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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베리타스, 한국 소비자 얼마나 배려했나?

  • 기사입력 2008.09.17 15:23
  • 기자명 이상원

지난 2005년 6월 호주로부터 도입한 GM대우차의 첫 고급세단 스테이츠맨은 도입된 지 1년10개월 만에 판매 부진으로 중도에 하차했다.
 
당시 도입된 스테이츠맨은 크기만 고급세단이지 실내 사양이나 운전 편의성 등은 소형차 수준이었다.
 
전자. 자동화된 사양들 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호주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차량을 별다른 손질도 없이 그대로 들여오다 보니 당연히 취향이 다른 한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구입가격이 4천만원이 넘는 고급세단에 손으로 접는 수동식 사이드미러가 적용됐고 심지어는 오른쪽 운전석을 왼쪽으로 옮기다 보니 사이드브레이크도 오른쪽에 치우쳐져 그야말로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스테이츠맨은 한동안 국산차냐, 수입차냐의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 4일 GM대우차가 새로운 고급세단 베리타스(Veritas)를 내놓자 국내 언론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2005년과는 달랐지만 여전히 차가웠다.
 
홀덴사가 지난해 출시한 신형 스테이츠맨을 약간 손질해 다시 국내에 들여왔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베리타스는 이전의 스테이츠맨과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달라졌다. 기존 스테이츠맨의 경우, 투자대비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만큼,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사전 투자가 거의 없었다.
 
반면, 이번에 들여온 베리타스는 개발 초기부터 한국시장 공급을 염두에 두고 GM대우차 연구진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가 상당부분 이뤄졌다.
 
실제로 국내에 도입된 베리타스는 호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베이스모델인 스테이츠맨과 상당부분 차이점이 발견된다.
 
강렬한 여름 태양빛을 차단하고 뒷좌석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는 리어 윈도 선쉐이드(Rear Window Sunshade)와 가열된 워셔액을 분사, 겨울철 언 유리창을 녹여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는 핫 샷(Hot Shot) 기능, 그리고 비가 많은 여름철에 빗방울이 유리에서 잘 굴러 떨어지도록 하는 발수 코팅 윈도우는 호주에서 판매되는 베이스모델에는 없는 기능들이다.
 
또,  윈드실드 글라스에 차음 필름이 추가, 사람이 민감해 하는 고주파 소음을 차단해 실내 정숙성을 높여주는 이중 접합 유리와 창문을 닫을 때 신체 및 사물이 끼일 경우, 자동으로 창문이 열리는 파워윈도와 후방 주차를 도와주는 리어 뷰 카메라(Rear View Camera)도 국내에 도입되면서 추가된 기능이다.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는 물론 각종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제공하는 DMB 내비게이션, 3단계로 조정이 가능한 열선 시트, 운전자가 승하차시 편리하도록 하차시 시트가 자동으로 후방으로 이동해 충분한 승하차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이지 액세스(Easy Access) 기능,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해 주는 공기정화시스템(VAPS), 주로 VIP들이 많이 이용하는 뒷좌석을 위해 좌석 위치를 앞뒤 전동식으로 조정할 수 있는 뒷좌석 전동파워시트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도록 뒷좌석 마사지 기능도 국내 최고급 세단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특별히 도입된 사양이다.
 
베리타스의 가격대를 보면 GM대우차가 베리타스 판매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베리타스의 국내 시판가격은 기본형이 4천650만원, 풀옵션 모델이 5천780만원이다. 반면, 호주에서 판매되는 스테이츠맨 풀옵션 모델의 판매가격은 6만1천390호주달러(약 5천525만원)다.
 
한국으로의 운송비용과 관세 등을 감안하면 국내 판매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이같은 경쟁력 보강에도 불구, 베리타스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크고 긴 차체와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의 디자인은 처음부터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개발된 쌍용 체어맨이나 현대 제네시스보다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불리하다.
 
여기에 월 2천대 정도의 수요를 기존 국산 고급 세단들이 장악하고 있어 베리타스는 월 4-500대 판매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같은 한계를 베리타스가 얼마나가 극복할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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