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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TOP3까지 오른 볼보코리아, “볼보 차 사길 자~알 했다”

  • 기사입력 2023.05.22 17:01
  • 최종수정 2023.05.23 08:32
  • 기자명 이상원 기자
볼보코리아가 지난 4월 수입차 판매 3위에 올랐다.
볼보코리아가 지난 4월 수입차 판매 3위에 올랐다.

[M투데이 이상원기자] ‘메르세데스 벤츠. BMW 위에 볼보’.

요즘 잘나가는 수입차 브랜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브랜드가 바로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다.

단순 판매량이 아닌 고객 선호도나 브랜드 충성도에서는 볼보를 따라올 브랜드가 없다. 볼보 차량을 소유하기 위해 1~2년씩 줄을 서는 것은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 됐다.

볼보 외에 독일 포르쉐 일부 차종이 1년가량 출고를 기다려야 하지만 볼보만큼 끈질기게 줄을 서지는 않는다.

볼보는 글로벌 생산볼륨이 겨우 70만대 수준이기 때문에 수입차가 가장 잘 나가는 한국에서도 연간 수 만대씩 판매하기 어려운 중소 브랜드의 하나다.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선 것도 겨우 2년 전인 지난 2020년이 처음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서서히 판매량을 끌어올리면서 어느덧 TOP4 안에 들어왔다.

수입차협회 신차 등록 자료에 의하면 2023년 1-4월 기간 동안 볼보코리아는 전년 동기대비 19.1% 증가한 5,589대를 판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볼보 빌리지 행사 장면
볼보 빌리지 행사 장면

특히 4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20% 증가한 1,599대를 판매, 아우디를 제치고 처음으로 수입차 순위 TOP3에 올랐다.

사실, 볼보에게 판매 대수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XC60을 비롯, 대부분 차종들이 수년째 1년 이상 출고가 밀려왔기 때문에 만약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처럼 공급이 풍부했더라면 연간 3만대는 거뜬히 넘어 섰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볼보코리아가 판매보다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브랜드력이다. 최근 2~3년 동안 국내 수입차의 브랜드 파워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의 강자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이른바 독일 4사 브랜드 파워가 약화되고 북유럽의 볼보와 일본 렉서스가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볼보는 주말 인기드라마의 PPL 차량과 스포츠 채널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마케팅인사이트 등 주요 조사기관의 제품, AS, 세일즈 만족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모조리 휩쓸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전문 리서치 회사 컨슈머인사이트의 ‘2022 자동차 기획조사’에서는 상품성 만족도(TGR)와 AS 만족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스스로도 이제는 자신들의 경쟁자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같은 프리미엄브랜드라고 당당히 말한다.

변화의 첫 출발점이었던 신형 XC90이 출시되던 2016년 당시, 결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제품력과 브랜드력에서 자신감이 붙었다는 얘기다.

볼보차 사길 자~알 했다.

볼보의 한국 판매법인인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8년 PAG(프리미어오토모티브그룹)코리아로 출범, 1995년 설립된 BMW코리아에 이어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두 번째로 역사가 깊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담당 이만식전무
볼보자동차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담당 이만식전무

2009년 7월 프리미오토모티브그룹(PAG)에서 볼보자동차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재규어랜드로버가 인도 타타그룹으로 매각,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로 분리되면서 기존 법인도 볼보 단독브랜드로 새롭게 리포지셔닝됐다.

포드의 볼보 방출 후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볼보코리아도 위기를 맞았다. 2008년 포드가 손을 떼기 이전 한 때 3천대에 육박하던 판매량은 지리 인수 이후에도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2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600여대까지 떨어졌다.

판매 부진 속에 구조조정이 이어졌고 재규어랜드로버 분리 이전 49명이었던 직원 수는 분리 후에는 절반가량이 줄었다.

결국 볼보 부활이 시작된 2014년 당시 남았던 원년 멤버는 현재 세일즈 마케팅 담당 이만식전무와 AS 부문 임원, 재무책임자 등 5명만 남았다.

이들은 현재도 같은 자리에서 볼보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볼보코리아의 성공은 볼보 본사의 제품개발 능력과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지만 자체적인 회생노력이 더 컸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보다 더 큰 시장인 일본에서는 6위에 그치고 있고, 미국이나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점유율이나 브랜드 파워가 여전히 중위권 수준이다.

