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통명절 대보름음식 오곡밥과 부럼의 의미와 효능

  • 기사입력 2006.02.10 16:05
  • 기자명 변금주

12일, 전통 명절인 ‘대보름’이었다.
 
가장 큰 달이 뜨는 날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이날이면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더위팔기, 부럼 깨물기 등의 풍속을 통해 한 해 동안의 건강을 소망했다. 특히나 이날은 먹거리가 풍부한 날이다. ‘상원절식(上元節食)’이라 하여 복쌈, 진채식, 귀밝이술, 오곡밥 등을 먹었다.
 
조상들은 왜 대보름을 중요한 명절의 하나로 여기며, 이날 먹는 음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이순란 전통음식연구팀장과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의 도움으로 전통음식의 의미와 효능을 알아봤다.
 
◆상원절식은 몸을 지키는 음식
대보름 음식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음식이다. 채소와 과일이 풍부하지 않았던 옛 시절 묵은 나물은 겨우내 부족해진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를 도와 주는 훌륭한 식품이다. 오곡밥 역시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는 음과 땅을 상징하는 달의 움직임을 중요시한 까닭에 가장 큰 달이 뜨는 이날을 맞아 겨울의 묵은 기운을 털어내고 농사 짓을 준비를 시작했던 것. 음식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몸의 원기를 북돋아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을 즐겨 먹었던 습속이 전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곡밥과 약식=궁궐과 반가에서는 약식을 즐겨 먹었고 서민들은 오곡밥을 주로 해 먹었다. 오곡밥은 찹쌀, 차수수, 팥, 차조, 콩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넣어 지은 밥. 탄수화물 섭취에 치우친 쌀밥과는 달리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균형 잡힌 음식으로 평가된다. 오곡밥에는 다음해에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담겨 있다. 대보름 날 세 곳 이상 다른 성(姓)씨 집에서 지은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아진다 하여 오곡밥을 서로 나눠 먹었으며, 또 하루 동안 아홉 번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해 여러 차례 먹기도 했다. 약식은 찹쌀, 대추, 밥, 꿀, 잣 등을 섞어 찐 밥으로 신라 시대부터 전해진 대보름 음식이다.
 
▲부럼=‘동국세시기’를 보면 ‘상원(대보름) 이른 새벽에 날 밤, 호두, 은행, 무 등을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라고 두 손 모아 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듯 호두, 밤, 잣, 은행 등을 깨물며 한 해의 무사태평과 건강을 기원했다. 호두는 호흡기 기능을 보강하고 기침, 가래를 삭여준다.
 
잣은 한방에서도 자양강장제로 쓰이는 식품. 단백질과 지방유가 있어 관절 질환과 신경통 환자에게 좋다. 변비를 없애주며 건조한 호흡기의 윤활제로 천식에도 사용한다. 견과류는 전체적으로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우리 몸에 필요한 양질의 지방을 얻을 수 있고 기운을 돋워준다.
 
▲진채식과 복쌈=진채란 묵은 나물을 뜻한다. 박나물, 버섯, 순무, 콩나물, 고사리, 시래기 등 갖은 나물을 묵혀 두었다가 이날 무쳐서 먹었다. 이것을 먹으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복쌈은 취나물, 배춧잎, 김 등으로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말한다. 이 복쌈을 여러 개 만들어 그릇에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서 성주신에게 올린 다음 먹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쌈을 쌓아 먹은 것에는 풍년 들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붉은 색은 악귀를 쫓는 색이라 하며 먹었던 ‘팥죽’, 청주를 데우지 않고 차게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는 ‘귀밝이술’ 등의 대보름 음식이 있다.

 
◆이런 대보름 음식 어때요=인구의 80% 이상이 도시에 살다 보니 대보름의 중요성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대보름에 먹었던 음식이 환절기 입맛을 돋워주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 대보름 음식을 현대적으로 응용하면 다양한 가족 입맛을 맞추기도 좋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수정과 셔벗(왼쪽), 나물주먹밥

 
★나물주먹밥
취나물·고사리 넣은 웰빙식


취나물, 도라지, 고사리나물 등 복쌈이나 진채식에 쓰이는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주먹밥이다. 이웃들과 나눠 먹거나 나들이 도시락 재료로도 손색이 없다. 재료: 밥 3공기, 도라지 나물 30g, 취나물 50g, 다진 쇠소기 30g, 고사리나물 30g, 김 2장, 식용유 적당량. 고기 양념(간장 1/2 작은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깨소금 1/2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설탕 약간,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① 도라지나물, 취나물, 고사리나물은 1㎝ 길이로 썰어 준비한다. ② 다진 쇠소기를 핏물을 제거한 뒤 만들어 놓은 고기 양념으로 밑간을 하여 고기를 볶아 식힌다. ③ 밥과 나물, 볶은 소고기, 소금, 참기름을 넣고 고루 비벼 주먹밥을 만든다. ④ 김은 구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먹밥을 싼다.

 
★수정과 셔벗
수정과 얼려 호두·잣 살짝


전통 음료인 수정과를 얼려 낸 후 먹기 전에 호두, 잣 등을 까 올리면 된다. 아이들이 좋아 할 수 있는 부럼깨물기 겸용 후식 메뉴다. 재료: 계피 생강물 3컵(생강 30g, 설탕 5큰술, 황설탕 5큰술), 곶감 2개, 잣 약간, 호두 약간. 만드는 법: ① 계피 생강물을 먼저 만든다. 생강은 껍질을 벗겨 얇게 저미고 물 3컵을 부어 은근한 불에서 서서히 끓인 다음 고운 체에 거른다. ② 통계피도 물 3컵을 부어 끓인 후 고운 체에 거르고 생강물과 합해 설탕을 넣어 다시 끓인 후 식힌다. ③ 계피 생강물을 냉동실에 넣어 얼린다. ④ 얼린 계피 생강물을 포크로 긁어 잘게 만든 후 다시 얼린다. 이 과정을 3번 정도 반복한다. ⑤ 곶감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④ 그릇에 얼린 셔벗과 곶감을 담고 호두, 잣과 함께 낸다.


 
★떡튀김
명절 남은 가래떡에 탕수 소스 버무려

명절에 남은 떡을 탕수 소스에 버무린 요리다. 재료: 가래떡 200g,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표고버섯 30g, 브로콜리 50g, 붉은 피망 30g, 파인애플 50g, 양파50g, 튀김옷(달걀 흰자 1개, 밀가루 5큰술, 녹말가루 5큰술, 물 5큰술, 물 녹말 1~2큰술, 닭 육수 1컵, 튀김·기름 적당량), 간장소스(설탕 5큰술, 간장 2큰술, 식초 3큰술, 청주 2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가래떡은 3㎝ 길이로 썰어 이등분한 후 끓는 물에 데쳐 참기름,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② 브로콜리는 칼로 작게 떼어내 끓는 물에 데치고 붉은 피망, 양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팬에 살짝 볶는다. ③ 파인애플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④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저며 썰고 간장, 설탕, 참기름을 넣어 양념한다. ⑤ 볼에 튀김옷을 넣고 고루 섞어 손질해 둔 떡과 표고버섯에 튀김옷을 입혀 섭씨 160도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다. ⑥ 닭 육수와 간장 소스를 넣어 끓이다 물 녹말을 넣어 걸쭉하게 탕수 소스를 만든다. ⑦ 튀긴 떡과 볶은 채소, 파인애플을 그릇에 담고 먹기 전에 만든 탕수 소스를 끼얹어 낸다.
 
〈요리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이순란 전통음식연구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