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닛산의 영웅 곤 회장, '경영 손떼라'에 '발끈'

  • 기사입력 2013.05.13 13:00
  • 기자명 이상원


[오토데일리 이상원 기자]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던 닛산자동차를 불과 2년 만에 흑자로 전환, 일본에서 영웅 대접을 받던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이 최근 일본 언론과 닛산자동차로부터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을 강요받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사라질 뻔 했던 닛산차가 극적으로 회생된 지 8년이 지나고 아베 정권의 엔저정책으로 닛산차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곤 회장의 존재가치가 사라졌다는 판단 때문에 일본에서는 곤 회장이 이제 닛산차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닛산차가 2013년 3월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지난 10일 기자회견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르노자동차를 재건할 자신은 있는가? 이제는 닛산차의 경영에서 물러나 르노에 전념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한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곤 회장은 일순 표정이 굳어지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잠시 평정을 되찾은 곤 회장은 특유의 자신감있는 제스처로 반격에 나섰다.
 
"르노가 고전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이나 이탈리아 피아트, 독일 오펠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과 비교하면 르노는 상당히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곤 회장은 "르노-닛산 제휴로 인해 르노가 닛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르노는 르노이고 닛산은 닛산이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리고 나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닛산의 경영 내용에 따라 닛산의 주주들이 남아 달라고 하면 남을 것이고 그만 떠나라고 하면 떠날 것"이라며 "강압이나 스스로 후진에게 양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 일본 언론과 닛산차 내부에서 곤 회장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유럽 경기 부진으로 르노자동차가 곤경에 처하자 닛산에서 번 돈을 르노에 쏟아붓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다.
 
여기에다 올해로 닛산차 경영을 맡은 지 14년째를 맞고 있는 곤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우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닛산과 르노는 지난 1999년부터 자본 협력을 통해 르노가 닛산에 44.3%, 닛산이 르노에 15%를 상호 출자,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제휴관계로 정착된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일부 국가의 경제위기가 유럽대륙 전체를 휩쓸면서 르노도 경영 위기에 빠졌다.
 
르노는 지난 2012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가 감소했고 자동차 부문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르노는 올 초 프랑스 국내 직원의 약 15%에 해당하는 7500명을 오는 2016년까지 감원키로 하는 경영 효율화 방안을 노동조합과 합의했다.
 
하지만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고용 유지를 요구하고 있어 공장 폐쇄와 인위적 인력 감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자 곤 회장은 닛산의 주력 모델들을 르노 공장에서 생산케 하는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르노는 지난달 26일, 닛산의 유럽 전용 주력 소형차인 '마이 크라 (일본명 마치)' 차세대 모델을 오는 2016년부터 파리 근교에 있는 소형차 생산공장에서 생산키로 했다. 
 
유럽용 마치는 현재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유럽, 중동, 아프리카, 인도 전용으로 생산중이며 지난해 약 9만대 가량을 생산했다. 이에 더해 르노가 유럽용 연간 8만2000대 정도를 파리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마치 뿐만 아니라 신형 로그도 닛산이 아닌 르노의 자회사인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오는 2014년부터 일부 생산될 예정이다.
 
르노는 오는 2014년부터 신형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 북미 등지로 수출키로 한데 이어 또 다른 모델을 부산공장에서 생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일본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역시 닛산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닛산은 그동안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엔고로 더 이상 일본 내에서의 자동차 생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동남아, 미국 등지로 이관작업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가파른 엔저로 일본 국내에서의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닛산의 기대 이하의 실적까지 발표되자 여론은 더욱 들끓기 시작했다.
 
글로벌 차량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1.4% 성장한 491만4000여대를 기록했으나 매출은 2.3% 증가한 9조6295억엔,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대비 4.1% 하락한 5235억엔에 그쳤다. 
 
곤 회장이 닛산차로부터 챙기는 연봉이 일본 전체 CEO 중 가장 높다는 점도 불만의 한 원인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취임 14년째를 맞는 곤 회장이 지난 1957년부터 16년간 사장을 지낸 가와마타 가츠지사장을 제치고 닛산차 사상 최장수 CEO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내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