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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자동차] ③ ‘현기빠’ ‘쉐슬람’ 한국의 온라인 자동차 문화

  • 기사입력 2015.11.11 09:25
  • 최종수정 2015.11.11 22:05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우리나라에 자동차 관련 법률이 제정된 지 100년. 세계 4위권으로 도약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오토데일리가 돌아봅니다. 강산이 열 번 변할 동안 자동차 산업도 엄청난 성장을 이뤘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길에 혹여 놓친 것은 없는지, 앞으로 개선할 것은 없는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인지 기획연재를 통해 풀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지나면서 급성장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두세 집에 한 대씩 자동차를 보유했다.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2년 우리나라의 자동차 1대당 가구 수는 2.29다. 인구 천 명당 승용차는 79.1대이며 증감률은 무려 23.1%에 이르렀다. 이후 1996년 12.8%의 성장률을 끝으로 보급은 둔화됐다. IMF 위기 상황에서도 0.5% 성장한 자동차 산업은 2000년대 들어와서 2~3%대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 2008년에는 1가구에 1대씩 승용차를 보유했고 3명 가운데 1명은 차를 가졌다. 1988년부터 불과 20년 사이 일어난 일이다.

▲ 가구당, 인구당 자동차 보유 현황 /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안전을 강조한 프리미엄 상품 ‘자동차’

 자동차 산업이 압축성장을 이루는 20년 사이. 소비자의 의식도 빠르게 변화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92년 승용차에 대한 고객만족도(KCSI)는 49.6%였다. 비록 항공이나 은행, 백화점보다는 높은 순위였지만 절반 이상의 고객이 불만을 나타냈다.

 22년 뒤인 2014년. 한국능률협회가 동일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승용차에 대한 만족도는 84.1%로 높아졌다. 최근 들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고 2013년에 비해서도 0.7% 향상된 수치다. 비록 RV승용차(82.4%), 경차(78.9%)는 조금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열 명 가운데 여덟 명 이상이 품질에 만족하고 있다. 국내 내구재 가운데서도 TV와 냉장고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가 다른 내구재를 제치고 만족도 3위까지 오른 원인으로는  치열한 경쟁구도를 꼽는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의 국산차 브랜드와 20여개의 수입차 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승용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만 따져도 25개 이상이다.

▲ 1992 KCSI의 내구재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 자료=KCSI
▲ 2014년 내구재 KCSI 조사 결과 / 자료=KCSI

 자동차 업계는 전 세계 시장에서 비슷한 경쟁구도를 펼치고 있다. 소위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독일차와 일본의 고급차, 유럽 브랜드와 미국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우리나라 브랜드가 최근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자동차 업계는 가격, 품질, 옵션을 국가마다 차별화하고 있다. 기본적인 차체와 엔진 등은 동일하게 만들지만 해당 국가의 법률과 성향에 따라 옵션을 적용하거나 차의 주행특성을 조절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미국의 자동차 규정과 유사한 것이 많아 미국 수출용 혹은 미국 현지 생산차의 수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선택할 때 ‘연비’, ‘안전’, ‘디자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인사이트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수입차의 경우 ‘연비’를 국산차의 경우 ‘디자인’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국산차를 고려하면서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소비자가 10.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외관(11.3%)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 자동차 소비자의 선호 이유 변화 / 자료=마케팅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자동차 갑론을박으로 활성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이다. 이미 통계적으로는 우리나라 모든 가구에서 차를 소유했다. 그리고 앞서 조사에서 나왔듯 ‘디자인’, ‘안전’이 가장 궁금한 요소다. 이러한 자동차에 대한 관심사는 그대로 온라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른바 ‘쉐슬람’, ‘현기차’ 같은 단어가 흔하게 등장한다. 독특한 것은 각 브랜드의 점유율과 온라인에서 거론되는 빈도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자동차에 대한 문제점이나 지적은 현대기아차가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지만 판매량은 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가 약 40%, 기아차가 약 30%, 한국지엠이 10%를 차지한다. 나머지 국산차가 또 10%, 나머지 10%는 수입차가 차지한다. 현대차그룹이 약 70%의 점유율을 가진 만큼 많은 온라인 자동차 소식에 등장한다. 댓글도 마찬가지다. 반면, 최근에는 10%에 불과한 수입차에 관한 이야기가 온라인에서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 소비자 3천 명이 현대자동차에 질문을 보냈다. 이를 유형별로 나눠보니 안티소비에 관한 이야기와 품질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소비자들은 대부분 국산차를 보유했거나 경험해봤고 이를 수입차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연스럽게 그간 경험했던 국산차에 대해 평가하는 과정이 온라인의 댓글 문화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차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높은 관심은 종종 부정적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 아고라’, ‘보배드림’ 등의 게시판에는 자동차 업계의 소식이 뉴스 웹사이트보다 빠르게 올라오는 경우도 빈번하고 제품에 대한 문제점이나 불만사항을 공유하는 채널로 등장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00여대의 신차가 출시되는 만큼 온라인의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의 포털에서는 한 차종에 대해 수십 개의 동호회가 운영된다. 신차 발표 1년~2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해 출고, 유지, 관리 등의 전 과정을 동호회를 통해 공유한다.

 

자동차 업계 ‘안티’ 어디까지 진실일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안티’ 활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소위 ‘안티’라고 부르는 일부 소비자들은 제품의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부정적인 사례로는 의도적으로 조작해 과장하다가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안티’ 활동이 지극히 자연스런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안티소비 왜 주목해야하나?’라는 연구자료에서 “사회의식이 성숙하고 소셜미디어가 확산됨에 따라 비주류 이념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반소비 운동이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안티소비가 더 이상 일부 소비층에 한정된 지엽적 현상이 아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트렌드로 부상했다”며 “안티의 형성과 확산에 주목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 안티 소비의 유형 / 자료=삼성경제연구소 재인용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의 안티 소비자들은 주로 ‘트라우마형’ 안티소비자로 분류된다. 이는 특정한 경험이 구매를 거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관점이다. 실제로 와튼경영대학원은 소비자 11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장에서 불만을 경험한 고객의 32~36%가 다시는 방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직접 항의하겠다는 고객은 6%에 불과했다.

 자동차 역시 직접 타본 경험에 불만 요소가 있었다면 다음 차는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 이외에도 최근에는 직접 항의하는 채널이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기업들은 온라인에서의 안티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소비성향이 유사한 친지나 전문가 혹은 블로그의 부정적 체험에도 고정관념이 형성되며 나아가서는 구매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 온라인에서 특정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례 / 자료=다음 아고라 캡쳐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안티’가 가장 활발하다. 온라인 뉴스에서는 어떤 자동차 이야기가 나와도 결론은 현대기아차 안티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현대기아차도 안티의 존재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부산모터쇼에서 몸을 낮췄다. 김충호 사장은 “현대자동차가 국민기업으로 아직 부족하단 것을 알고 있다”며 “백 마디 말보다 한 대의 차로 진정성을 보여주고 말보다 행동으로 고객만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몇 달 전 현대차 안티에 대해서 “노사문제 때문에”라고 답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 4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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