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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일본에서 실패한 진짜 이유는?

  • 기사입력 2009.11.30 16:00
  • 기자명 이상원

현대자동차가 지난 27일 일본 승용차시장 철수를 전격 발표하자 국내는 물론, 일본까지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사진은 일본 도쿄에 전시된 현대 유니버스)
  
산케이 등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현대차가 일본진출 9년만에 철수한다는 내용을 주요기사로 보도하는 등 대부분의 언론들이 비중있게 다뤘다.  
 
연간 500만대가 넘는 일본의 신차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차시장 규모가 연간 24-25만대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일본시장 판매부진과 철수는 그리 주목을 끌만 한 이슈는 못 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 등 전 세계시장에서 현대차가 일본 메이커들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는 등 존재감이 커진 점이 양국의 관심을 끌게 하고 있다.
 
현대차가 일본에서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소비자 특유의 성향 때문이다. 사실, 현대차의 일본에서의 절대 판매량은 낮지만 일본 수입차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지난 10월까지의 일본 수입차시장 브랜드별 판매량을 보면, 일본의 수입차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폭스바겐(3만926대, 메르세데스 벤츠(2만3천388대), BMW(2만2천724대), 아우디(1만2천688대)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와는 판매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 기간동안 판매량은 GM  산하 GMC가 96대, 사브가 166대, 시보레가 588대, 크라이슬러가 746대로 현대차의 786대보다 낮고 캐딜락이 852대, 짚이 853대, 재규어가 1천52대, 닷지가 1천100대, 씨트로엥이 1천181대, 르노가 1천503대로 약간 많은 수준이다.
 
이 외에 포드가 2천590대, 포르쉐가 2천700대, 피아트가 3천459대, 푸조가 3천529대, 볼보가 5천67대로 일본 수입차시장에서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수입차시장과 비교해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 6천770대), 폭스바겐(5천799대) 아우디( 5천858대), BMW(8천164대) 등 독일 고급차브랜드가 상위권을 주도하고 있는 부분은 일본과 비슷하다.
 
반면, 미국차인 크라이슬러(2천293대), 포드(2천333대)와 볼보(1천41대), 재규어.랜드로버(900여대), 푸조(816대)는 하위권에 쳐져 있다.
 
일본의 수입차시장과 차이가 나는 점은 렉서스(4천184대), 혼다(3천506대), 닛산. 인피니티(3천652대) 등 일본차가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차가 국내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제품력이나 인지도가 국산차보다는 훨씬 높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막연한 판단이 주요 원인이다.
 
실례로, 지난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도요타 캠리의 경우, 풀 체인지를 앞둔 구형모델로 내외관의 참신성면에서 YF쏘나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진부하지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현대차브랜드는 일본에서 팔리는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인지도가 낮은 수입차브랜드의 하나인 반면, 한국 소비자들이 보는 일본차는 중.상위권 수입차브랜드로 보고 있다는 점이 현대차와 일본차의 판매량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일본에서 팔린 현대 승용차의 대부분이 일반 개인소비자가 아닌 렌트카나 법인용으로 판매됐으며, 이들 현대차의 주 이용자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나 사업자들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가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니버스나 대우버스가 판매한 관광버스 역시 한국인 관광객을 주로 실어나르는 일본의 관광업체들이 주요 고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세계시장 점유율이 급성장한 중국이나 인도의 자동차메이커들이 훗날 높아진 제품력과 낮은 가격대로 한국이나 일본시장을 공략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현대차가 일본시장에서 성공하는 날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현대차의 제품력과 인지도가 일본차보다 확실히 앞섰다는 점을 인정받는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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