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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상상을 현실로 이끈 기술, 렉서스 RC F 서킷 주행기

  • 기사입력 2015.06.05 09:53
  • 최종수정 2015.06.08 14:50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미래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렉서스의 시승행사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섞여있다.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용인 스피드웨이에 들어서면서 비현실적인 현실은 시작됐다. 렉서스는 진짜를 가짜처럼 만드는 기술과 가짜를 진짜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 무려 1억2000만원이나 하는 쿠페 RC F를 타보면 알 수 없는 경계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 렉서스 RC F의 서킷 주행
▲ 렉서스 RC F의 서킷 주행

 4일 아침 경기도 용인의 스피드웨이에 들어섰다. 시설보수를 이유로 문을 닫은 서킷. 그리고 이따금 시승행사나 폐쇄적인 이벤트에만 개방한 서킷이다. 이곳에서 정식 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서 제대로 랩타임을 겨뤄가며 달린 이들은 없다. 현실의 서킷인지 의심이 든다.

 이날의 시승은 아주 짧다. 길이 4km의 서킷을 RC F를 타고 3바퀴 돈다. 그것도 전문 드라이버가 가이드 하는 라인을 따라간다. 스핀의 아슬아슬한 위험 따위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 RC F의 운전석
▲ 권봄이 선수가 바른 운전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RC F의 운전석에 앉으니 화려한 계기반이 눈에 보인다. 온갖 정보가 다 들어있다. 그래도 중앙에는 엔진 회전수가 보인다. 그 원의 5시 방향에는 RC F에 적용한 토크백터링 기술 TVD의 작동 상태를 보여주는 아이콘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절반 크기의 속도계가 있다. 중앙의 계기반에 디지털로 속도가 나오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부분은 왼쪽이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 주행 모드가 표시되고 G값을 표시한다. RC F의 지향점은 단순하다. 극한의 운전 실력이 아니더라도 차는 극한까지 달릴 수 있다. 자동차가 컨트롤하는 즐거운 드라이빙을 추구한다. 운전자는 즐기면 된다.

 렉서스에 따르면 버킷타입의 시트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면서 튜닝했다. 풋레스트와 가속페달, 스티어링휠과 기어노브를 쥐는 운전자의 자세는 정확히 균형을 이룬다. 이날 시승 행사의 안전 규정상 헬멧을 쓰느라 천정에 머리가 닿는 것이 아쉬웠지만 일상적인 탑승 자세에서 시트는 낮고 편했다.

 이 차에는 공상과학같은 기술이 들어있다. 고성능 V8 엔진이 엣킨슨 방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흡기 밸브를 좀 더 오래 열어두어 연료효율을 높이는 것이고 현대차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만들면서 적용했던 그 방식이다. 고성능과 어울리지 않지만 타보면 어울린다. RC F는 크루즈 상태에서만 엣킨슨 사이클을 사용한다. 전자제어의 끝판 왕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 왼쪽 아래에는 G값을 보여주는 창도 있다.
▲ 주행 모드를 보여주는 RC F 전용 계기반. 게임기의 그것을 옮겨 놓은 듯하다.

 변속기는 8단 스포츠 다이렉트 시프트(SPDS)다. 수동변속 모드에서는 RPM이 레드존을 탁탁 치고 버틴다. 한계를 느껴보려면 이내 시프트업을 시도하는 말랑말랑한 방식과 다르다. 경험은 했지만 이해되지 않는 기능도 있다. 렉서스에 따르면 수동 모드에서는 클러치 없이 변속이 가능하도록 0.2초 만에 스로틀의 블리핑 제어 기능으로 기어를 맞춘다. 시승에서는 ‘무엇인가 변속은 빠른데 부드럽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이다.

 서킷을 3바퀴 돌며 라디오를 들었다. 렉서스는 오디오가 좋다는 생각에서다. 도저히 함께 존재하기 힘든 조합을 또 한 번 느꼈다. 직선 구간을 치고 나가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이 작동한다. 3000rpm에서는 낮고 깊은 소리가, 6000rpm에서는 스포츠카의 카랑카랑한 소리가 들린다. 렉서스는 저속에서는 200~400Hz로 고속에서는 400~900Hz로 소리를 튜닝 했다. 같은 순간 실내에서는 17개의 스피커를 가진 835W의 마크레빈슨 오디오를 통해 음악이 나온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서킷을 달리는 느낌은 비현실적이다.

▲ 렉서스의 주행모드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차종에따라)가 있다. 다이얼을 돌려 조작한다.
▲ RC F의 8기통 5.0리터 엔진
▲ 스포일러는 버튼을 눌러 수동으로 올릴 수 있다.
▲ 시속 80km/h 이상에서 스포일러가 자동으로 올라오고 40km/h 이하에서 다시 내려간다.

 서킷을 달리는 도중 일행 가운데 한 차가 코너에서 약한 스핀을 했다. 뒷바퀴가 밀려 나가는 모습이 거울을 통해 보인다. 일반적인 차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더욱이 차체자세제어장치를 켜 둔 상황이다. RC F는 어느 정도의 슬립은 이해해준다. 차체 역학 통합 제어(VDIM) 기능은 노멀, 스포츠, 스포츠+ 등의 모드에 따라 차의 성격을 바꾼다.

 아쉽게도 이 차는 한정판이다. 국내에는 15대만 배정됐다. 가격도 1억2000만원이다. 곳곳에 카본이 들어갔고 고성능 엔진과 첨단 제어장치를 고려해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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