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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차, '현대차 때문에' 주력인 북미서 퇴출 위기

  • 기사입력 2011.09.16 11:04
  • 기자명 이상원

"이 정도 수준의 신차가 나온다면 혼다차가 매우 위험해질 것이다"
 
일본 혼다자동차의 4륜차 사업본부 상품을 담당하고 있는 노나카 도시히코 상무 집행임원은 3년 전 미국에서 개막된 한 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중형세단 'YF쏘나타' 시작차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후지 산케이 비즈니스는 최근,  '혼다차의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소개하고, 현재 미국 신차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다차의 위기 배경에는 당시의 노나카 집행임원이 느꼈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혼다자동차의 지난 8월까지 미국시장 판매량은 38만2천13대로 전년동기의 42만3천916대보다 9.9%가 감소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이 기간 35만1천904대를 판매, 전년동기에 비해 무려 28.2%가 증가했고, 기아차도 19만2천412대로 48.9%나 증가했다.
 
전 세계 판매량의 35% 가량을 미국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혼다차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더군다나 주력인 어코드와 시빅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YF쏘나타와 엘란트라가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으니 혼다차로서는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혼다차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혼다기술연구소 한 고위 임원은 현대차가 혼다차의 자랑으로 여겨왔던 대중차 분야에 진출, 경쟁환경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과거에 혼다차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한국자동차업체들이 미국 대중차시장을 공격해 오고 있어 상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놨다.

혼다차 경영진으로서는 당장의 어려움 보다는 신형 모델들의 시원찮은 반응이 더욱 충격적이다.
 
자사의 히트 상품이자 간판 차종인 시빅이 지난 4월 풀체인지돼 투입됐지만, 8월 신차 판매량에서는 전년 동월대비 24.3%나 감소, 4개월 연속으로 대폭적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혼다의 이같은 부진은 주력차종인 캠리가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토요타자동차의 12.7% 감소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다 지난 8월 초에는 미국 소비자 단체 전문지인 컨슈머 리포트가 실시한 제품 평가에서 신형 시빅이 소형세단 부문 12개 차종 중 11위에 그쳤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 혼다차를 아연 실색케 했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신뢰성을 얻고 있어, 권장 목록에서 제외될 경우, 시장에서 더 이상 리더차량이 아니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뜻한다. 
 
혼다차 일부에서는 미국에서의 신차판매 부진은 대지진 영향으로 생산 차종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생산이 정상화되면 만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생산부족 보다는 혼다차 자체의 경쟁력 하락이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컨슈머리포트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차량은 다름아닌 현대자동차의 엘란트라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시장에 투입된 엘란트라는 연비가 고속주행 기준으로 갤런당 40마일로 신형 시빅의 39마일을 웃돈다. 
 
시판가격은 엘란트라가 1만4천945달러인데 비해 신형 시빅은 1만5천605달러로 660달러나 비싸다.
 
특히, 상품성에 대해서는 혼다차 내부에서도 엘란트라의 내장 등 질감이 시빅보다 2천달러 정도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즉, 상품력에서 신형 시빅은 엘란트라의 상대가 안될 정도로 완패했다는 사실을 혼다 경영진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혼다차의  한 간부직원은  "개발팀이 과거의 실적에만 연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리먼 쇼크를 이유로 손대지 말아야 할 연구개발 영역에서도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혼다차 다움'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같은 위기감에 직면하자 혼다차 경영진은 때늦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신형 시빅을 2년 만에 대폭 개량하는 방향으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 등장할 풀체인지 어코드는 또, 어떤 반응을 얻을 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해 혼다차는 당분간 어려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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