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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트라제 16만대, 도로 위가 위험하다…단종 8년째 더욱 심각해진 부식 문제

인명사고 발생시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훼손 심각…대책 마련 시급

  • 기사입력 2015.05.19 22:07
  • 최종수정 2015.05.21 15:24
  • 기자명 신승영 기자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현대차 트라제XG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트라제XG의 심각한 부식 문제는 현재 고객의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트라제XG는 지난 1999년 시장에 첫 선을 보였으며, 2007년 그랜드 스타렉스 출시와 함께 단종됐다. 차량 판매가 중단된지 8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차량 결함과 관련된 각종 소비자 신고 및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 (좌측부터)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정보신고, YMCA 자동차안전센터,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험신고센터 페이지.

신고된 트라제XG의 부식 범위는 광범위하다. 기본 뼈대인 프레임과 차축,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트레일링 암 등 차량 하부 전반에 걸쳐 곳곳에 녹이 슬어있다. 또한 펜더와 사이드실, 측면 패널부, 그리고 트렁크 속까지 부식 범위는 확대된다.  
  
현대차도 트라제XG의 부식 문제를 인지하고 여러 차례 조치에 나섰다. 지난 2008년 쿼터패널의 실링 도포 미흡에 따른 무상수리와 2014년 트레일링 암 부식에 따른 무상수리를 각각 진행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대차의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는 것이다. 
  
지난해 트레일링 암 부식에 따른 무상수리의 경우 2004년 6월 이전 생산 모델만 적용된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험신고센터와 YMCA 자동차안전센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정보신고 등에는 2004년 6월 이후 생산 모델에 대한 불만 신고 접수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특히 트레일링 암 뿐만 아니라 프레임과 차축 모두 부식이 심각하다. 차체 근본인 프레임과 차량 무게를 지지하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차축에 녹이 슬어 트레일링 암 교체만으로는 사실상 소용이 없다. 
  
현대차 서비스센터는 프레임과 차축의 부식에 대해 무상수리 범위가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일부 정비사는 소유주에게 폐차를 권할 정도다. 트레일링 암 교환 작업 중 녹슨 프레임 일부가 파손된 사례도 신고됐다. 하체 부식이 심각해 해당 부위가 주저 앉거나 그로 인해 차량 좌우가 틀어진 사진도 접수됐다.
 
앞·뒤 펜더와 사이드실, 측면 패널도 마찬가지다. 안에서 올라온 녹과 기포로 도장은 부풀어 올랐으며, 부식이 심각한 부위는 손으로 힘 없이 뜯어진다.

▲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접수된 트라제XG 하체 부식 사진.

트라제XG 부식의 원인은 크게 3가지 구분된다. 
 
첫 번째는 부실한 기본 소재다. 트라제XG와 그랜저XG, 구형 싼타페 등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현대차 라인업은 부식 문제가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생산 판매된 르노삼성 SM5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수십 차례 이상 보도된 아연도금 강판의 적용 비용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차는 ‘2006년 말부터 쏘나타급 이상 차량에 대해 아연도금 강판 비율을 70% 이상 적용해 왔으며, 이후 차종을 확대해 2011년부터 승용차(RV 포함) 전 차종에 70% 이상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공식 발표 내용은 역설적으로 ‘2006년 이전 생산된 차량의 경우, 아연도금강판 적용 비율이 70% 이하였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트라제XG는 2007년 단종됐다.
   
두 번째는 생산 공정 불량이다. 트라제XG 부식 문제는 동시대 현대차 제품과 비교해도 유독 심각한 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08년 부식 발생 차량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트라제XG는 ‘도장 공정 중 실링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부주의로 방청제 도포 상태가 미흡하며, 미흡한 부분으로 수분이나 이물질이 침투해 발생한다’고 분석됐다.
  
당시 현대차는 한국소비자원의 보고서 및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무상수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같은 생산 공정 불량은 트라제XG 이후 또 다시 재현된다. 지난 2013년 ‘수타페’란 오명을 쓴 싼타페 누수 문제에 대해 현대차는 “차량 이음새 부위의 실리콘 처리와 고무 부품 조립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도장 및 실링, 언더코팅 등 최종 품질을 결정하는 생산 라인에서 실수가 잦았다.
  
세 번째는 차량 설계 및 구조적 결함이다. 
 
트라제XG 부식 문제는 연식에 구분없이 대부분의 차량에서 발견된다. 펜더 등 무상수리를 몇 차례 받은 차량에서도 다시 녹이 발생한다.
 
전문 정비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설계부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앞·뒤 펜더와 사이드실, 측면 패널 등 각 접합 부위의 마감 형태가 잘못되어 외부 수분이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더욱이 차량 내부로 들어온 물기를 배출하기 위한 배수 장치가 없다. 또한 방수 처리를 하지 않은 흡착음 및 충진재가 장시간 수분을 머금고 있어 차량 하부 전체로 빠르게 녹이 확대될 수 있다.

▲ 트라제 주행 광고 이미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운행 차종별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15만9천여대에 달하는 트라제XG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트라제XG 부식 문제은 단순한 품질 결함이 아니다. 프레임 등 주요 부위에 부식 관통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주행 중 제어가 안되거나 일부 부품이 부러질 경우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결함이다. 
 
자동차는 명시된 보증 기간만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폐차 직전까지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되야만 한다. 만약 부식으로 인한 부품 파손이 인명사고로 이어질 경우,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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