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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판매볼륨은 높지만 실익은 낮아…핵심기술 독립 시급

  • 기사입력 2012.05.08 10:27
  • 기자명 이상원

[오토데일리 이상원 기자]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장을 찾아 폭스바겐과 포르쉐, 피아트, 푸조-시트로엥, 토요타 부스를 돌아본 뒤 "좀 더 미래지향적인 차를 만들어야겠다"고 수행한 임원들에게 말했다.

정 회장이 경쟁사 부스를 둘러 본 뒤 내뱉은 이 말은 의례적인 멘트가 아니라 최근 수년동안 수 없이 생각해 온 말이었다. 

당시 정 회장은 임원들에게 "이제는 독일 프리미엄 차를 배워야 한다"며 "프리미엄 차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차를 만드는데 BMW가 현대·기아차보다 훨씬 비싸게 파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를 연구하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특히, 최근 가진 경영전략회의에서 "현대·기아차는 아직도 껍데기만 만들고 있다. 제어기술과 엔진, 트랜스미션 등의 자동차 핵심기술의 독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이같은 지적 때문에 양재동 본사와 남양연구소가 올들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목말라하는 부분은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등에 장착되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핵심기술과 독일 보쉬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제어기술 부문이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독일 뮌헨에 있는 BMW그룹 본사를 방문한 것과 지난 4월 현대 오트론을 설립한 것도 이와 무관치가 않다.
 
사실 정 회장의 지적대로 현대차는 판매대수는 BMW에 비해 훨씬 많지만 순이익 규모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405만9천438대를 판매, 매출액 77조7천979억원, 영업이익 8조755억원, 당기순이익 8조1천4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BMW는 지난해에 166만8천982대를 팔아 688억2천100만유로(115조원)의 매출액과 EBIT(이자 지급, 세전 이익) 80억1천800만유로(11조8천억원), 순이익 49억700만유로(7조4천억원)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제어기술(ECU) 부문에서의 기술도입료 등으로 독일 보쉬 등에 수천억원을 지출했다.
 
판매볼륨은 높지만 실익은 별로 없다는게 정회장의 불만인 것이다. 
 
현대차가 BMW와의 제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엔진과 차체의 핵심기술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핵심기술을 터득해야만 비로소 세계 정상급 자동차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BMW로부터 핵심기술을 얻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미 일본 토요타와 프랑스 푸조 시트로엥이 BMW와 기술제휴를 맺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BMW가 현대차로부터 얻을 게 없다는 점도 현대차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BMW로서는 토요타와 푸조 시트로엥을 통해서 하이브리드 기술과 소형엔진 기술을 이미 취득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오트론을 통한 제어기술의 독립 역시 쉽지 않다. 현대차는 이미 수년 전부터 독일 보쉬와의 합작을 통해 자동차 제어기술 독립을 추진해 왔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특히, 최근들어 자동차의 전자화가 가속화, ECU 사용량이 더욱 늘어나면서 보쉬에 대한 기술종속이 더욱 심화됐다.
 
때문에 현대 오트론을 통해 제어기술의 독립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현대차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 최근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핵심 부품업체 해부작업에 나서고 있다.
 
즉, 독일 프리미엄 차량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ZF사나  보쉬, 컨티넨탈 등의 조직 및 연구개발 과정, 연구 개발 및 생산 프로세스 등을 면밀히 분석,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이들 부품업체들 역시 주요 고객인 현대·기아차의 기술적인 독립을 환영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장벽을 허물고 현대·기아차가 정 회장의 바램대로 핵심기술의 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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