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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글로벌 車 실적 기상도, 폭스바겐 ‘맑음’ 현대차 ‘흐림’ GM ‘태풍주의’

  • 기사입력 2014.08.08 15:47
  • 최종수정 2014.08.12 11:00
  • 기자명 신승영 기자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올 상반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상당수 업체들이 신차 판매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각 사별 주요 이슈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하반기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 폭스바겐 AG ‘쾌청한 맑음’

▲ 출처: 각 사별 IR 자료

 
올 상반기 폭스바겐 그룹은 전년동기대비 6.8% 증가한 520만7000대(상용차 포함·생산 523만4000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 그룹 판매를 견인한 곳은 단연 유럽(201만대)과 중국(181만대)이다. 단일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17.5%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안방인 유럽에서 7.1%의 견고한 판매증가률을 달성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중국에서 GM 제치고 9년 만에 시장 1위를 차지했다. 그 기세를 몰아 올해 GM과의 격차를 한층 벌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침체기에 머물렀던 유럽 시장도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부적으로 상반기 매출액은 988억800만 유로, 영업이익은 61억8600만 유로, 순이익은 57억1600만 유로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작년보다 0.1% 밖에 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7.0%와 19.3%씩 증가했다.(중국 합작사 실적 제외)
 

▲ 출처: 외환은행 제공 다음(daum) 금융

 
이는 유로화 강세의 부정적인 환율 효과와 신흥시장의 경기침체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다.
 
특히 수익성 측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상반기 영업이익율을 살펴보면 포르쉐 17.1%, 벤틀리 10.7%, 아우디 10.0% 등이 두 자릿수대 이상을 유지했다. 
  
여기에 저가브랜드인 스코다도 볼륨 확대 및 제품 믹스의 비용 개선 효과를 통해 영업이익율을 7.1%까지 끌어올렸다. 스카니아 등 상용차 사업부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3.5% 상승했다. 이외 파이낸셜 서비스 사업부의 영업이익도 11.5% 증가했다.
 
다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선행 투자와 유로화 강세 등 영향으로 폭스바겐 브랜드 영업이익율은 2.1%까지 떨어졌다. 
 
폭스바겐 그룹은 오는 2018년 세계 자동차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 신차 및 신기술 R&D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에서 현지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반기 떨어진 폭스바겐 브랜드의 영업이익율도 2018년까지 6%대를 확보하는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익성 개선 프로그램도 전개하고 있다. 
  
◆ 토요타 자동차 ‘장마 후 맑음’

▲ 출처: 각 사별 IR 자료

  
토요타 자동차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년동기대비 2.3% 증가한 457만3천대(생산 458만2천대)를 판매했다. 신차 판매 증가에 따라 매출액도 7.2% 상승한 12조9599억 엔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2% 감소한 1조1288억 엔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제자리걸음 수준인 8847억 엔이다. 
  
상반기 토요타 실적은 분기별 극과 극을 달렸다. 1월부터 3월까지 실적은 매출액이 대폭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 4월부터 6월까지 실적은 매출액 증가는 전년동기대비 2%대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배인 4%대를 달성했다. 

▲ 출처: 각 사별 IR 자료

 
올해 1~3월 매출이 증가한 것은 일본 내수의 영향이 크다.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2014년 세제개정대강’을 발표했다. 세제개편안에 따라 2014년 4월 이후 자동차 구매시 납부할 소비세 및 취득세(승용차 11%, 경차 10%)가 늘어났다. 때문에 세금 인상폭이 높은 경차를 중심으로 4월 이전 신차 주문이 밀려들었다. 
   
같은 기간 수익성이 하락한 것은 해외 판매 부진과 엔화 강세 때문이다.
  
해외 최대 시장인 미국은 1~2월 폭설 및 한파 영향으로 신차 판매가 둔화됐다. 날씨가 풀리며 미국 자동차 시장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GM·포드·크라이슬러 등의 공세에 밀려 3월 판매가 부진했다. 
  
또한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지속되던 엔저효과가 주춤했다. 엔화 약세 속에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했던 일본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2분기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시장 및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사상 최대 영업이익를 기록했다. 4월 이후 북미 판매가 정상화됐고, 그 동안 열세를 보인 유럽 시장에서 상승세를 탔다. 또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불거진 중국 내 반일감정도 진정되며 현지 판매가 오름세에 올랐다. 이외 환율도 달러당 100엔 초반대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 출처: 외환은행 제공 다음(daum) 금융

  
하반기 위협 요소는 환율과 신흥 시장. 토요타 내부에서도 엔저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신흥시장의 경기침체와 동남아시아 및 남미 지역에서 토요타의 시장지배력이 위협을 받고 있다.
 
