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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분석) 피아트의 세기의 합병전략,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09.05.16 08:27
  • 기자명 이상원
세계 자동차시장을 지배해 온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의 붕괴로 세계 자동차업계가 거센 재편의 회오리속에 휘말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공에 들어간 이탈리아 피아트사가 새로운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의 자동차그룹인 피아트사는 미국 빅3의 절반정도를 집어삼킬 태세다. 크라이슬러와의 자본 제휴를 성사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GM 산하의 독일 오펠은 물론, GM 유럽부문과 남미부문까지 편입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모두 합치게 되면 생산 규모는 연산 600만대 정도로 일약 세계 4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피아트를 이끌고 있는 마르치오네CEO는 현재의 세계 자동차시장 판도로 볼 때 최소 연산 600만대 이상의 규모를 유지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지론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덩치를 부풀리는 것만으로 생존이 가능할 것인가?

피아트 본사의 현재 생산대수는 2008년 기준으로 대략 220만대로 세계 순위에서는 10위정도다. 그 위에는 9위 일본 스즈키, 8위 프랑스의 PSA그룹(푸조.씨트로엥), 7위 혼다차그룹, 6위에 현대차그룹이 포진해 있다.
 
 이번에 피아트와 자본 제휴한  크라이슬러는 11위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즉, 2015년 세계 6개 자동차업체만 살아남는다고 볼 때 피아트는 독보적인 기술이나 브랜드파워 형성에 성공하지 않은 한 생존에는 어려운 규모다.
 
하지만 현재 생산규모가 200만대인 크라이슬러와 비슷한 규모의 오펠사가 합쳐지면 연간 생산대수가 600만대로,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여기에 GM의 유럽 및 남미부문까지 더해진다면 세계 최대 규모까지 바라 볼 수 있다는게 마르치오네CEO의 계산이다. 
 
피아트그룹 산하에는 피아트 자동차 부문 외에 스포츠카 전문메이커인 페라리와 고급차 브랜드인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그리고 란치아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합쳐도 연간 생산규모는 대략 28만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주력은 역시 피아트의 자동차부문이다. 
  
피아트그룹은 지난 60년대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이후 석유파동이 몰아치면서 경영이 크게 악화됐으며 85년에야 간신히 회복단계에 들어섰으나 이 후 유럽시장 불황으로 다시 경영이 악화됐다.
 
하지만 2004년 셀시오 마르치오네 신임CEO 취임하면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마르치오네CEO의 전략은 상호 강점을 지닌 업체와의 제휴에 따른 비용삭감이 핵심이다. 지난 2004년 GM과의 제휴를 일단락시킨 후 마르치오네CEO는 다양한 제휴선을 모색했다.
 
PSA와는 상용차 개발부문에서, 포드와는 승용차  개발에서, 스즈키와는 아시아용 신형 엔진 개발에서, 인도 타타그룹과는 인도에서의 딜러망 공용화와 엔진 생산부문에서, BMW와는 소형 승용차 차대의 공용화부문에서, 그리고 동유럽과 러시아에서는 생산거점 확보를 위해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같은 전략적 제휴는 부품 공용화로 인한 비용 삭감과 차대 공용화를 통한 코스트 다운을 가능하게 했다.
 
즉, 다양한 제휴선으로, 실질적으로는 생산규모 확대와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마르치오네CEO는 이같은 전략으로 2009년에는 4개의 차대로 75%의 생산을 커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휴를 추진중인 크라이슬러와는 부품 및 차대 공용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크라이슬러가 생산중인 소형차는 종류도 적고, 생산대수도 적은 반면,  대형 승용차와 SUV가 주류를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피아트는 소형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피아트로서는 예전에 잃어버린 미국시장 점유율을 회복시키기 위해 크라이슬러 딜러망과 조직을 활용한다는 계산이지만 독일의 다임러 벤츠마저 큰 희생을 치른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오펠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오펠은 소형차 생산이 중심의 라인업이 갖춰져  있어 부품 및 차대 공용화가 보다 쉬운 편이다.
 
피아트 등 3사 연합함대의 향후 과제는 당장의 판매확대 보다는 차세대 차량에 대한 대응책에 달려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환경대응차량 개발이 시장을 좌우하게 된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12년부터 Co2 120g (리터당 19.3km)의 강력한 CO2 배출규제를 시행하며 해마다 이를 지키지 못하는 차량에 대해 높은 벌금을 부과, 2015년에는 g당 95유로의 엄청난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km당 Co2 120g은 신차의 기업평균 CO2 배출량을 말하는 것으로,  예컨대 신차의 평균 CO2 배출량이 170g(리터당 13.6km)이면 이를 20만대 가량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50g을 초과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야 한다.
 
때문에 어떻에 연비를 높이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크라이슬러가 전기자동차 개발을 진행중이지만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늦은 편이며, 오펠사도 차세대 차량개발에서는 이렇다할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피아트 역시 하이브리드카는 물론, 전기자동차 개발에 성공한 적이 없다. 적어도 차세대 차량 기술에 관해서는, 이들 3사는 약소군단이라는평가를 받고 있다. 

마르치오네CEO도  차세대 차량 개발이 향후 살아 남을 수 있는 열쇠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피아트의 기업 평균 CO2 배출량이 리터당 145g으로 PSA와 함께 EU지역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다임러와 BMW의 185g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차세대 차량 개발에 드는 막대한 자금과 엔지니어를 조달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제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마르치오네CEO는 적극적으로 차대 및 부품공용화를 추진, 코스트를 다운시킨 다음 남은 역량을 차세대 차량 개발에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GM, 크라이슬러, 다임러 벤츠, BMW는 하이브리드카 개발부문에서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 PSA는 미쓰비시자동차와 전기자동차 기술 부문에서 제휴관계를 맺고 있고 전지개발 부문에서는 각 사들이 다양한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즉, 차세대 차량 개발에는 1개사 단독으로 개발이 어렵고 자금이 워낙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떤 업체들이 협력해서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내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르치오네CEO는 3사간의 제휴와 동시에 차세대 차량 개발의 또다른 핵심부문인 전지메이커와의 협력 관계 구축도 동시에 진행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피아트와 전지메이커간의 제휴가 발표되면 진짜 마르치오네CEO의 속내가 드러날 것이다.
 
이번 3사간의 제휴가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실패로 끝날지는 향후 5년 내에 결론이 날 것이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시장 재편회오리가 상호 강점을 지닌 업체들간의 합종연횡으로 연결되면 독자노선을 걷는 현대.기아차그룹에게는 그 어떤 때보다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 대응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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