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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단언컨대 최고의 아빠차”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1.6

  • 기사입력 2015.09.21 15:44
  • 최종수정 2015.09.22 09:00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자동차에도 언어가 있다면 이 차는 분명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봤던 한국어, 독일어, 영어와는 다른 말이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가 1.6리터 소형 디젤 엔진으로 다시 등장했다. 이미 2.0리터의 5인승 C4 피카소와 7인승인 그랜드 C4 피카소가 있지만 이 차는 다운사이징 추세를 반영했다. 가격도 3990만원으로 내렸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브랜드의 독특한 7인승 MPV라 어색했다면 꼭 한번 만나보길 추천한다. 이 차가 말하는 프랑스어가 어떤 느낌인지 소개한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1.6 모델에 대한 선입견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차가 작을 것이란 이야기. 오해다. 차제 길이는 중형세단보다 작다. 하지만 바퀴간의 거리인 휠베이스가 2840mm다. 중형세단보다 길다. 이 의미는 간단하다. 실속 있단 얘기다. 시트로엥의 EMP2 플랫폼을 적용했다. 따라서 준중형 C4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내 공간은 마치 마술처럼 넓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보통 차와 비슷하다. 하지만 2열에 앉으면 앞뒤, 무릎공간이 넓다. 대형 세단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7인승인 이 차는 3열 시트를 바닥으로 접어 넣는다. 그리고 2열 시트는 앞뒤로 150mm 이동한다. 평소에는 뒤로 바짝 밀어두면 넓은 무릎공간이 나온다. 높은 천정은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이 차를 타고 좁거나 답답하다는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 개방감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파노라마선루프와 160mm 더 위로 올라간 앞유리, A필러의 유리까지 이 차는 개방감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파노라마선루프가 열린다. 유리는 열리지 않고 햇빛가리개만 접히는 방식이다. 천정 대부분을 덮었던 선루프가 열린다. 그리고 운전석과 조수석의 선바이저는 일반 차에 비해서 160mm 위로 올라간다. 마치 대머리 아저씨를 보는 듯 훌렁 열린다. 개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뛰어나다. 운전석과 조수석 앞의 A필러도 가운데를 창으로 만들었다. 강성을 유지하면서 시야를 가리는 요소를 줄였다.

▲ A필러를 시원하게 뚫었다. 덕분에 코너에서도 시야가 제대로 확보된다.

 또 다른 선입견은 힘이 부족하다는 것. 1.6 디젤 엔진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MPV는 적어도 2.0리터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로6를 충족하는 BlueHDi 엔진은 낮은 엔진회전구간인 175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 쉽게 말하면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의 힘이 나온다. 최고출력은 120마력이지만 토크 범위가 넓어 힘에는 문제가 없다. 나머지는 6단 자동변속기가 해결한다. 디젤엔진의 특성을 잘 활용한 조합이다. 덕분에 공인연비는 복합기준 15.1km/l, 이번 시승에서는 도심주행을 위주로 했더니 13km/l대가 나왔다. 평소 같은 구간을 다니는 중형 가솔린 세단의 연비가 7~8km/l인 것을 고려하면 효율은 2배이고 유류비는 그보다 더 적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시트로엥을 수입하는 한불모터스가 새로 들여온 1.6리터 디젤 엔진의 그랜드 C4 피카소.

 마지막 선입견은 프랑스 시트로엥의 MPV라고 무엇이 크게 다르겠냐는 것이다. 세상에 나온 자동차가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선입견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다르다. 단언컨대 국내에 이런 차는 없었다. 기아 카렌스나 쉐보레 올란도 혹은 기아 카니발이 이와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차는 처음 본다. 차의 시작부터 끝까지 실용성이 가득하다.

