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기차특집] BMW i3 vs. 닛산 리프, 제주도 시승기

  • 기사입력 2015.03.04 16:26
  • 최종수정 2015.03.06 13:54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제주=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갑작스런 제주도 출장이 잡혔다. 서둘러 비행기를 예약하고 닭장 같은 좁은 좌석에 앉아 제주도로 떠났다. 1박 2일간 전기차를 시승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수입 전기차로 경쟁을 벌이는 닛산 ‘리프’와 BMW ‘i3’다. 모두 서울에서 시승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예전 시승에는 이 차들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히 ‘전기차가 들어오고 조만간 팔릴 것이다’라는 내용만 있었다. 이번에는 판매량과 목적이 뚜렷하다. 제주도에서 3월 1515대의 전기차가 팔린다. 물론 미달이 될 경우는 예외지만 일단 정부와 제주도가 지원하는 전기차 지원사업 대상이 이 정도다. 단일 규모로는 엄청난 시장이다. 차 값도 대당 4000만원이니 약 600억원 규모의 시장이다.

▲ BMW i3(좌)와 닛산 리프(우)

 수입차는 이 가운데 얼마나 차지할까. 1515대 가운데 관용차와 화물차를 제외한 시장이 수입차의 타깃이다. 1400여대 남짓. 닛산은 작년 15대 판매의 10배를 목표로 했다. 150대. BMW는 올해 전기차 판매를 500대로 잡았다. 전기차 지원금의 절반이 제주도에 몰려있으니 산술적으로 약 250대는 팔아야 한다. 두 회사가 목표를 달성하면 판매량은 400대. 전기차 보급량의 37%다. 우리나라 수입차 점유율을 고려하면 두 배 넘는 비율이다. 과연 성공할까?

 먼저 시승한 차는 한국닛산이 수입해 판매하는 리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생산 이후 전 세계에서 15만대 이상 팔렸다. 일본과 미국이 중심이었고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도 판매했다. 우리나라에는 작년 상반기 전기차 보급사업에 참여해 연말에 제주도 지역에 15대를 판매했다.

▲ 닛산 리프
▲ 닛산 리프

 리프의 외형은 익숙하다. 2010년 판매를 시작했으니 당시에는 전기차가 익숙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개발 방향은 ‘가솔린차와 유사하게’였다. 그래서 해치백 형태의 차를 만들었고 전기차에서 큰 공간이 필요 없는 변속기 박스 같은 것들도 들어갔다. 쉽게말해 전기로 달릴 뿐 운전자는 일반 차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리프의 특징이다.

 이튿날 시승한 BMW의 i3는 이와 정반대다. 차의 모양은 물론 문 여는 방법, 기어노브의 위치, 내비게이션의 배치와 내장재의 재질까지 모두 새롭다. 기존 차에 익숙한 사용자를 고려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차는 이렇게 바뀐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래서 새롭고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편리하다.

▲ BMW i3
▲ BMW i3

 닛산 리프와 BMW i3는 주행에 큰 차이는 없지만 완전히 다른 차다. 제원표를 살펴보면 값은 BMW i3가 비싸다. 2가지 트림으로 나온 BMW i3는 5750만원과 6470만원이다. 닛산 리프는 5480만원이다. 주행거리는 상온에서는 132km로 동일하다. 저온에서는 리프가 85.5km로 약 10km 앞선다. i3가 배터리 출력이 작은 만큼 충전도 더 빨리된다. 또, 230kg 가벼워 리프보다 달리기 성능은 좋다. 배터리 보증기간은 i3가 8년 또는 10만km로 5년 또는 10만km의 리프에 비해 앞선다. 하지만 국산차의 10년 또는 16만km과 비교하면 둘 다 모자란 수준이다.

▲ 닛산 리프
▲ BMW i3

 운전석에 앉으면 리프는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핸들의 디자인은 닛산차 고유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왔다. 정면의 계기반은 2개로 나눠있다. 내비게이션과 공조, 오디오 버튼은 최대한 단순하게 배치했다. 전체적인 모습은 닛산의 소형차 ‘마치’와 ‘큐브’의 적절한 조합처럼 보인다. A필러는 두툼하지만 가로로 누워있어 시야는 좋다. 모터는 앞 보닛 아래에 들어있고 앞바퀴굴림방식이다. 감속기부터 구동축까지 앞에 쏠려있다. 배터리는 무게배분을 위해 차체 뒷부분 바닥에 깔려있다. 충전은 차량 전면 ‘닛산’로고를 열면 2가지 방식이 모두 들어있다. 충전 중에는 대시보드 상단에 파란색 불빛이 ‘도~미~쏠’들어온다. 순서대로 들어와 현재의 충전 상태를 알려준다.

