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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 경영평가] 널뛰기 시장서 경영기술 발휘‥디젤 미래 불투명

  • 기사입력 2015.12.26 10:21
  • 최종수정 2015.12.29 14:41
  • 기자명 이다일 기자

[편집자 주] 2015년 자동차 업계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자동차 업계를 모두 혼돈의 늪으로 빠트렸다. 러시아를 포함한 브릭스 등 신흥국가의 불안정한 경제상황도 자동차 업계의 리스크로 다가왔다.

 국내에서는 수입차의 약진과 국산차의 위기가 계속됐다. 국산차의 품질 문제는 신차 출시후 다가오는 통과의례처럼 됐고 소비자의 불신과 이를 극복하려는 제조사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오토데일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산과 외산차의 업체별 실적과 함께 주요 차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시장의 성숙도와 각 사 경영진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 좌측부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폭스바겐코리아 토마스 쿨, 아우디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독일 수입자동차 브랜드는 판매량이 매달 들쑥날쑥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안으로는 ‘할인’ 정책에 따른 판매량 증감이 원인이었고 밖으로는 유로5의 종료, 폭스바겐배출가스조작사태, 물량부족 등이 이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경영자에게는 그 어느때 보다 힘든 한 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간에 사장이 바뀌었고 BMW도 주요 임원을 대상으로 연말 큰 폭의 인사이동을 실시했다. 그래도 모든 브랜드가 11월까지 이미 전년 실적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110% 이상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독일차 브랜드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강세를 유지했다. 4월 69.4%, 10월 64.9%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량으로 70% 넘는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선전이 올해도 이어졌다. 하반기까지 물량이 부족해 대기수요가 계속됐다. 특히, S클래스의 4MATIC 모델들은 2~3개월가량 기다려야했다. 최고급 라인업 ‘마이바흐’도 판매량을 늘렸다. C클래스의 판매도 꾸준히 늘어났다. A, B, E클래스는 큰 변화 없이도 판매량을 유지했고 덕분에 올 연말로 예상했던 SUV 라인업 투입을 내년으로 미뤘다.

 1월에는 판매량 4367대를 기록하며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후 4월(4136대), 7월(3976대), 8월(3662대), 9월(4329대), 10월(3713대)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고급차 라인업이 판매를 촉진한데다 별다른 할인 조건 없이도 판매량을 유지해 딜러와 수입사의 순이익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결산에서도 벤츠의 주요 딜러들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2배~3배에 이르는 성장을 했다.

 브리타 제에거 사장은 2년 6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유럽으로 돌아갔다. 후임으로 브라질에서 온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이른바 ‘골프채 사건’으로 곤혹스런 신고식을 치렀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S클래스 덕분에 잘 나가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이미지는 S클래스 때문에 추락했다. 지난여름 전라남도 광주의  S클래스 AMG 소비자가 시동이 꺼진다고 항의하며 골프채로 차를 파손했다. 이 상황을 담은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갔고 급기야 해외 언론에서도 보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차를 바꿔주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캐나다와 미국에서 해당 차종의 문제를 결함으로 규정하고 리콜을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동일 증상에 대해 리콜을 발표했다. 판매는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위기 대응은 낙제였다.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 BMW

 뚜렷한 신차 없이 판매량에서 선방했다. 하지만 ‘520d’의 인기를 바탕으로 몇 년간 차지했던 1위의 아성은 여러 차례 무너졌다. 유일하게 주목할 신차 7시리즈도 부진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플래그십 세단 경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했다. 연말에는 현대차가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며 고급차 수요는 ‘대기’로 돌아섰다.

 판매량으로는 2위와 격차를 두고 선두를 지키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벤트에 따라 절반 이상 선두를 내주며 연말까지도 1위 수성에 고전하고 있다.

 1월에는 벤츠, 2월에는 아우디에게 판매량 1위를 내주고 3월, 5월, 6월에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주요 무기는 ‘할인’이었다. 3월, 4월 연이은 기업체 특판을 시작으로 파격적인 할인을 이어갔다. 6월에는 월간 판매량 5744대로 수입차 역사상 단일브랜드 최다판매 기록을 세웠다. 어지간한 국산차 브랜드의 판매량을 위협했다.

 전년 실적을 바탕으로 4월 발표한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2조2999억원을 기록해 2013년 대비 20.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의 폭발적인 판매량을 바탕으로 BMW코리아는 올해 11월까지 누적 4만2653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4만2044대를 기록해 600대 차이로 따라왔다. 12월 실적에 따라 올해 수입차 판매 1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예년 같으면 12월 중순 이후는 판매를 마감하고 올해의 실적을 평가하는 기간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혹시라도 1위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BMW코리아를 감싸고 있다.

