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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인재들이 떠난다’…대우車와 평행이론?

  • 기사입력 2014.01.17 00:36
  • 기자명 신승영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최근 자동차 업계 내 인력이동을 살펴보면 한국지엠 출신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CRM(고객관계관리)팀을 비롯해 양재동 본사에 위치한 마케팅 사업부에도 한국지엠 출신 관리직원이 대여섯명이나 새롭게 영입됐다. 정확한 숫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개발(R&D) 부문에도 한국지엠에서 자리를 옮긴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도 한국지엠 출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R&D 역량 강화에 나선 르노삼성은 이달 말까지 경력직(2년차 이상) 연구개발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이번 르노삼성의 경력직 채용에는 한국지엠 전·현직 연구원들이 상당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일반 사무직 경력사원 모집에서도 한국지엠 출신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르노삼성 디자인센터도 르노 그룹 아시아지역 총괄 센터로 승격됨에 따라 인력 충원이 예고된 상황이다.
 
국산차 뿐만 아니라 수입차 업계에서도 주요 딜러사(社)를 중심으로 관리직급 영입에 나섰다. 한 헤드헌터의 말에 따르면 퇴직자는 물론, 현재 한국지엠에서 근무하는 이들까지도 이직을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국지엠을 떠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2012년 3월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부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사무직 희망퇴직이 진행됐다. 호샤 사장은 올해도 사무직 희망퇴직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차세대 크루즈 생산지에서 제외됐다. 크루즈는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쉐보레 모델이다. 더욱이 지난 연말 GM 본사에서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한국지엠은 연간 18만대 규모의 수출 생산 물량도 사라지게 됐다. 
 
게다가 최근 디자인·연구개발 등에 5년간 8조원을 투자하는 ‘GMK 20XX’ 프로젝트도 재검토됨에 따라 임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마치 10여년 전 대우자동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후, ‘대우맨’들의 행보와 흡사하다. 지난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우차는 구조조정 및 매각 절차를 밟았다. 승용차 부문은 GM이 인수했으며, 상용차와 버스는 인도 타타 그룹과 영안모자로 각각 넘어갔다. 자동차판매(대우자판)은 여러 투자사들을 거쳐 최근 영안모자로 부분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대우맨들이 회사를 떠났다.
 
10여년 전 대우 출신들은 수입차 업계로 대거 이동했다.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을 역임한 한영철 프라임모터 대표를 비롯해 한성자동차와 더 클래스 효성에서 대표이사을 지낸 박재찬 전(前) 사장, 크라이슬러코리아 대표를 맡았던 안영석 르노삼성 상무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대우차 출신들은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수입사 및 딜러사에서 중책을 맡았으며, 수입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끌었다.
 
대우차 출신들은 풍부한 해외 경험과 딜러십 구조의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 및 세일즈, 그리고 경영 기획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비슷한 시기, 현대그룹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수입차 업계로 자리를 옮긴 기아차 출신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한국지엠 출신들도 최근 업계에서 환영받는 존재다. 과거 수입차 업계에 한정됐던 대우차 출신보다 오히려 찾는 곳들이 더 많다. 
 
이들에게 대우차 때부터 이어진 국제적인 감각과 글로벌 마인드는 GMIO(GM 해외사업부)와의 긴밀한 업무를 통해 한층 다져졌다. GM의 글로벌 표준에 따른 다양한 사내 교육 훈련 프로그램은 국산차 업체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드물게 여성 직원에 대한 교육 및 지원 수준도 높다. 
 
앞서 언급한 현대차 CRM팀으로 이직한 부장급 인사 역시 여성이다. 특히 CRM은 지엠대우 시절부터 GM의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도입해 7~8년 이상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다. 지난 2011년 국내영업본부에 CRM팀을 신설한 현대차에게 매력적인 인재일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핵심 인력의 유출은 차후 한국지엠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이 최근 2년간 고배를 마신 ‘내수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의 최대 걸림돌도 대우맨들이 키워 놓은 수입차 업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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