 리프의 승차감은 일반 차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엔진 소리가 없어 조금 더 조용하다. 그러나 신호등 앞에 서서 대기하면 옆에 차의 소음이 들어오기 때문에 스스로 조용해봐야 별다른 혜택이 없다. 오히려 저속 주행에서는 소음이 없어 위험하다. 보행자는 뒤에서 차가 오는지 모르기 때문에 잘 비켜주지 않는다. 그래서 닛산 리프를 포함한 일본에서 출시한 전기차는 의무적으로 소음을 발생하는 장치를 추가한다.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다.

▲ BMW i3

 BMW i3의 실내에 들어오면, 아니 들어오기 전에 문을 열 때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든다. 질감이 기존 차와 전혀 다르다. 실내는 원목가구 느낌의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아주 단순한 조작 버튼만 센터페이시아에 넣었고 내비게이션과 계기반은 각각 별도의 네모난 스크린을 세워놔 해결했다. 덕분에 실내는 무척 넓어 보인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양쪽으로 열리는 ‘코치도어’다. 먼저 앞좌석 문을 열어야 뒷문을 연다. 앞뒷문 사이에 B필러는 없다. 대신 문이 닫히면서 기둥 역할을 한다. 직물 시트는 두께가 얇다. 하지만 큰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색다른 구성에 색다른 시도지만 실용성에서 일반차보다 더 편리하다고 말하긴 힘들다. 천정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각각 썬루프가 들어있다. 개방도 되고 틸팅도 된다. 미래영화의 한 장면에 나올 듯 한 이 차는 지금 제주도를 달리고 있다.

▲ 닛산 리프
▲ BMW i3

 주행성능은 닛산 리프와 BMW i3 모두 비슷하다. 특히 주행거리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두 차 모두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면 주행 가능거리가 크게 줄어든다. 130km쯤 남아있던 주행가능거리는 히터를 켜는 순한 80km대로 떨어졌다. 영상 2~3도의 추운 제주도 겨울날씨에서 두 차 모두 80km쯤 시승했다. 그래도 배터리는 많이 남았다.

 주행감성은 두 차가 다르다. 리프는 일반 가솔린 차와 동일하다. BMW i3는 가속페달이 2가지 역할을 한다. 밟으면 가속하고 발을 조금씩 떼면 감속한다. 가솔린차에서 관성으로 굴러가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잡는 느낌이다. BMW는 이를 ‘원페달방식’이라고 부른다. 익숙해지면 거리나 속도를 조절하기 편리하다. 그러나 리프와 같은 일반 차에 익숙하다면 며칠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기능과 사양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결국 선택은 가격과 브랜드가 결정한다. 리프가 값은 싸지만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BMW가 앞선다. i3가 편리한 신기능을 추가했다면 리프는 누구나 익숙하게 탈 수 있도록 배려했다.

▲ BMW i3
▲ 닛산 리프

 리프가 준중형 해치백 가솔린차와 승차감이 비슷하다면 i3는 조금 더 컨셉트카에 가깝다. 가볍고 작은 차를 전기모터의 토크로 스포티한 달리기를 할 수 있다. 

 만약,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이 차들을 타봐야한다. 익숙한 것이 좋은지 새로운 것이 좋은지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전기차는 가격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조금을 2200만원이나 지원해준다지만 어차피 차 값이 비싸다. 전기차 회사들은 보조금 지급 정도를 먼저 고려해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유리하거나 합리적인 가격 책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고려하면 1천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간다. 하지만 리프와 i3 모두 보조금을 받아도 3천만원 중후반. 어지간한 소형차 값정도 차이가 난다.

▲ BMW i3
▲ BMW i3
▲ 닛산 리프
▲ 닛산 리프

 미국에서는 기아 쏘울EV가 리프보다 비싸다. 풀어보면 가격 차이가 품질의 차이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닛산 리프도 미국에 비해 한국이 1300만원 정도 비싸다. BMW도 미국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다. 업계는 시장규모가 작아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같은 차를 두고 전 세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전기차의 가격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전기차 사이의 경쟁도 성능보다는 이미지, 품질보다는 브랜드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