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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술지도 하던 미쓰비시차 사장, 한국에 차 팔러 노크

  • 기사입력 2008.07.03 19:31
  • 기자명 이상원
■미쓰비시차는 현대차의 스승=70년대 기술지도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톤호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한국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 선 마스코 오사무(Masuko Osamu) 미쓰비시차사장의 표정은 매우 긴장돼 있었다.
 
평소에 잘 웃는 호인같은 인상의 그였지만 이날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내내 굳어 있었다.
 
미쓰비시차의 한국시장 진출은 오사무사장에겐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미쓰비시차가 현대자동차에 가솔린엔진과 변속기, 차축 생산을 위한 기술을 공여하는 계약을 체결, 현대-미쓰비시간의 제휴관계가 맺어진 지 2년이 지난 95년 미쓰비시상사 자동차사업부 소속으로 서울지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미쓰비시상사는 현대차의 파트너로서가 아닌, 이제막 독자기술 확보에 나선 신생메이커의 스승으로서의 입장에서 다양한 기술들을 현대차에 지도했다.
 
오사무사장은 78년까지 3년 동안 한국에 상주하면서 이 업무를 직접  관리해 왔다. 오사무사장은 잠시 본사로 귀환했다가 현대차가 미쓰비시차 기술을 바탕으로 한창 뻗어나가던 90년 자동차부의 한국팀장으로 다시 현대차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이어 2003년 미쓰비시상사 자동차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2004년 전 일본을 떠들석하게 했던 리콜은폐사건으로 파산직전에 몰린 미쓰비시차로 자리를 옮겨  해외사업 총괄을 맡아 미쓰비시차 회생작업을 주도했으며 2005년 대표이사 사장 겸 기업윤리담당임원으로 발탁돼, 현재까지 미쓰비시차를 이끌고 있다.
 
이같은 오랜 인연 때문에 오사무사장은 미쓰비시차의 한국진출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한국은 자신에게 제2의 고향이라고 소개했다. 
 
오사무사장은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현대차에 대한 기술 제공 대신 기술원조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로서는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자동차업체 중의 하나인 미쓰비시차에게 현대차는 감히 파트너라는 표현조차 쓸 입장도 못됐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에 있던 오사무사장이 18년 만에 현대차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시장에 회생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쓰비시차를 팔러 온 것이다.
 
오사무사장은 이날 그동안 신세졌던 한국인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한국시장에서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쓰비시차의 흥망성쇠=리콜은폐로 도덕성 치명타

미쓰비시차는 일본 자동차메이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업체다. 미쓰비시는 1870년 창업한 쓰쿠모상회가 모태로, 1917년 피아트를 모델로 한 일본의 첫 양산차 모델A를 출시했다.
 
1959년, 독자모델인 미쓰비시50을 개발, 양산했으며 70년대에는 경승용차인 미니카에서부터 대형 고급승용차 데보니아에 이르기까지 풀라인업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90년대에 휘발유 직분사엔진인 GDI엔진을 세계최초로 양산, 최고의 기술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쓰비시차는 그러나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2000년대 들어와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됐다. 북미 등 해외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데다,  경영 기반인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도요타, 닛산, 혼다에 밀리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96년에는 미국 현지공장에서 300명의 여직원들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소송사건에 휘말리면서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설상가상으로 2000년에는 일본에서 리콜은폐 사건이 터져나오면서 수습 불가능 상태로 빠져들었다.
 
당시 미쓰비시와 다임러크라이슬러, 현대자동차는 3각 제휴관계를 맺고 월드카 개발을 진행중이었으나 미쓰비시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결국, 3사간의 기술 및 자본 제휴는 2004년 4월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어 다임러크라이슬러 마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미쓰비시차와의 관계청산을 선언하면서 미쓰비시차는 결국 2004년 세계 자동차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나 인수 희망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미쓰비시차의 모그룹인 미쓰비시그룹은 고민끝에 미쓰비시중공업과 미쓰비시상사가 부채를 떠안으며 전문경영인을 파견, 미쓰비시차 회생작업에 나섰다.
 
미쓰비시차는 미국시장과 일본 내수시장 부진에도 불구, 인도, 러시아. 중국등 아시아시장 호조로 지난해에 다시 흑자로 돌아서는 등 회복상태에 들어선 상태다. 
  
 
■현대차 기술기반은 미쓰비시차=그랜저. 에쿠스 등 9개 차종 도입

현대차는  초기모델의 경우, 상당수를 미쓰비시차로부터 들여와 국산으로 개조, 판매를 해왔다.
 
현대차가 미쓰비시차로부터 들여온 모델은 지금까지 대략 9개 모델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차종은 에쿠스가 유일하다.
 
에쿠스의 경우, 미쓰비시의 고급 대형승용차 Proudia(프라우디아)를 베이스로 개발됐고 1세대 그랜저 역시 미쓰비시의 Debonair(데보니아)를 베이스로 개발, 이후 뉴 그랜저, 신형그랜저 등으로 바뀌면서 현대차의 독자모델로 정착됐다.
 
미니밴부문은 지금은 단종된 싼타모가 역시 미쓰비시의 샤리오를 베이스로 개발됐고 갤로퍼는 파제로를 베이스로 개발, 테라칸이라는 독자모델로 변신했다.
 
또, 승합차 그레이스와 1t포터도 미쓰비시의 Delicar (델리카)를 들여왔으며 4.5t과 5t 중형트럭도 미쓰비시의 FK를 들여왔다.
 
이들 차종은 이후  베어링사의 MD와 HDMX모델을 베이스로 슈퍼트럭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개발됐다.  이와함께 에어로버스 역시 미쓰비시의 MS를 베이스로 개발된 차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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