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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형만한 아우 있다” 현대차 투싼 2.0, 1.7 비교해보니

  • 기사입력 2015.03.31 18:00
  • 최종수정 2015.04.01 13:50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애리조나의 도시 ‘턱슨(TUCSON)’을 ‘투싼’이라고 부른지 벌써 10년이 됐다. 우리에겐 투싼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아직도 외국에서는 턱슨이라 부르는 경우도 많다. 현대차는 싼타페, 베라크루즈같은 지명을 자동차에 사용했다. 주로 SUV에서다. 3세대 투싼은 지난 17일 처음 등장했다. 현대차가 최근 신차를 내놓으며 강조하는 ‘기본기’가 역시 이번에도 포인트였다. 차체에는 고장력 강판(AHSS)을 기존 18%에서 51%까지 확대 적용했고 충돌예방장치, 다운사이징 엔진 등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확실하게 반영했다. 아직도 유로5 차를 판매하는 국내 수입차 업계와 비교하면 투싼이 유로6로 등장한 것은 앞서가려는 행보로 보인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인천 송도에서 영종도로, 다시 청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다. 2.0리터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과 1.7리터 디젤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을 모두 시승했다. 차이는 뚜렷했고 현대차가 지향하는 방향도 뚜렷했다.

 현대차 투싼은 국내에서 기아 스포티지와 함께 중형 SUV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쌍용차의 코란도C나 쉐보레의 캡티바가 있지만 한 세대 이전의 모델이다. 수입차 가운데는 폭스바겐의 티구안이 경쟁 모델로 떠오르지만 투싼의 최고급 옵션 모델보다 더 비싼 가격에 직접적인 경쟁은 어렵다. 다만, 유럽에서는 경쟁상대가 될지 모르겠다.

투싼 2.0

 현대차는 투싼을 출시하며 2개의 파워트레인을 선보였다. 모두 올해 9월부터 적용하는 유로6 기준을 맞췄다. 2.0 디젤은 수동 혹은 6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2WD 모델 복합기준 13.9km/l에서 15.0km/l의 연비를 보인다. 연비를 개선하기위해 정차상태에서 엔진을 멈추는 ISG도 탑재했다. 가격은 2250만원부터 시작해 옵션을 추가하면 3700만원선까지 올라간다. 시승차는 이 가운데 4륜구동이 빠지고 브라운 가죽시트 등 최고급 옵션을 모두 포함한 모델이다. 투싼의 최고급 모델인 프리미엄에는 플래티넘 에디션을 추가할 수 있는데 브라운 내장 가죽시트와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러기지스크린, 레인센서 등이 추가된다.

▲ 현대차 투싼 2.0
▲ 현대차 투싼 2.0
▲ 투싼의 운전석 시트는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기존 모델보다 10mm 낮췄기 때문이라는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 있엇지만 어색한 착좌감은 버릴 수 없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엉덩이의 느낌이 다르다. 기존모델에 비해 10mm 높이를 낮췄다. 전동시트를 아래로 계속 내렸다. 수입차에 비해 껑충하게 올라온 시트 포지션이 국산차의 특징이었다. 자세가 낮아지니 SUV의 껑충한 느낌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어색하다. 허벅지와 닿는 시트의 길이가 짧다. 실내가 넓어 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장거리 운전에는 불편할 수 있다. 

 브라운 내장재는 고급스럽다. 대시보드와 도어까지 브라운과 블랙의 컬러를 매치했다. 재질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컬러를 바꿔 고급감을 더했다. 특이한 것은 버튼의 컬러도 브라운으로 맞춘 것. 과감한 컬러의 적용이 돋보인다.

 현대차의 2.0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적절하게 뛰어나다. 폭발적인 가속성능은 아니지만 꾸준히 치고 나간다. 소음을 매우 억제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넘나들어도 불안한 느낌은 없다. 고속주행을 이어가면 연비는 15km/l가까이 나온다. 시내 주행에서는 정차시 엔진을 자동으로 정지하며 높은 연비를 유지했다.

▲ 투싼 2.0 플래티넘 에디션을 적용한 최고급 모델의 옵션 버튼들

 내비게이션은 아마도 국내에 판매중인 애프터마켓 제품까지 합해도 가장 좋은 성능이 아닐까싶다. 오디오와 DMB까지 결합한 내비게이션은 반응도 빠르고 과속카메라 정보를 포함한 지도의 구성도 좋다. 자동차와 내비게이션의 조합에서는 국내 어느 브랜드보다 뛰어나다.

 겉보기엔 조금 작은 싼타페처럼 생겼고 기존 투싼을 조금 바꾼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까이서 살펴보면 완전히 다른 차다. 문과 차체가 맞닿는 부분의 디자인도 완전히 바뀌었고 뒷좌석 안전벨트가 내려오는 모양이나 시트의 모양까지 모두 바꿨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있지만 초고속 영역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은 시승을 통해서만 느껴지는 변화다. 경쟁모델로는 폭스바겐의 티구안, 닛산의 캐시카이 등이 있지만 투싼은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 엔진 출력은 높고 변속기는 듀얼클러치를 적용하지 않아 아쉽다. 대신 비슷한 연비는 유지하고 있고 유로6를 추가하고 차체를 강화한 것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있다.