볼보의 글로벌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에서의 포지셔닝이 가장 높다.

볼보코리아는 2015년부터 당시 남아 있던 임원들 주도로 '볼보 성장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본사를 설득. 브랜드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약속 받았고 볼보에 대한 고객신뢰를 쌓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를 넘어서는 탁월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탄탄하고 빈틈없는 AS 제공능력을 키웠고, 앞선 브랜드 마케팅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볼보 차량은 주요 인기드라마의 단골 협찬차량으로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채널에 등장하는 볼보 브랜드는 다른 프리미엄 수입차를 능가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브랜드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제품과 AS, 브랜드력 향상에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볼보 스웨덴 본사는 한국에서의 판매와 마케팅 등 경영전반에 관한 문제들을 한국법인 경영진에 맡겨두고 거의 관여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볼보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인 ‘헤이 파밀리(Hej, Familj)‘
볼보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인 ‘헤이 파밀리(Hej, Familj)‘

볼보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6개월 이상 기다린 신차 계약자들의 이탈률은 극히 미미하다.

일반적으로 계약한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차종으로 갈아타기 마련인데 볼보 차량 계약 고객들은 이탈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반도체 칩 문제로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공급이 부족, 여러 차종을 동시에 계약을 했다가 먼저 나오는 차량을 출고하다 보니 계약수치의 절반 이상이 허수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볼보는 이런 허수조차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볼보라는 브랜드와 볼보 차량에 대한 강한 신뢰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것이 이 같은 볼보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볼보의 브랜드력은 지난 6년 간 쌓아온 탁월한 마케팅력에 기인한다.

볼보코리아는 자사 차량 출고 고객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스웨디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인 ‘헤이 파밀리(Hej, Familj)‘를 지난 2017년부터 6년 째 이어오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대부분의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진행하는 고객초청 골프대회가 없다.

대신 고객과 고객 가족들을 국내 최고의 럭셔리 호텔 등으로 초청, 프리미엄 볼보를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최고의 예우를 다한다.

스웨덴어로 ‘안녕하세요’를 뜻하는 ‘헤이(Hej)’와 ‘가족’이라는 의미의 ‘파밀리(Familj)’가 합쳐진 ‘헤이 파밀리’는 오너와 가족의 안전을 컨셉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올해는 볼보 차량 출고 고객 중 800팀(가족)을 선정해 6월 서울 우이동의 파라스파라, 7월 강원 비브릿지, 8월 경남 까사드발리. 부산 아난티 힐튼, 9월 강원 소노펫 비발디파크 등에 초청한다.

이 곳은 최근 국내 최고의 휴양시설로 인기를 끄는 곳으로, 이 곳에서의 휴식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에는 프라이빗 온수풀, 모닥불, 반려동물 전용 패키지 등과 같은 맞춤형 서비스와 볼보 친환경 어메니티 및 웰컴 패키지가 함께 제공, 개인화된 럭셔리 경험도 맛볼 수 있다.

고객 케어 프로그램 '볼보 빌리지' 행사 장면
고객 케어 프로그램 '볼보 빌리지' 행사 장면

행사를 기획, 총괄 진행하는 이만식전무는 “최고의 럭셔리 프로그램인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볼보 고객들만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고객들을 한 번에 모시지 못해 번번이 추첨에 떨어지는 고객들도 있다”면서 “이들을 비롯, 볼보를 사랑하는 모든 고객들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행사를 진행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볼보자동차코리아의 ‘헤이, 파밀리’ 행사를 다녀 온 고객들의 후기는 볼보차를 구입하길 잘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 또 감동이다.

올해로 20년째 볼보코리아에 재직하고 있는 이만식전무는 볼보코리아 25주년이 남다르다.

볼보코리아는 연간 약 1만5천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중견 브랜드지만 본사 임직원 수는 50명 정도로 주요 브랜드 중 가장 적다.

1인 당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이 그만큼 많지만 불가피한 퇴직 외에 지난 10년 간 볼보코리아를 그만 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탄탄한 조직을 구축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강력한 세일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 모두 그의 몫이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던 H모터스 등을 중심으로 탄탄한 판매 네트워크도 완성시켰다.

올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판매목표로 제시한 1만7,500대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점진적인 성장을 통해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력을 한층 높여 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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