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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도마위에 오른 정몽구式 경영스타일 -현대차그룹 미국 경영방식 대해부-

  • 기사입력 2008.03.14 16:12
  • 기자명 이상원

수시로 사장급 인사를 단행하는 현대차그룹 정몽구회장의 럭비공 인사스타일이 미국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미국의 유력 경제주간이 Business Week는 지난 6일 현대차그룹의 예측 불가능한 깜짝 인사 스타일을 꼬집는 기사를 무려 6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현대차그룹 미국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많은 미국인 경영진들이 현대차그룹의 봉건적인 경영스타일에 숨막혀 하고 있다며 현대차 스타일이 마치 왕의 군대조직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비즈니스 위크에 소개된 현대차 관련기사 내용- 
 
지난 2월4일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 소재 기아차 미국법인의 고위 경영진 20여명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물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새로 부임하는 안병모사장을 영접하기 위해 나선 기아차 미국법인 경영진들로, 높은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도열해 대기하는 것은 기아차 모기업인 현대차의 전통이다.
 
안사장은 어바인시에서 1주일을 보낸 후 기아차의 다른 전통중의 하나인 기존 미국사업부 경영진에 대한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2월8일, 기아차 북미법인 Len Hunt사장과 Ian Beavis 마케팅담당 부사장이 전격 경질됐다. 이번 경질로 기아차 북미법인은 지난 3년 동안 4번째 경영진을 교체했다.
 
현대차 미국법인 역시 지난 5년 간 최고경영진을 4번이나 교체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헌트사장과 비비스부사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서 막 출발하려는 시점에 경질소식을 들어야 했다.
 
다른 소식통에 의하면, 헌트사장의  전임자였던 피터 버터필드사장은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딜러사장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도중이 자신의 경질소식을 들었다는 것.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일체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사업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경영진 개편은 중대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초기에는 보급형 저가차로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나 현재는 상급시장으로 이동, 캐딜락이나 BMW와 경쟁할 수 있는 세단 판매를 시도중이다.
 
또, 양사는 미국시장에서의 빠른 성장을 위해 교두보를 구축중이며 기아차의 경우, 미국시장에서 연간 37만대를 판매한다는 낙관적인 전망하에 조지아에 공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판매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지난해 기아차의 미국내 판매는 목표치였던 35만대에 크게 미달한 30만5천대에 머물렀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공격적인 성장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북미의 자동차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대차그룹, 봉건적 경영방식 고수
 
문제는 양사가 미국인 전문가를 수시로 해고해 왔다는 점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많은 미국인 경영진 중 다수는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로 인해 숨이 막혀있는 상태다.
 
양사의 전.현직 경영진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정몽구회장 및 다른 최고경영진들이 대부분의 미국 CEO에 비해 훨씬 권위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판적인 평가는 정회장 등 경영진들이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며 현지인 관리자의 조언을 거의 듣지않고 있으며, 특히, 의견 차이에 대해서는 참을성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현대차를 떠나 현재 컨설팅회사에 근무중인 밥 마틴씨는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형태를 봉건적 경영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왕이 존재하고 왕이 통치하며, 다른 모든 사람들은 왕의 취향에 맞춰 행동하는 왕의 군대조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정몽구회장의 탑다운식 경영스타일이 일부 미국인들과 마찰을 빚기는 하지만 그가 오랜기간 미국시장에서 보여 준 기록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정회장의 지휘아래 현대차는 2007년 미국시장에서 46만7천대를 판매, 지난 2000년 이래 판매대수를 거의 두 배로 늘렸으며 기아차도 이와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비자금 조성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상태인 정회장은 매우 규율잡힌 회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1990년대에 현대차에 대한 품질문제가 심각했을 때 정회장은 엔진니어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고, 2004년에는 현대차의 품질순위가 급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빅3와 달리, 의사결정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한국 및 아시아 기업들에 대해 책을 펴낸 바 있는 MIT의 알리스 암스덴씨는 다른 스타일에 익숙한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스런 부분이 있겠지만 현대차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미국법인은 최근 수 년간 회사를 떠난 미국인 관리자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퇴사한 일부 고위관리자는 현대차그룹 본사의 경영문화상까지 수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해고될 때까지 2년 간 현대차 북미법인의 CEO였던 로버트 코스마이씨는 공격적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판매목표 압박 매우 심해
 
고 정주영회장은 다른 기업설립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장을 먼저 건설하고 판매는 나중에 걱정하라는 단순한 전략을 써 왔다. 고 정주영회장의 후손들이 현대차그룹을 경영해 오면서 그러한 기업철학은 하나의 법칙으로 존속해 오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생산능력에 맞춰 판매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현지 관리자들에게 지속적인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에 현대. 기아차에 근무했던 일부 경영자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판매목표가 재고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공터에는 현재 주문을 받지 못한 3만2천대의 쏘나타가 세워져 있다. 
 