투싼 1.7

 기본적으로 투싼 2.0 모델과 동일하다. 하지만 많은 옵션을 뺐다. 그 자리엔 화려한 컬러의 인테리어를 사용하며 시선을 유도한다. 이미 i40 등을 통해 알려진 파워트레인이다. 1.7리터 디젤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어울렸다. 현대차는 다운사이징 엔진을 넣으며 연비를 개선했고 최근 유행하는 소형 SUV 시장도 투싼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 현대차 투싼 1.7 아라 블루 에디션
▲ 현대차 투싼 1.7 아라 블루 에디션
▲ 현대차 투싼 1.7 아라 블루 에디션의 실내

 현대차에 따르면 출시 후 보름간 투싼은 1만300대 계약됐다. 이 가운데 출고된 물량은 2000여대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공장에서 구형 모델과 혼류생산을 하고 있으며 신차가 나오면 으레 그렇듯이 노조와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4월부터는 5000대 수준 이상으로 월간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물량을 모두 소화하려면 2~3달은 걸릴 듯하다.

 지금까지 이뤄진 계약을 분석해보면 현대차의 1.7 엔진 도입은 뛰어난 전략이었다. 전체 계약의 48% 정도가 1.7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연비가 좋은 파워트레인 때문이기도 하고 값이 저렴해서일 수도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1.7 모델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은 트림은 옵션을 모두 포함해서 2500만원 정도라고 한다. 2.0 모델은 2800만원~3000만원 정도의 가격대가 인기를 끈다. 신차 출시 후 세간에 알려진 4000만원에 육박하는 풀옵션 모델은 실제 계약이 이뤄진 사례가 드물다. 현대차의 조사결과로 미뤄볼때 소비자들은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의 투싼을 구입하고 있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수입 SUV와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1.7 모델의 운전석에 앉으려는데 너무나 눈에 띄는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이 차를 구입해야한다면 잠시 망설이지도 모른다. 현대차가 과감하게 내놓은 ‘아라 블루 셀렉션’이라는 색상은 부담스럽다. 젊은 소비자를 공략한다고 주장했는데 과연 투싼을 패션카로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실내로 들어오니 더 화려하다. 송풍구 주변을 외장컬러와 동일하게 칠했다. 스티어링휠에도 눈에 띄는 파란색이 들어갔다. 시트 뒤 포켓에도, 대시보드의 스티치에도 파란색이 들어갔다. 포인트가 너무 많으면 과도한 법. 좀 더 안정된 디자인이 필요하겠다.

 현대차는 뛰어난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며 상품의 변별력을 위해 고급 옵션을 뺐다. 가죽 시트나 자동긴급제동시스템, 스마트 후측방 경보장치는 선택할 수 없다. 주차와 탈출을 모두 지원하는 자동주차보조시스템도 1.7 모델에는 없다. 형보다 못한 아우가 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덕분에 가격은 3000만원을 넘기지 않지만 작은 엔진을 선택한 소비자는 고급 옵션도 선택하지 못하게 한 전략은 아쉬움을 남긴다.

 

 1.7 모델의 시승을 시작하며 곧바로 시속 100km/h까지 가속했다. 경쾌한 DCT의 느낌을 기대했다. DCT는 주로 폭스바겐의 차에서 많이 봤다. 모두 숨쉴틈없이 변속을 이어가며 무엇인가 짜릿한 쾌감을 준다. 하지만 현대차의 DCT는 얌전하다. 변속은 빠르게 이어지지만 짜릿하지는 않다. 가속도 그렇고 무엇인가 힘이 빠진 느낌이다. 가속하며 찍은 영상을 살펴보니 제로백은 11.12초쯤이다.

 

총평

 현대차의 상품 분류는 무척 간단하다. 큰 차가 고급이고 고성능이다. 그리고 비싸다. 형을 뛰어넘지 못하도록 아우의 재능을 억누른다. 투싼의 2.0 모델은 익숙한 차에 새로움을 더했다. 반면 1.7 모델은 동급 세그먼트에서 최고로 올라설 잠재력을 가졌다. 하지만 옵션과 사양에서 2.0 모델을 뛰어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젊은 고객이라 배기량도 작고 가격도 저렴한 차를 찾을 것이란 생각은 오해다. 파노라마선루프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듯 1.7 엔진과 DCT 역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현대차 투싼 1.7 아라 블루 에디션. 2.0 모델과 배기구의 모양이 다르다
▲ 현대차 투싼 2.0 모델. 오른쪽 배기구를 강조했다.

 상품 구성을 제외하면 투싼은 국내 고객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모습이다.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를 위해 고속에서도 뛰어난 정숙성을 갖췄다. 최근 등장한 쏘나타, 싼타페 역시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편의사양은 동급 최강이다. 가격도 유로6와 차체 개선을 고려하고 특히, 수입차 때문에 높아진 소비자들의 차 값 한계선을 고려하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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