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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정비 시간 들쭉날쭉…‘최고 4배 차이’ 표준화 시급

  • 기사입력 2015.02.27 12:48
  • 최종수정 2015.03.02 15:52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오토데일리 이상원 기자]높은 수입차 수리비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입차와의 사고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줄어 들기는 커녕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수리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이유는 국산차에 비해 크게 높은 공임과 이해하기 어려운 긴 작업시간, 비싼 부품값, 그리고 수리기간 동안의 어마어마한 렌트비용 때문이다.

정부는 수입차 부품값 공개 의무화와 함께 공임 및 표준시간을 각 정비센터에 부착, 정비 투명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그야말로 완벽한(?) 형식에 그치고 있다.

연동되고 있는 수리시간과 렌트비용 역시 이렇다 할 규제 장치가 없어 각 딜러사나 정비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닛산차 등 일부 수입사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본사로부터 받은 표준 시간과 공임표,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주요 부품가격표를 만들었지만 정비사업조합이 만든 이해 못할 기준표가 배포되면서 이를 사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 수리비 문제의 핵심은 보험사에 청구하는 작업지시서의 작업시간과 부품값, 작업범위에 대한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방송사는 BMW 차량의 ‘수리 시간’에 관한 방송을 내 보낸 바 있다.

딜러사가 아닌 일반 정비센터에서 같은 차량의 범퍼와 부품을 떼어낸 뒤, 다시 부착하고, 점검을 끝내는데 단 13분이 걸렸다.

BMW 본사는 준비시간 등을 합쳐 이 작업을 하는 데 걸리는 표준 작업시간을 1시간으로 정하고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BMW 딜러사들이 국내 보험사에 청구한 작업시간은 딜러사별로 2.8시간에서 4.3시간이었다.

앞 범퍼는 3시간에서 6시간으로 BMW 본사가 있는 독일의 1.67시간보다 2-3배 이상 길었다.

앞 휀더 역시 교환시간이 독일은 1.67시간, 국내는 2시간에서 5.3시간으로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는 달랐다. 벤츠E300의 앞 범퍼를 교환하는 표준시간은 2.2시간, 앞휀더는 1.1시간, 뒷 범퍼는 1.2시간으로 모든 국내 들러사들이 본사와 같은 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의 작업시간 적용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확인결과 사용하고 있는 수리견적 프로그램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 딜러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리견적 프로그램은 미첼(Mitchell), 메르세데스 벤츠는 아우다 텍스(AUDATEX)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미첼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아우다텍스는 유럽지역에서 각각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의 대표적인 수리 견적 프로그램이다.

 

이 두 프로그램의 정비시간을 비교해 본 결과 BMW 528i의 앞 범퍼 교환시간은 3.9시간으로 벤츠 E300의 2.2시간보다 1.7시간이 길었다.

또, 앞 휀더와 뒷 범퍼도 3시간과 2.5시간으로 벤츠 E300의 1.1시간과 1.2시간보다 2배 이상 긴 것으로 파악됐다.

최고급모델인 BMW 750i와 벤츠 S500의 비교에서도 BMW 750i가 앞 범퍼 5시간, 앞 휀더 4.4시간, 뒷 범퍼 3.3시간으로 벤츠 S500의 2시간, 1.1시간, 1.5시간보다 2배에서 많게는 4배가 긴 것으로 나타났다.

두 프로그램 간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아우다텍스측은 "각 제작사 본사가 제공하는 표준 작업시간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미첼은 아이카 등 다른 자동차 정비기관들의 데이터를 통해 자체적으로 만든 시간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간만으로 비교해 보면 미첼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의 수리비용이 훨씬 비싸게 나온다. 하지만 메이커나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른 공임 때문에 전체 수리비용은 비슷하다는게 미첼측의 주장이다.

즉 아우다텍스 프로그램은 공식 정비시간은 짧지만 공임이 높게 책정돼 있고 미첼은 정비시간은 길지만 공임은 낮아 결국 전체 수리비용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이나 아우디 등 일부 수입차들은 아우다텍스와 미첼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하다 보니 같은 곳에서 같은 차량을 수리해도 수리견적에서 차이가 나는 헤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 딜러사가 아우다텍스 프로그램을, BMW는 미첼을,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양 프로그램을 병행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 토요타, 혼다차 등은 자체 수리 견적 프로그램을, 포르쉐는 자체 프로그램과 아우다텍스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시간당 공임은 각 딜러사별로 다를 수 있지만 같은 차종의 작업시간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어떤 수리견적 프로그램이든 제작사가 정해 놓은 작업 매뉴얼과 시간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하는 것이 정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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