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한 요양병원에서 70대 환자가 알루미늄으로 포장된 약을 껍질째 삼킨 이유로 복통을 호소하고 피까지 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환자의 가족은 "치매 환자인 아버지에 대한 병원 측의 관리 소홀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분노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양병원 측은 "치매 환자로 볼 수 없고,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받아쳤습니다.

17일 뉴스1에 따르면 전주 한 요양병원 치매 병동에 입원 중이던 A씨(79)는 지난 2022년 8월18일 오전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피를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앞서 도내 한 종합병원에서 치매와 섬망 진단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사정상 해당 요양병원에 잠시 입원했다는 게 A씨 가족 설명입니다.

요양병원 간호사들은 A씨가 가슴 통증을 계속 호소하자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급히 이송했습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먼저 A씨의 폐를 검사했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A씨는 이후에도 밤새 피를 토하였습니다. 1시간 마다 종이컵 한 잔 분량의 피를 토했다는 게 A씨 가족의 주장입니다.

이튿날 다시 검사에 나선 대학병원 측은 A씨의 위와 식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알루미늄 재질의 알약 포장지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해당 약은 열흘 전쯤 먹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씨는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의료진은 A씨의 식도 등 상처가 난 여러 부위를 봉합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A씨 가족은 요양병원 간호사 B씨 등 2명과 병원장 C씨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진 A씨가 입에 아무거나 집어넣는 행동을 할 수 있음에도 요양병원 측이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 등은 종이로 포장된 처방약에 알루미늄 재질로 포장된 마이신(항생제) 알약을 한 개씩을 스테이플러로 찍어 A씨에게 매일 제공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 A씨는 의료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 항생제를 포장된 상태로 삼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B씨 등 간호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다만 C씨는 한방 의사로서 양방 진료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되었습니다.

A씨 가족은 "아버지는 대형병원에서 이미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입원한 환자였기에 병원에서 더욱 신경써서 관리했어야 했다"며 "의료진들이 아버지가 약을 어떻게 먹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병원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대학병원 응급실 기록을 보면 'A씨는 대량의 객혈(혈액이나 혈액이 섞인 가래를 토함)이나 토혈(위나 식도 따위의 질환으로 피를 토함) 시 질식으로 인한 돌연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재돼 있다"며 "아버지는 이번 사건으로 식도가 파열된 데다 수술 후 누워만 계시다 근육까지 크게 줄어 걷기 힘든 상태까지 됐다"고 밝혔습니다.

A씨의 가족은 "병원 측은 사건 발생 초기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사과 한 마디조차 없다"며 "지난달 10일 검찰 형사 조정일에 갔더니 B씨 등 당사자들은 나오지도 않고 변호인만 출석해 '원하는 금액을 말하라'라고 하더라"고 분개했습니다.

하지만 요양병원 측은 A씨 가족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해당 요양병원 관계자는 "당시 A씨는 스스로 약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인지 능력을 갖춘 상태였다"며 "A씨가 계속 집에 가겠다고 해 혹여나 병동 밖을 나가 길을 잃을까봐 차단문이 설치된 치매 병동에 배치해 더 신경써서 관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항생제는 병원 처방약이 아니라 A씨 가족이 원해서 제공했던 것"이라며 "사건이 벌어진 후 병원 차원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려고 A씨 가족에게 사과도 하고, 보상도 해드려고 했지만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커 합의가 잘 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