그러한 철학의 결과 중 하나는 양사 모두 렌터카 업체에 대한 세일판매를 더 많이 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 경영진들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즉, 근본적으로 마케터의 입장이 아니라 제조자의 마인드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서울소재 프루덴셜증권의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고 전하면서 미국사업에 필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미국인 경영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미국인 마케터에게 자연스럽게 전권을 넘기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 기아차 미국법인의 신임 안병모사장은 부임 첫 날을 기존 광고를 비판하는데 모두 소요했다.
 
기아차는 보다 신중한 형식의 현대차 광고와 달리, 스포티하고 즐거움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전개해 왔다.
 
안사장은 수 차례 열린 회의 중에서 미친듯이 싸게 판다네. 라는 가사의 음악과 함께 기아차의 딜러가 춤을 추는 광고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이 광고를 전격 중단시켰다.
 
그 며칠 후 헌트사장과 비비스부사장이 해고됐으며 이러한 사실은 샌프란시스코에 모여있던 기아차 딜러들에게 큰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졌다.
 
딜러 중 일부는 브랜드의 마케팅 메시지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기아차의 미국 내 초기 딜러 중 한 명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사람이 바뀔 때마다 마케팅과 광고전략이 바뀐다고 말하기도 했다.
 
헌트사장 퇴임 후 안사장은 보다 많은 지원을 약속하면서 딜러들을 달래려고 노력중이다. 현대.기아차는 불만을 품은 미국인 경영진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감시자들 운용
 
기아차 대변인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 관리자들이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코치로부터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화를 융합하려는 시도는 지나친 것일 수도 있다. 일부 미국인들은 미국인 관리자들을 감시하는 역할의 소위 코디네이터들에 대해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코디네이터는 서울 본사의 경영진 내 순위에서 밀려나 미국인 관리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의 의사결정과 결과를 모니터링해 본사에 보고한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은 일을 하는 코디네이터를 미국내에 수십명씩 운용하고 있다. 중요한 결정은 물론이고, 판매목표를 달성한 딜러들에 대한 포상과 같은 세세한 일에도 코디네이터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의 자동차업체들도 미국사업부 내에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들은 주로 조언자 역할을 하며, 미국인 경영진은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자유로운 권한을 보장받는다.
 
지난 2006년까지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판매를 담당했으며 현재 폭스바겐 미국법인에서 근무중인 마크 바네스씨는 코디네이터들이 목표달성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목표에 미달한 사람에게는 목표수치를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채근하고 이들은 서울에 있는 관리자들에게 보고를 하면서도 미국인들에게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차 대변인은 코디네이터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한다. 본사의 기업비전을 미국에 전달하며 현지시장의 사정을 본사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코디네이터들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미국인 경영자가 거의 없는 상황하에서 통역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기아차 대변인은 기아차가 가부장적인 유교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미국인 경영자들과의 주된 갈등의 원인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갈등의 원인이 한국인 경영자들이 목표를 높게 잡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럭셔리브랜드 진입, 어려운 과제
 
현재, 현대차의 미국인 경영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목표는 럭셔리부문에 진입하는 것이다.
 
지난 수 년간 미국내 경영진들은 본사에 대해 기존 브랜드를 1만2천-2만5천달러 이상의 가격대로 판매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해왔으나 그들의 의견은 항상 무시돼 왔다.
 
정몽구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상급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한국 내 노조에 대한 양보가 늘면서 현대.기아차의 비용상 이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현대.기아차는 3만달러 이상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신차출시를 시도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지난 2005년 2만대 판매를 목표로 출시된 아만티(오피러스)다.
 
그러나 그러한 목표는 아직도 달성되지 못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2만5천달러에서 3만달러 가격으로 겨우 5천500대가 판매됐다.
 
지금도 정몽구회장이 미국인 관리자의 조언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미국이나 한국본사에도 거의 없다.
 
KIET(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현대차의 하향식 경영스타일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계속 미국인들과 문화적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과거에 나타났던 경영상의 혼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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