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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운전자 없는 사우디가 여성의 운전을 허용한다?

  • 기사입력 2016.12.02 13:13
  • 최종수정 2016.12.02 13:40
  • 기자명 박상우 기자
'운전을 허용해달라'며 시위하는 사우디의 여성들.

[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왕자가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해 주목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사우디의 왕자가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왕가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Prince Al-Waleed bin Talal)가 자신의 트위터에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운전할 수 없는 나라이다. 이는 여성의 권리에 대해 보수적인 이슬람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운전을 할 수 없고 외출을 하려면 꼭 남성과 같이 동행해야하는 등 여성의 권리가 매우 낮다.

여기에 사우디의 이슬람 성직자가 "여성이 운전을 하면 출산에 문제가 생기고 난소를 다칠 위험이 있다"며 여성의 운전을 반대한 적도 있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인 빈 탈랄 왕자가 이를 부정하는 주장을 피력한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

그는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대한 논쟁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사우디의 여성이 자신의 차량으로 운전할 때가 왔다’는 제목의 글도 함께 올렸다.

빈 탈랄 왕자는 “일부에선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는 것이 국가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현재 독립적인 정체성을 회복하고 교육을 받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제한하는 것은 전통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종교의 가르침에 의해 허용 한 것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발언이 현재 사우디의 경제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유가가 한 때 배럴당 40달러선까지 무너지자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100억달러(약 11조7,32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 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몇 개월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재정상황이 나빠졌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지출을 14% 가량 삭감한 데 이어 연료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국내 휘발유 가격을 최고 67%까지 전격 인상했다. 전기, 수도 등의 공공 요금도 올렸다.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를 무더기 해고하는 등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줄이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 그것이 바로 외국인 운전수이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

사우디의 일부 가정들은 사우디 내에서 여성이 운전을 하지 못하자 여성이 외출할 때 동행할 수 있도록 매월 1천달러(117만 원)를 지급하며 외국인 남성을 운전수로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재정 상태가 나빠지자 외국인 운전수에게까지 지급하는 비용을 줄이고 여성의 노동참여율을 높이고자 여성이 직접 운전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것이라고 일부 외신들은 분석했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가 직접 여성의 권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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