아 인쇄한 뒤 차량번호와 발급기관장을 기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정경일 변호사는 "공문서위조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경찰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인이 볼 때 위조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이라며 "경찰이 그 판례를 과도하게 행정 편의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판단이 계속된다면 단지 개인적 이익 획득뿐만 아니라 공문서에 대한 신뢰와 공권력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까지 훼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간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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