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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위스퍼 디젤’ 엔진은 날개 돋친 듯 팔릴까‥쉐보레 트랙스 디젤

인천 영종도와 주변 섬을 달린 2시간의 체험기

  • 기사입력 2015.08.26 00:07
  • 최종수정 2015.08.31 09:07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영종도=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리모컨 키의 열림 버튼을 누르고 운전석을 열었다. 승용차보다 살짝 높은 의자에 앉았다. 시트가 조금 작다. 중형세단에 비해서다. 평소에 그랬듯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려고 했지만 아뿔싸..키를 꼽아야한다. 시동음은 경쾌하다. 부드럽다. 이제는 나이를 증명하는 것이라는 이른바 ‘돼지꼬리’ 따위는 최신 디젤차에서 볼 수 없다. 키를 ‘on’까지 돌리고 돼지꼬리 모양의 알림이 꺼져 예열이 될 때까지 3초 정도 기다려야했던 과거의 추억이다. 차에서 다시 내려 꽁무니를 확인하니 ‘LTZ’ 모델이다. 트랙스 디젤 가운데 가장 비싼 차다. 2495만원. 정확히 어중간한 가격이다. 이 차급의 베스트셀러 르노삼성의 QM3는 2280만원~2570만원, 새로 나온 강적 현대차 투싼 1.7은 2340만원~2680만원이다. 이 가격이면 독일차 폭스바겐 폴로 1.6디젤(2530만원)도 노려볼 수 있고 새로 나온 현대자동차 쏘나타 1.7 디젤(2495만원~2950만원)도 사정권이다. 어중간한 가격의 끝판왕이다.

▲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 앞에서 쉐보레 트랙스 디젤의 시승이 시작됐다

 가격을 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니 ‘왜 이차를 사야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적재공간이 넓어서? 그렇다면 11인승 쌍용차 코란도투리스모도 비슷한 가격에 있다. 연비가 좋아서? 라고 하기에는 투싼(15.6), QM3(18.5)가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쉐보레 트랙스 디젤은 어떻게 생존해야할까. 무엇인가 다른 매력이 있어야 이 차는 살아날 것이다. 그 매력을 찾아봐야겠다.

▲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버튼수를 최소화한 쉐보레의 실내 디자인
▲ 영종도에서 신도로 향하는 카페리. 왕복 2만원으로 평소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간다.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출발한 시승은 공항 외곽도로를 한 바퀴 돌아 북쪽으로 향했다. 삼목 여객터미널에서 카페리에 차를 싣고 북쪽으로 약 7분 거리의 섬 신도로 들어간다. 나지막한 구봉산을 한 바퀴 돌고 연도교를 건너 시도로 들어가고 또 다시 연도교를 건너 모도로 넘어간다. 목적지는 왕복 2시간. 시승 코스로는 짧은 편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에서는 와인딩 코스라고 하지만 왕복 2차로에 농업용 기계가 달리니 차의 참 맛은 알기 힘들다.

▲ 독일 오펠의 1.6 디젤 엔진이 들어갔다.

 그나마 고속을 달린 영종도 구간에서는 소음, 진동, 거슬림의 3박자인 NVH 가운데 진동의 억제가 인상적이다. 이 차에 들어간 엔진은 GM의 독일 자회사 오펠에서 만든 것이다. 공장은 헝가리에 있다. 1.6리터 엔진을 트랙스의 형제차 ‘모카’에 적용하면서 ‘속삭이는 디젤(위스퍼 디젤)’이란 별명을 붙였다. GM 스스로 붙인 별명으로 추정된다. 말뜻을 그대로 믿고 엄청난 소음 저감 효과를 기대했지만 소음보다는 진동의 억제가 느껴진다. 얼마 전 시승했던 쌍용자동차 티볼리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스티어링휠까지 덜덜 떨리는 것과 비교하면 트랙스 디젤은 가솔린 세단 수준이다. 주행 느낌은 ‘위스퍼’ 보단 마치 예전 독일 BMW의 6기통 엔진의 별명인 ‘실키’에 가깝다. 단, ‘그만큼’이 아니라 ‘차라리’ 실키가 어울린단 말이다.

▲ 쉐보레 에코텍 1.6 디젤 엔진

 고속구간에서 변속기를 가장 아래로 끌어내려 ‘M’모드 주행을 시작했다. 변속기 손잡이 옆에 ‘+, -’ 버튼이 붙어있고 이를 이용하면 수동변속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회전수가 높지 않은 디젤 엔진이라 3000rpm 이후 반응이 둔해진다. 토크곡선을 확인해보니 2250rpm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 최대토크는 경쟁모델인 쌍용 티볼리보다 높다지만 가솔린 엔진의 느낌과는 역시 다르다. 회전이 아니라 힘으로 달리는 디젤차의 특징이다. 높은 엔진회전수를 쓸 필요가 없는데도 변속기는 2단에서 3단으로, 3단에서 4단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M 모드에서 높은 엔진회전수로 계속 밟아대도 그냥 버틴다. 요즘말로 ‘의미 없다.’

