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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체리피커'로 골머리

  • 기사입력 2007.10.12 16:46
  • 기자명 이상원
신차를 인도받아 디스크 브레이크 등에 녹이 슬었다는 이유로 차량 인수를 거부하며 과도한 할인을 요구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고장을 이유로 여러차례 반복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차량 교환을 요구하는 이른바 '체리피커(Cherry Picker)'들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 보호법 등을 악용, 정작 자동차 살 생각이 없으면서 일정 기간 동안 신차를 사용한 뒤 차량을 구매를 하지 않고 반납을 하거나 턱없이 높은 할인을 요구, 일을 방해하거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면서 자동차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체리피커는 원래 신포도 대신 맛있는 체리만 골라먹는 얌체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영업이나 마케팅분야에서는 기업의 서비스 체계와 유통구조 등의 허점을 찾아내 상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은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똑똑한 소비자?'를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강원도 평창에 사는 K(여 52세)씨는 지난 2006년 6월5일 소송에서 승소한 금액이 검찰에서 입금될 예정이라면서 H사의 천안 모지점에서 차량을 계약 했다가 해약했다.
 
이어 한달여 뒤인 7월24일에는 강원도 모 지점에서 또다른 신차를 구입한 후 1000km를 탄 후 반납했다. 또, 올해 5월21일에는 강원도 강릉 모 지점에서 또 다른 신차를 계약했다가 출고를 보류했으며 6월28일에는 강원도의 또다른 지점에서 신차 출고를 시도하다 메이커의 저지로 출고가 보류됐다.
 
대전에 사는 L씨(남 39세)는 2005년 6월2일 K사로부터 차량을 구입 한 후 시동불량을 이유로 차량교환을 요구, 환불을 받았다가 석달 뒤인 8월 30일 신차를 재 출고했다. 이후 K씨는 차량 결함을 이유로 무려 10여차례에 걸쳐 정비를 받았다.
 
이어 2006년 3월17일에는 주차도중 프런트 윈도우가 저절로 내려가 서류가방이 분실됐다며 AS센터에 차량을 입고시킨 후 환불을 요구하며 만약 환불이 안 될 경우, 언론 및 인터넷을 통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협박했으며 수리가 다 된 후에 연락을 취했으나 환불만을 요구했다.
 
대구에 사는 P(남 50세)씨는 H사 판매대리점을 통해 2003년 11월 그랜저XG를 구입했으나 제품불량을 이유로 수차례 정비를 요구, 수리를 해 줬다.
 
하지만 P씨는 차량이 불안해서 도저히 차량운행을 할 수 없다며 차량 반납 및 환불을 요구, H사가 환불을 해 주었다.
 
또, 서울에 사는 H(남 47세)씨는 본인명의의 차량구입이 어려운데도 H사의 그랜저TG를  운전면허증도 없는 부인명의로 차량을 구입했다가 환불을 요구했다. H씨의 차량구입 이력을 조사한 결과, GM대우차, 르노삼성차 등으로부터 차량 등록 후 3회, 임시번호판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2회씩 총 5번 차량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재까지 상습 차량 교환이나 환불, 그리고 과도한 할인을 요구하는 체리피커 1천500여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해 오고 있으며 기아,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등도 많게는 수백명의 불량고객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있다.
 
자동차회사 고객불만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차값 환불이나 반납 등은 큰 액수가 걸려있는 만큼, 본사에 보고, 처리되기 때문에 이같은 피해사례가 잘 나타나지만 영업직원이나 지점단위로 당하는 체리피커의 사례까지 합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르노삼성차의 경우는 원 프라이스정책을 어길 경우, 영업직원이 심한 징계를 당한다는 약점을 이용, 과도한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산차업체들을 대상으로 체리피커의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5개 회사의 월 평균 반납 차량이 무려 60여대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국산차업체의 CS팀 관계자는 출고를 앞둔 차량에 대해 트집을 잡을 경우, 해당 영업사원이나 지점장이 울며 겨자먹기로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경우까지 합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할 경우는 한 사람이 몇 대의 차량을 한꺼번에 구입, 트집을 잡는 바람이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이 사표를 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체리피커들은 주로 물품을 구매한 뒤 하자가 발생할 경우, 한달 이내에 반품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정이나 할부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매수인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매수인에게 고지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한 할부거래법, 방문 판매법 등을 교묘히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이나 유통업계 등은 이같은 체리피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상습적인 불량고객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를 작성, 상호 공유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유없는 상품의 구입 철회나 반품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에 반품방지텍을 붙여 이를 떼어낸 경우에는 반품을 받아주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구매,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의식도 함께 성숙해야 올바른 상품거래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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