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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가상현실로 최상의 현실 만든다’ 현대기아차 버츄얼 개발 프로세스

  • 기사입력 2019.12.18 08:41
  • 기자명 박상우 기자
연구원이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M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현대기아차가 지난 7월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한 바 있다. 이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 일환으로 현대기아차는 버츄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하고 버츄얼 개발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버츄얼 개발이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 있고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양희원 현대기아차 바디 담당 전무는 “버츄얼 프로세스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면 개발기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고품질의 차량을 선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버츄얼 개발 프로세스에는 VR(가상현실), AR,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IT 기술이 적용됐는데 이 중 핵심기술은 VR(가상현실)이다.

대표적으로 현대기아차는 15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마련했다.

품평장에서 사용되는 VR 고글
품평장에서 사용되는 VR 고글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로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동차 안에 들어가 실제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이 VR 디자인 품평장에서 VR고글을 끼고 현대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 컨셉트인 HDC-6 넵튠을 살펴봤다.

실제 넵튠을 보는 듯 외관과 실내에 적용된 여러 디자인 요소가 잘 구현돼 놀라웠다. 특히 구현하기 어려울 수 있는 작은 디테일까지도 잘 반영됐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품평장 천장에 설치된 36개의 모션캡쳐 때문이다. 이 센서는 VR장치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mm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한다.

이 때문에 평가자는 차량 디자인의 작은 디테일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경쟁차종을 실차로 가져오지 않아도 개발 차량과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넵튠의 경쟁차종은 테슬라의 대형전기트럭인 세미, 미국 니콜라 모터의 수소전기대형트럭 니콜라 원이다.

품평장의 대기화면

세미와 니콜라원이 공개됐으나 아직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프로세스를 활용하면 굳이 실차를 가져오지 않아도 비교할 수 있다.

이는 실차를 들여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데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조만간 유럽디자인센터, 미국디자인센터, 중국디자인센터, 인도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전세계의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 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다지인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디자인 품평 외에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디자인 단계로까지 VR 기술을 점차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가상의 모델을 투영시켜 평가하는 AR(Augmented Reality) 기술도 도입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 품평장의 핵심기술인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도 이날 공개됐다.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한다.

이 때문에 데이터만 있으면 단종됐거나 판매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모든 차량뿐만 아니라 경쟁차종, 경쟁차종에 적용된 기술들을 만들어 적용해 비교 및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세대 신형 K5 A필러의 운전자 시야 방해가 2세대 혹은 1세대 K5 A필러보다 적어졌는지, 헤드램프의 밝기와 각도가 이전 모델보다 개선됐는지 확인하고 개발에 반영할 수 있다.

또 차량을 세로로 절단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어 엔진, 도어, 트렁크, 후드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고속도로·경사로·터널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주행안전성, 도심·휴양지 등에서의 실내 공간감과 시야,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차량 내외부 공력테스트, 조작 편의성 등의 검증도 가능하다.

연구원이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이는 검증 결과에 따라 실차를 개조하는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무엇보다 실차 테스트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엔진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를 즉시 확인하고 수정된 내용을 반영할 수 있어 개발 효율성이 높아진다.

현대기아차는 버츄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히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신규 개발 자동차의 컨셉트를 설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부문의 데이터를 통합해 가상의 차량 모델을 구성하고 설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를 검증해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현대기아차는 설명했다.

여기에 버츄얼 차량 검증을 통해 실물 시험차 생산 후 집중됐던 품질 검증을 선행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이후 디자인, 설계 단계, 시작차 제작 단계, 제조 및 조립 단계 등 연구개발 프로세스 전 과정에 걸쳐 시행하는 것이 가능해져 품질 검증을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기대하고 있다.

   버츄얼 개발 프로세스 도입으로 인한 효과를 나타내는 그래픽.
공기흐름을 그래픽으로 표시해 공기저항계수를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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