 연도교를 지나 작은 섬으로 들어가니 산길과 농로를 지난다. 디젤 엔진을 얹으면서 핸들링과 서스펜션을 약간 튜닝 했다고 쉐보레가 밝혔는데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튜닝을 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가솔린보다 더 무거운 엔진을 얹었는데 운전자와 교감하는 스티어링이 기존과 비슷한 느낌이다. 무게를 감안한 세팅 덕분이다. 쉐보레 역시 전자식파워스티어링을 사용하지만 묵직하고 단단하다. 물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대차, 기아차와 비교해서다. 아직까지도 유압식 스티어링차를 타고 있는 입장에서는 쉐보레의 핸들링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유격이 없는 느낌이다.

▲ 쉐보레 트랙스 디젤의 운전석. 기존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는 없다. 사진은 LTZ 사양

 핸들을 잡는 자세는 약간 어색하다. 양손의 위치가 10시 10분인 것을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하는데 쉐보레는 왼손은 10시30분에, 오른손은 1시30분쯤에 있다. 방향지시등도 둥글고 뭉툭한 긴 것이 10시30분쯤에 올라와있어 역시 어색하다. 브랜드마다 있는 차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실내를 둘러보니 중앙 스크린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딱딱 누르는 버튼은 몇 개 없다. 반자동(?)쯤인 다이얼식 공조장치를 제외하면 라디오, 스마트폰연결 등은 모두 터치식 LCD 화면으로 이뤄진다. 오디오의 볼륨 조절까지 터치로 만든 것은 아쉽다. 하드웨어 버튼보다 소프트웨어 버튼이 더 유연하고 비용도 적게 들겠지만 운전하다 한방에 딱 누르는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스파크에도 적용한 안드로이드오토나 카플레이를 적용한 것도 아니지 않나. 만약 이 차를 산다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부품 값이 약 47만원이라는 스파크의 안드로이드오토를 이식해야겠다.

▲ 송풍구 사이에는 기존 쉐보레 디자인과 통일성을 고려한 공간이 있다. 스마트폰을 세로로 넣으니 적당히 들어간다.
▲ 시속 100km/h에서 엔진회전수는 2000rpm 아래에 위치했다. 낮은 회전으로 고속주행이 가능해 연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승자에게 핸들을 넘겨주고 조수석으로 옮겼다. 어색하다. 시트가 껑충하다. 높낮이가 조절되지 않는 조수석 시트는 운전석보다 높다. 앞으로 나란히를 하듯 나오는 팔 받침도 없다. 조수석에 누군가를 앉혀놓고 ‘모신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런다고 뒷좌석 역시 ‘모신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차는 소형 SUV다. 플랫폼은 소형차 아베오와 유사한 차다. 실내 공간에서 큰 기대를 하면 안된다. 다만 뒷좌석 시트가 6:4로 폴딩이 되니 길다란 짐을 싣는데 문제는 없다. 뒷좌석에 183cm보다 길다란 사람이라면 좌석을 폴딩하고 눕는게 더 편할 듯하다.

▲ 쉐보레 트랙스 디젤
▲ 쉐보레 트랙스 디젤
▲ 쉐보레 트랙스 디젤

 쉐보레는 ‘안전’을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충돌안전성 테스트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가솔린 모델 이야기지만 파워트레인만 바꾼 것과 마찬가지니 같은 정도의 안전성을 갖췄다. 6개의 에어백을 전 모델에 기본장착했고 차체자세제어장치를 기본적용했다.

 하지만 쉐보레가 강조하는 ‘안전’은 아전인수 겪이다.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에어백과 차체자세제어장치를 기본적용했다는 설명은 틀렸다. 2013년부터 차체자세제어장치는 의무 사항이다. 다만, 기존 출시한 모델에 대해서는 유예했다.

 따라서, 법보다 앞서 적용한 것이 아니라 가장 늦게 적용한 셈이다. 이 차가 아직 적용하지 않은 안전사양에는 ‘주간주행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7월부터 생산하는 신차는 모두 장착하게 되어있다. 국내에서는 교통사고를 약 19%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의무화했지만 트랙스는 ‘신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제외했다. 만약 안전이 가장 우선 요소라면 주간주행등도 적용했어야 마땅하다.

▲ 쉐보레가 공개한 경쟁모델 쌍용 티볼리와의 엔진회전수 대비 최대토크 곡선
▲ 쉐보레 트랙스의 트렁크 공간
▲ 유로6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트랙스는 대형차가 아니라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고 필터 방식으로 배출가스를 줄였다.

 두어시간의 트랙스 디젤 시승에서 연비는 12.9km/l와 15.9km/l를 기록했다. 앞에 것은 일반적인 주행으로 고속국도, 산길, 농로를 달린 결과고 뒤에 것은 영종도에 들어와 약 20km 구간을 고속으로 달린 결과다. 디젤 엔진의 특성상 고속 위주의 주행에는 공인연비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차시 시동을 꺼주는 ISG 같은 옵션이 없는 상황에서 시내 연비는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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