▲ 운전석 중앙 하단에는 USB와 오디오 등을 연결하는 단자가 들어있다. 공간도 넉넉해 휴대폰을 충전할 때에도 요긴하다.
▲ 2열 시트 바닥에는 신발을 넣을만한 공간이 있다.
▲ 2열 중앙 시트에 유아용카시트를 장착했다. ISOFIX를 사용했고 중앙 좌석을 약간 앞으로 밀어 좌우 탑승자의 어깨 공간을 마련했다. 시트는 엉덩이 부분을 접어 올릴 수 있다. 2열 중앙에 자전거 같은 큰 화물을 실을 수 있다.
▲ 2열 좌석 앞에는 접이식 테이블이 들어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손닿는 곳곳이 수납공간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넓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은 1.5리터 음료수는 물론 노트북이나 카메라를 넣어도 넉넉하다. 조수석의 수납공간은 깊숙하다. 허리를 숙여 손을 넣어야 끝이 나올 정도다. 뒷좌석 발판 아래에도 신발을 넣는 공간이 있고 운전석과 조수석 의자 등받이에는 접이식 테이블이 있다. 실용성을 강조한 시트로엥의 철학이 곳곳에 묻어있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1.6은 진정한 ‘아빠차’를 기다리던 우리나라 아빠들에게 좋은 대안이다. 기아자동차 카니발을 고려하지만 큰 덩치가 부담스러운 경우에도 매력적이다.

 
▲ 유아용시트 가운데 가장 큰 모델 중 하나를 중앙에 장착한 모습. 양쪽에 성인이 탑승할 수 있다.
▲ 2열 시트는 모두 독립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 트렁크 덮개를 열면 3열 시트가 들어있다.
▲ 2열 좌석 앞에는 접이식 테이블이 들어있다.
▲ 2열 창문에는 햇빛을 가리는 스크린이 들어있다.

 뒷좌석에는 가운데 자리까지 유아용카시트를 고정하는 ISOFIX가 달려있다. 2열에 총 3개의 카시트를 끼울 수 있다. 아이가 3명이 아닐지라도 가운데 카시트를 끼워두고 양쪽에 성인 남성이 탈 수 있으니 5인승으로도 충분하다. 혹은 덩치가 큰 유아용시트가 아닌 부스터 시트 정도라면 아이 두 명과 함께 엄마가 2열에 같이 앉을 수 있다. 한 번 더 단언컨대 이만한 크기에서 2열에 ISOFIX 3개를 지원하는 차는 없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 가운데 3개를 지원하는 차는 푸조의 구형 307SW,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 혼다의 2014년식 오딧세이, 파일럿 정도다. 국산차에는 2013년식 카니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

 이 차의 또 다른 매력은 핸들링과 승차감이다. 애초 덩치가 그리 크지 않아 운전은 수월하다. A필러의 시야도 시원하게 뚫려있고 후진할 때는 카메라를 보며 주행해도 편안하다. 또, 특이한 것은 핸들의 조향각이 일반적인 세단에 비해서 반바퀴정도 더 돌아간다. 마치 1톤 트럭과 비슷하다. 덕분에 유턴이 쉽다. 조금 넓은 왕복 2차선 도로면 갓길을 이용해 유턴을 한다. 국산 미니밴이 3개 차선을 모두 잡고도 전진과 후진을 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 독특한 모양의 기어노브. 처음에는 혹시 세게 조작하면 부러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하지만 간단하고 편리한 조작법이 손에 익으면 왜 기어노브가 그렇게 커야 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 계기반은 2개의 대형 LCD로 구성됐다. 먼 곳에는 속도, 엔진회전수, 오디오 등의 조작상태와 각종 경고등을 보여주는 메인 계기반을 장착했고 중앙에는 오디오와 국내에서 장착한 내비게이션 등 추가사항을 보여주는 계기반이 들어있다.
▲ 독특한 디자인의 계기반. 오른쪽 모서리를 타고 올라가는 선이 엔진회전수다. 중앙에 '0'이라는 숫자는 현재 속도다.
▲ 운전석과 조수석은 모두 팔걸이가 있다. 높이도 조절된다.
▲ 3열 좌석을 폴딩하면 전체가 트렁크 공간이다. 덮개를 별도로 마련해 시트는 보이지 않는다.
 

 달리기 시작하면 시트로엥의 진가가 나온다. 무게중심을 낮춘 EMP2 플랫폼은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준다. 독일차와 달리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구성이다. 독일과 비교해 노면이 그리 좋지 않은 우리나라나, 프랑스에서는 이런 차가 어울린다. 국도에서 70~80km/h로 달려보면 안락함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려면 그랜드 C4 피카소는 최적의 선택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18km/l를 넘나드는 연비는 어느 미니밴이나 MPV에서도 볼 수 없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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