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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파워포인트도 쓰지마라! 허리띠 다시 죈다.

  • 기사입력 2008.05.22 09:49
  • 기자명 이상원

최근 엔고와 강판 등 원자재값 급상승으로 9년 만에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돌아선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이 원가절감 바람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와 도요타직기 등 도요타그룹 계열사 게시판 곳곳에는 최근 파워 포인트 사용을 삼가하고 특히 프리젠테이션 자료의 컬러 복사도 금한다는 내용이 붙어있다.
 
이같은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의 발단은 지난 8일 결산발표에서의 와타나베 가쓰아키사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와타나베사장은 도요타의 금년 영업이익은, 엔고와 원자재값 상승, 미국시장 부진 등 삼중고로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와타나베사장은 결산발표 뒤 기자들에게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가 원가절감을 실시할 것이라며 더욱 강력한 비용줄이기를 주문했다. 이날 와타나베사장은 요즘 사내 직원들의 의식수준은 아직도 멀었다. 옛날에는 한장의 종이에 기승전결로 내용을 다 써 내려갔지만 지금은 뭐든지 파워 포인트로 만들고 있다.
 
이는 종이 매수도 많고, 총 천연색 컬러 카피로 돼 있어 비용도 많이 들지만 별로 쓸데는 없다며 쓴소리를 했고 이것이 파워포인트 사용 금지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큰 의미없는 와타나베사장의 이날 발언이었지만, 러시아 국가예산에 필적할 정도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도요타자동차그룹 톱 경영진의 발언이었기에 그 파장은 실로 대단했다.
 
도요타를 정점으로 하는 산업 피라미드의 구석구석까지 권위자의 한마디는 널리 퍼져나가는 실정이기 때문에 실제로 파워포인트 사용이나 컬러복사를 금하는 무드가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도요타 자동차 사내에서는 수 년 전처럼 신간선 1등차 사용 금지령까지 부활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올해 도요타자동차 이익감소의 주요 원인은 엔고와 환율의 영향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와타나베사장은 왜 이같은 고언을 했을까?
 
도요타자동차에 몸담았다가 은퇴한 간부나 현역 간부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와타나베사장 발언의 진심은 아무래도 딴데 있다는 분석이다.
 
즉, 최근 도요타에 만연하고 있는 관료주의의 타파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일찌기 도요타 내에서는 도요타의 적은 도요타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 등극이 목전에 와 있는 이 시점에 대부분의 젊은 직원들은  어려웠을 때의 힘듬이나 아픔을 모른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관례적으로, 사무적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부품 메이커 등의 거래처에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세계최고가 되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라고 느끼는 도요타 수뇌진이 많다는 것이다.
 
와타나베사장은 지금이야말로, 의식개혁의 시기라고 외치고 있다. 의식개혁이란 원가절감이라는 단순한 절약에 그치지 않는다, 좀 더 깊은 이유가 있다는데 도요타 간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22일, 생산현장 종업원들이 근무시간 이외에 소집단 단위로 실시하는 QC(품질관리) 활동에 대해서도 6월부터 잔업수당을 전액 지불키로 결정했다.
 
QC 활동은 도요타의 대명사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카이젠(개선)운동의 핵심으로 지금까지 월 2시간까지로 제한돼 있던 잔업수당 지급 상한선을 없애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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