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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1위 복귀시킨 실력자 브리타 제에거 사장, 그 이후는?

  • 기사입력 2015.05.18 08:32
  • 최종수정 2015.05.19 17:37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지난 3월 벤츠 송파전시장에서 가진 ‘모바일키즈 드림 갤러리’ 오픈 행사에 참석한 브리타 제에거사장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의 브리타 제에거사장에게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디터 제체 다임러 벤츠 회장의 호출이 없었냐고 두 세 번 물은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제에거사장은 “아직은 한국에서 할 일이 많다. 한국을 떠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직 임기가 남은 브리타 제에거사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까닭은 디터 제체회장이 곁에서 도와 주기를 바란다는 정보가 간헐적으로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 행사장에서 만난 제에거사장은 “나도 본사 본귀설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지만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라며 “한국에서 고객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전달하고 새로운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라이벌 BMW를 압도적으로 앞서며 자신의 뜻을 펼쳐가던 그녀에게 지난 13일 느닺없이 인사 발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발령지는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가 아닌 터키였다. 그것도 상용부문 및 다임러그룹 총괄 대표였다.

터키는 상용차 제조공장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완성차만 가져다 판매하는 한국보다는 확실히 한 단계가 높은 곳이다.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인 성공적으로 이끈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3월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던 제에거사장은 불과 2년 반 만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

제에거 사장은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며, 흥미로운 시장이다. 지난 2년 반은 나의 경력에서 가장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그녀는 짧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 기억에 남을 많은 업적들을 쏟아 냈다. 고 토마스 우르바흐사장의 뒤를 이어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메르세데스 벤츠는 부동의 1위였던 BMW와 판매량에서 8천여대나 차이가 났었다.

현지사정 파악에 분주했던 2013년에는 8200여대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그해 가을에는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제에거사장은 좀처럼 초조해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메르세데스 벤츠에 있어 1등은 별 의미가 없다. 다만 한국 고객들에게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만 강조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에 사상 최고치인 42.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BMW(4만174대)와의 차이를 5천대 수준으로 좁히는데 성공했고 결국 올 1-4월에는 35% 증가한 1만5197대로 BMW를 약 1천400대 차이로 앞서며 판세를 뒤집었다.

브리타 제에거사장의 리더쉽은 판매량 뿐 만 아니라 수익성과 내실적인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빼어났다.

지난 2012년 메르세데스 벤츠는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고도 최대딜러인 한성자동차와 더 클래스효성이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판매 딜러들 간의 과도한 출혈경쟁이 주 원인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맹주인 한성자동차에 후발주자인 더 클래스 효성이 정면 도전에 나서면서 전국의 딜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량 늘리기에 나섰고 결국 딜러들 간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제에거사장 취임 이후부터는 딜러들 간의 악성 출혈경쟁이 일순간 사라졌고 동시에 신형 S클래스와 E. C클래스 등 경쟁력 있는 신 모델들이 집중 투입되면서 딜러들의 수익성도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BMW와 아우디 등 경쟁업체들의 20%에 달하는 파격 할인에도 불구, 메르세데스 벤츠 딜러들은 S클래스 등 주요 차종에 대한 정가 판매를 고수하면서 한성자동차는 500억원, 더 클래스효성은 200억원, 케이씨씨오토모빌은 1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BMW와 아우디 딜러들의 수익이 크게 줄고 적자폭이 커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제에거사장의 리더쉽 외에 강력한 제품 경쟁력도 한 몫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딜러들 간의 알력과 출혈경쟁을 억제시킨 것은 제에거 사장의 탁월한 리더쉽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이는 없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 중국법인에서 실력을 쌓아 온 최덕준부사장을 세일즈 총괄로 불러 들여 AS부문의 조규상 부사장과 함께 탄탄한 투톱 체제를 구축했고 사회공헌제도 정착으로 벤츠를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딜러들 사이에는 제에거사장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금까지 몇몇 법인장들이 본사에서 파견됐었지만 한국법인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고 판매도 좌지우지하는 한성자동차에 휘둘려 왔던 게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주력인 S클래스와 C클래스의 신차 효과가 끝나고 BMW 신형 5. 7시리즈와 아우디 A6 등 경쟁 신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메르세데스 벤츠가 1위를 고수해 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벤츠 딜러들이 프리미엄수입차시장을 휩쓸고 있는 할인판매의 유혹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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