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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고급차 ‘제네시스 브랜드’ 누가 이끄나?

  • 기사입력 2016.01.12 15:22
  • 최종수정 2016.01.13 10:31
  • 기자명 이상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오토데일리 이상원 기자] 지난해 11월 초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출범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인 런칭을 위해 숨가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본 구조는 별도 개발 및 판매 조직을 갖추고, 오는 2020년까지 중형 세단부터 대형 SUV 등 총 6개의 모델 라인업을 구축하고 출발선에 선다는 것이다.

이미 출시된 준대형급 G80(기존 제네시스)과 대형세단 EQ900에 이어 내년 하반기에 중형 후륜 구동 세단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외 중형 및 대형 SUV와 스포츠 모델이 순차적으로 제네시스 라인업에 합류한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 전체의 방향타 역할을 맡을 전략기획과 전담 개발팀 및 글로벌 마케팅, 그리고 별도의 영업조직이 필요하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브랜드 출범을 선언한 1983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한 1989년까지 6년 동안 총 10억 달러(1조2천억원)를 투자했다. 렉서스 차량 개발 전담인력에 1400여명의 엔지니어와 2300여명의 생산 기술 인력 등 무려 3700여명이 투입됐다.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였다. 목표도 명확했다. ‘독일차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품격 있는 차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고급차 시장 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지금, 현대차는 향후 5년 동안 제네시스 브랜드에 보다 더 많은 투자와 땀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현대차 마케팅사업본부 조원홍 부사장(좌)과 현대·기아차 상품기획총괄본부 김원일 부사장(우)

그렇다면 현대차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어떻게 움직이고 누가 이끌고 있을까?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종 의사 결정은 최고경영층이 포함된 ‘협의체’란 조직이 맡고 있다.

협의체는 기획총괄 김용환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마케팅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조원홍 부사장과 상품기획총괄본부 김원일 부사장, 디자인총괄 피터 슈라이어 사장, 그리고 올해부터 기획·영업·재경부문을 새롭게 담당하게 된 이원희 사장 등이 참석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정의선 부회장이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실질적인 방향타 역할을 하는 조원홍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정의선 부회장이 해외마케팅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스카웃한 인물로,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모니터그룹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조 부사장은 현대차 마케팅사업본부를 맡은 직후부터 현대차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것에 집중해 왔다. 동시에 고급차 브랜드 런칭 준비 작업도 물밑에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92년 현대차에 입사해 해외영업 및 기획실에서 재직했다. 199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유학을 떠났으며 이후 부즈알렌 해밀턴 컨설팅과 모니터그룹코리아를 거쳐 현대차로 다시 컴백했다.

조 부사장을 돕는 조직은 이번에 신설된 ‘제네시스 전략팀’이다. 이곳에서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이를 전개하는 임무를 맡는다.

‘제네시스 전략팀’을 이끄는 인물은 슈퍼카 람보르기니에서 브랜드 관리를 총괄해 온 맨프레드 피츠제럴드(Manfred Fitzgerald) 전무다.

1963년생인 피츠제럴드 전무는 독일 쾰른 대학교를 졸업하고, 뤠베(LOEWE) 마케팅 총괄에 이어 람보르기니 브랜드를 총괄하며 브랜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상품개발은 상품전략총괄본부 김원일 부사장이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에 입사해 상품운영전략팀장에 이어 2009년부터 상품전략총괄본부장을 맡아 오고 있다.

김 부사장 산하에 있는 현대·기아 상품기획팀은 현대·기아차의 미래 제품을 기획하는 곳으로 지난해까지 국내 마케팅실을 맡아 왔던 김상대 상무가 새롭게 임명됐다.

상품기획팀 산하에 별도로 만들어진 ‘고급차 상품기획팀’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 제품들이 잉태돼 남양연구소 제네시스 개발팀과 최종 작품을 만든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현대차그룹 디자인총괄 피터 슈라이어 사장, 현대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 전무, 현대차 고성능총괄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 제네시스 전략담당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은 람보르기니, 아우디 디자이너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전무가 이끄는 ‘프레스티지디자인실’이 담당한다.

루크 동커볼케 전무는 미국 디자인스쿨 아트센터(Art Center College of Design) 출신으로,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부가티, 세아트, 아우디 등 다양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담당해 온 세계 정상급 자동차 디자이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제네시스 디자인의 방향을 잡아 나갈 예정이다.

판매조직의 경우 당분간 국내영업본부와 해외영업본부가 지원에 나선다. 별도로 만들어진 ‘제네시스 TFT’가 전사 협의체 산하 ‘제네시스 프리미엄(GP) 전략 프로젝트 TFT’와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별도 전시장 및 영업인력 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며 연차적으로 조직과 전시장을 분리해 나갈 예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 생산은 울산5공장이 전담하게 된다. 울산 5공장은 향후 남양연구소, 품질본부와 상시 협업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제네시스 브랜드 조직은 각 부문장이 권한을 갖고 대부분의 현안을 즉각 결정할 수가 있기 때문에 다른 조직보다 훨씬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는 의사결정은 빠르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충분한 검토 프로세스에서는 어느 정도의 약점을 안고 있다.

더욱이 최근 새로 합류한 루크 동커볼케 전무나 피츠 제럴드 전무 등 해외파와 기존 국내파 간 업무협조 및 상호이해가 어느 정도로 잘 맞아 들어갈 것인가도 새로운 과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즉,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가 수십년 동안을 국내파로만 일관해 온 기존 틀을 깨고 얼마나 인적 글로벌화를 이뤄낼 지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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