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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도요타의 뼈아픈 실수를 해부한다.

  • 기사입력 2008.07.04 09:11
  • 기자명 이상원
지난달 미국과 일본의 일부 언론들은 미국 신차판매 경쟁에서 도요타가 사상 처음으로 GM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GM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이 났다. 초반 고전하던 GM이 중반부터 제로할부를 실시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26만여대로 19만여대에 그친 도요타를 무려 7만여대 차이로 제치고 1위를 고수했다.
 
하지만 도요타의 패인은 GM의 파격적인 할인판매 외에 북미시장 전략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승승장구하던 도요타자동차의 미국시장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최근 2-3년간 미국 대형차시장 공략으로 한 단계 성장을 꾀해 왔지만 예기치 못한 가솔린 가격 급등으로 올들어서 픽업트럭과 대형 SUV 판매가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소형 승용차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기회손실로 연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올들어 벌써 두 번째로 2008년도 미국 판매계획을 하향 수정했다. 하지만 시장구조 변화에 대응하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국시장 판매회복은 내년 후반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도요타가 지난 1일 발표한 지난 6월의 미국시장 판매량은 전년대비 11.5%가 감소한 19만3천234대에 그쳤다.
 
현재 도요타의 대형차 판매비중은 30%이상으로 일본 자동차메이커 가운데 가장 높다. 탄드라 등 도요타의 픽업트럭 판매량은 전년대비 31%가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판매량이 격감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2월. 미국 빅3의 아성인 픽업트럭 시장은 일반 승용차보다 이익율이 훨씬 높다.
 
때마침 미국에서의 새로운 성장을 모색중이던 도요타는 고심끝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 서브프라임론(신용이 낮은 주택융자 문제) 문제가 터져나왔다. 미국의 대형픽업 시장에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더해  가솔린 가격마저 가파른 상승이 계속되면서 도요타 성장의 엔진이 될 것으로 믿었던 픽업 트럭은, 반대로 도요타의 발목을 잡아버렸다.
 
궁여지책으로 도요타는 올들어 대형차 감산을 단행했지만 재고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형 픽업트럭인 탄드라의 재고량은 6월말 현재 5개월치가 넘는152일분이 쌓여있다.
 
특히, 대형 SUV인 세코이아는 6개월치가 넘는 193일분이 쌓여있는 상태다. 대형차의 정상 재고가 70일치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감산에 이어 대폭적으로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도요타는 이미 대당 인센티브를 탄드라는 4천970달러(전년동기 3천859 달러), 세코이아는 5천921달러( 3천311달러)를 지급하고 있어 북미법인의 경영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연비효율성이 좋은 승용차로의 수요이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 것도, 도요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6월의 프리우스 재고는 하루치에 불과했으며 현재 계약을 하더라도 인도까지는 반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프리우스의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26%나 감소했다. 캠리 하이브리드모델도 재고량이 2.5일분에 불과하며 소형차 야리스와 코롤라도 제고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이 모두 미국시장 전망실패에서 비롯된 결과다. 세계최고의 자동차시장 분석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도요타로서는 정말 어이없는 실책인 셈이다. 
 
미국의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은 도요타가 미국에 있는 2개 대형차 생산공장을 하나로 통합하고 대신, 빈 라인에서 승용차를 증산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라인변경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나친 자신감과 순간의 방심이 세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도요타자동차를 괴롭히고 있다. 소형차 위주의 전략을 펴 온 현대.기아차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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