◆ 현대차그룹 ‘구름 낀 흐림’

▲ 출처: 각 사별 IR 자료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249만5천대, 기아차 154만7천대 등 총 404만2천여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다소 부진했고 기아차가 내수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반적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고른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신차 판매 성적이 경영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신차 판매 증가와 제품 믹스 개선 등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이 일제히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IR 담당자들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원화 강세를 꼽았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인 투자자 유입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현대차그룹의 예상치인 1050원 이하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신흥시장 경기침체 등과 같은 대외적인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출처: 외환은행 제공 다음(daum) 금융

 
하지만 현대차의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은 61.5%에 달한다. 국내 생산 수출 물량은 25% 수준으로, 10원 단위 환율 변동에 수익성이 급감할 정도가 아니다. 앞서 폭스바겐 그룹도 유로화 강세 속에서 높은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물론 대외적으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도 있지만, 연 800만대 판매 달성을 목전에 둔 글로벌 기업이 실적 부진의 원인을 지나치게 외부환경에서 찾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14일 미국에서 와이어링 하네스(배선 부품) 조립 불량 문제로 2015년형 쏘나타 2138대 리콜을 발표했다. 같은 달 29일, 브레이크 캘리퍼 균열에 따른 안전 문제로 LF쏘나타 5650대 리콜을 진행했다. 하루 뒤인 30일 트랜스미션 쉬프트 케이블 결함으로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판매된 2011년-2014년형 쏘나타 88만3천대의 리콜을 발표했다. 8월1일에도 싼타페, 쏘나타, 베라크루즈 등 3개 차종 42만대 리콜를 실시했다.  
   
불과 한 달 사이 미국에서 130만대 이상의 품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강조해 온 ‘품질경영’이 무색하다. 지난 5일 정 회장은 15개월 만 미국 시장의 현장 점검에 나섰다.

▲ 출처: 각 사별 IR 자료

  
유럽은 신차 경쟁력 하락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신형 i10의 판매 성적이 기대 이하다. 유럽전략차종인 신형 i10은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터키 공장을 방문해 양산 과정을 점검하는 등 정성을 쏟았지만 현지에서 외면받고 있다. 
 
신형 i10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구형 i10은 유럽에서 ‘저렴하고 튼튼한 차’,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타면 탈수록 만족도가 올라간다’ 등 호평을 받았다.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가격경쟁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신형 i10은 생산지를 인도에서 터키로 이동하며 가장 중요한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상대적으로 폭스바겐 스코다와 르노 다시아 등 판매는 올해 평균 20~40%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컨드 브랜드를 중심으로 철저히 저가·소형차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만약 현대차가 ‘제값받기’와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i20 후속 모델까지 가격을 대폭 올린다면, 신형 i10과 같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생산설비 추가가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년 넘도록 추진한 충칭4공장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충칭시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합작기본협의서까지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현대차그룹 중국 사업을 총괄한 설영흥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이와 무방하지 않다.
  
지난달 중국 산둥성 칭다오와 텐진에 각각 신규 공장 건설을 발표한 폭스바겐과 확연히 대조를 이룬다.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차 공세가 거세다. 수입차 판매는 지난 7월까지 올해 1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기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외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 제너럴 모터스, ‘태풍주의보 발령’

▲ 출처: 각 사 IR 자료

 
제너럴 모터스(이하 GM)은 공식적으로 판매 및 생산 대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492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보도했다.
   
신차 판매 증가와 함께 매출액도 1.4% 증가한 770억5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수익성 측면에서 10억6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며,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77.9% 급감했다. 이는 GM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던 지난 2009년 하반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과거 GM은 제품경쟁력 부족, 높은 인건비, 방만한 경영 등의 축적된 내부 문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됐다. 
 
이번 위기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부터 방치된 점화스위치 결함 문제가 결국 발각된 것이다. 소비자 집단 소송은 물론, 국회와 정부가 직접 나섰다. 점화스위치 결함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와 에어백, 전기 계통 대한 결함 리콜까지 줄을 이으며 올해 리콜만 3천만대를 넘어섰다. 
   
GM은 리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분기 13억 달러를 지출한 데 이어 2분기 12억 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이와 별도로 사망 또는 피해자들에게 최소 4억 달러 이상 보상액이 전망된다.
  
이 같은 품질 문제는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중국 내 또 다른 문제는 생산 증설이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중앙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년만에 중국 시장 1위 자리를 빼앗긴 GM의 입장에서 답답할 따름이다. 
  
한편, 최근 해외사업총괄본부(GMIO)에서 중국 사업부를 별도 분리했다. 이는 중국 시장에 보다 집중하고, 동시에 잠재력 높은 동남아시아 및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 업체들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대대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이외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 댓가로 오펠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유럽 시장에 쏟아부은 투자금 회수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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