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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기버스 설 자리가 없다’. 중국산 점유율 약 40%...KD운송그룹도 직수입

  • 기사입력 2023.01.27 21:18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M 투데이 이상원기자] 지난해 말 전주시가 중국산 전기버스를 구입하는 운수업체에 보조금을 편성해 논란이 됐다. 외국산 버스 도입에 국민들이 낸 세금을 주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전주시가 지난해 버스업체들을 대상으로 차량 구매 의견을 받은 결과, 전주 소재 2개 운수업체가 각각 10대의 대형고속버스를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보였고, 전주시에서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대당 1억4천만 원씩, 총 28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차량이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에 해당되면 생산국가와 상관없이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대거 도입되면서 국내 버스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신차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1월 말 기준 9m, 11m급 전기버스 등록대수는 1,424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5%가 증가했다.

해당 차량들은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중앙정부 보조금과 함께 자체 예산을 편성, 전기차 구매를 원하는 운수업체들에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도입한 전기버스는 565대로 전체의 39.6%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간 32%보다 7.6% 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산 전기버스는 현대차 522대, 에디슨모터스 199대, 우진산전이 99대가 등록됐고, 중국산은 하이거 버스가 192대, BYD가 71대, 범한자동차가 39대, BLK가 23대, JJ모터스가 11대, CRIC가 54대가 등록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직수입에 나선 국내 최대 버스업체인 KD운송그룹도 중국산 CHTC버스 93대나 수입, 노선에 투입했다.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2017년 25.3%(25대)였으나 2021년 32.6%(358대), 2022년 39.6%(565대)로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반면, 우진 산전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고,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자동차 인수 실패로 공장가동이 거의 중단상태에 들어가는 등 국산차 업체들이 위기에 몰려 있다.

버스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아 온 한 관계자는 “현재의 보조금 지급방식이 지속되면 머지않아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버스시장을 완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국산차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들여와 전기차 충전소 건설이나 사무실 이전비용 지원 등 부대 조건을 앞세워 판매를 늘리고 있다.

최근 환율상승으로 인해 도입가격이 높아지긴 했지만 중국산 전기버스의 평균 수입 원가는 2억5천만 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스를 도입하는 총판업체들이 대당 5천만 원의 이윤을 남기더라도 국산차보다 5천만 원 이상 싸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 조건에서 국산버스보다 크게 유리하다.

특히, 하이거버스를 공급하는 피라인은 정부 보조금이 주어지는 충전소 설치사업까지 확장, 한층 유리한 조건으로 버스업계를 공략하고 있다.

대형 운수업체들도 저렴한 중국산 차량을 자체 도입하게 되면 총판업체들처럼 상당한 수익을 챙길 수가 있어 자회사를 통해 직수입에 나서고 있다. 일종의 내부자 거래인 셈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전기버스 및 충전소 설치 관련 보조금이 차별 없이 지원되다 보니 저렴한 가격으로 도입된 중국산 버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산 전기버스의 이 같은 불공정 관행에 대한 대책마련을 정부 측에 요청해 왔으나 통상문제 등을 이유로 계속 방치돼 왔다.

정부는 올해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차별화 정책을 도입한다. 배터리 에너지밀도 등을 따져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산 버스 도입업체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차별뿐만 아니라 버스 납품과 관련한 뒷거래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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