 신차를 무기로 판매량을 늘린 벤츠와 달리 BMW는 그야말로 판매 기술로 1위를 지켰다. 딜러와 함께 매달 특정 차종에 대한 할인판매를 진행했고 수입차 업계 최초로 법인 판매팀을 운영하며 판매량을 유지했다. 올해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유로6’ 도입도 조기에 이뤄냈고 제주도 전기차 보급사업에서 i3는 깜짝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 영종도에 문을 연 드라이빙센터는 자동차 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효준 사장의 발빠른 위기관리도 주목받았다. 4/4분기 불거진 수차례의 BMW 화재사건에 대해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 업계에서는 실무진의 사과문 발표 의견이 나온 지 불과 3시간 만에 모든 의사결정이 완료된 것으로 김효준 사장의 리더십을 볼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했다.

 BMW코리아는 내부적으로 혁신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MINI를 총괄하던 주양예 이사를 BMW 세일즈 총괄로 임명하고 전무, 상무, 이사급 임원들을 순환 배치했다. 벌써 두 차례나 이뤄진 임원의 순환 배치로 경영층의 실무 경험이 다각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상윤 전무는 말레이시아 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권까지 국내 인재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

▲ 2015년 독일차 브랜드의 월간 판매량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 아우디폭스바겐

 올해 가장 다사다난한 브랜드다. 아우디는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팔려나갔고 폭스바겐의 인기도 꾸준했다. 하나의 법인으로 운영하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큰 볼륨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난 가을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직후 불거진 배출가스 조작사태로 인해 잠시 판매가 주춤했다. 그것도 잠시. 11월 폭스바겐이 올해 최대 판매를 기록하면서 ‘할인’이 화두로 떠올랐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올해 ‘할인’을 빼고 말할 수 없다. 20%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할인으로 판매량을 유지했다. 아우디는 연식변경을 앞둔 A6를 파격 할인 조건으로 판매했고 폭스바겐은 작년부터 국내인증 문제로 평택항에 발이 묶였던 골프 1.4 TSI를 파격 할인가격에 판매했다. 단숨에 팔려나간 차들은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실적을 견인했다.

 올 8월 수입 물량을 10월말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한 유로5 배출가스 기준에 맞춰 8월과 9월 그리고 10월에도 유로5 모델의 할인 판매를 진행했다. 아우디는 그간 BMW만 진행하던 법인 판매를 별도의 팀을 꾸려 시작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월간 판매량은 말 그대로 널뛰기였다. 아우디는 3월 3895대로 최고점을 기록하고 한 달 뒤인 4월 1010대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A6의 신모델 출시가 영향을 미쳤다. 폭스바겐 역시 6월에 4321대로 고점을 기록했다가 배출가스 조작사태 이후 10월 947대로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11월에 4517대를 판매해 기존 기록을 경신하면서 배출가스 조작사태의 여파는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11월에는 폭스바겐 대부분 차종의 할인을 크게 늘린 것이 판매량 증가의 원인이었다. 수입사는 딜러 마진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고 딜러사는 늘어난 마진을 고스란히 할인으로 제공했다. 

 4월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전년 대비 30.12% 늘어난 4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딜러사 경영보고서에는 적자가 크게 늘었다. 수입사는 배를 채웠지만 딜러사는 전달만 했을 뿐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반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역시 경영 구조를 바꾸었다. 아우디코리아를 담당하던 요하네스 타머 사장이 4년차 임기에서 그룹 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3년차의 폭스바겐 토마스 쿨 사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으며 아우디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가 타머 사장의 지휘 아래로 들어갔다.

 최고위 임원의 자리는 늘어났지만 한국인 임원은 오히려 줄었다. AS 등 일부 파트를 제외한 주요 부서는 대부분 본사 파견 인력으로 채웠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임원 중 일부는 국산차 브랜드로 자리를 옮겼다. 4월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조661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23.62%나 성장했다. 반면, 기부금은 2억원으로 0.1% 올랐다.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면서 BMW나 벤츠와 달리 한국사회에 기여는 저조하다. 

■ MINI와 포르쉐

 마니아들의 브랜드 MINI와 포르쉐는 올해도 인기가 좋았다. MINI는 BMW의 홍보를 담당하던 주양예 이사가 총괄로 자리를 옮기면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올해도 11월까지 이미 6737대를 기록해 전년도 판매량 6572대를 넘어섰다. 월간 500대~600대 가량 판매하는 것을 고려하면 7300대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MINI는 최근 차체 크기를 키우거나 5도어 모델을 내놓으며 수요층을 늘렸다. 3도어 모델의 이미지가 강하던 MINI 시장에서 컨트리맨, 클럽맨 등의 가지치기 모델이 주력 모델인 쿠퍼를 견인하는 상황이다.

 포르쉐는 작년 말 내놓은 베스트셀러 SUV 카이엔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려갔다. 파나메라의 인기가 초기에 비해 식었지만 카이엔 디젤의 인기가 이를 상회했다. 11월까지 3670대를 판매해 전년도 2568대에 비해 이미 143%나 성장했다. 연말에는 공급 문제로 출고가 줄어들 것을 고려하면 4천대 수준에 근접하고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는 올해 일부 딜러사의 영업직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파업을 선언하는 등 회사와 분쟁이 있었지만 판매량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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