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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차 대두’ 정말일까?… 美 시장에서 본 친환경차 미래

  • 기사입력 2015.10.05 13:21
  • 최종수정 2015.10.06 11:09
  • 기자명 신승영 기자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차 시장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클린 디젤의 몰락’, ‘전기차 시대의 서막’ 등과 같은 의견이 대표적이다. 친환경차 시대가 정말 다가왔을까? 폭스바겐 스캔들의 시작이자,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인 미국에서 그 미래를 살펴봤다. 

테슬라 모델S

 미국 자동차 시장은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년동기대비 5.1% 증가한 1299만5877대를 달성했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확대됐으며, 실업률 하락과 주택 시장 안정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속된 유가 하락으로 SUV 및 픽업트럭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SUV 및 픽업트럭 판매는 지난해보다 약 70만대가 늘어난 반면, 승용차 판매는 20만대 가까이 감소했다. GM·포드·크라이슬러(FCA) 등 빅(Big) 3의 경우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SUV 및 RV 차종과 픽업트럭이다. 토요타·혼다·닛산 등도 승용차 판매가 위축된 반면, CUV 라인업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차 판매는 크게 감소했다. 지난달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전년대비 16.9%가 감소했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은 33.9%가 급락했다. 같은 기간 디젤차 판매는 2.3% 하락에 그쳤지만, ‘클린 디젤’을 주도했던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디젤차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음에 따라 4분기 판매가 폭락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경우 강력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두 자릿수 판매 성장세를 달성했다. 그러나 테슬라 모델S와 BMW i3,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일렉트로닉 등 일부 신차 판매만 늘어났을 뿐, 실제 시장점유율(M/S)은 오히려 감소했다. 더욱이 조지아주를 비롯한 일부 주정부에서 하반기 세제 혜택을 폐지함에 따라 판매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친환경차 판매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유가 하락에 있다. 친환경차가 각광을 받았던 당시, 미국 내 가솔린 가격은 갤런(3.78ℓ)당 4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달 현지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2.5달러 이하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1년 간 유가가 30% 이상 급락함에 따라 차량 유지비가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공간활용성과 다목적성을 갖춘 SUV 및 픽업트럭으로 소비자 눈길이 돌려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가솔린 평균 가격이 내년 말까지 갤런당 3달러 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0년까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저유가 상태가 지속되는 한 친환경차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체감하기가 어렵다.

포드 F150

 결국 현시점에서 미국 내 친환경차의 미래를 좌우할 요인은 기업평균연비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업체별 판매 차량의 평균 연비를 갤런당 54.5마일(리터당 23.14km)에 맞추도록 규정했다.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도하는 토요타의 경우 해당 목표를 초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난색을 표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빅(Big) 3를 중심으로 CAFE 규정 완화를 위한 로비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미국 환경보호국(EPA)도 오는 2017년부터 도입될 연비 규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앞서 환경보호국은 CAFE 규정과 실제 도로 주행 연비가 20% 이상 차이가 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환경보호국은 이번 폭스바겐 스캔들을 기점으로 실주행 연비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비보다 실질적인 배출가스 규제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전망이다. 기업평균연비 규제 수치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도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이다. 캘리포니아주만 벗어나면, 충전 인프라 문제와 가격적 한계에 직면한다. 중국도 전기차 판매가 세 자릿수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도시 차량 등록 제한 면제와 같은 정책적 영향이 크다.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을 포함, 친환경차 미래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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