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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버스 운전기사, 해볼 만한 직업인가?

견습생기간, 공무원 준비기간보다 더 걸려
피크타임 떈 4~5시간동안 쉼없이 운전만

  • 기사입력 2016.06.26 15:21
  • 최종수정 2016.06.27 21:25
  • 기자명 김지윤 인턴기자
 

[오토데일리 김지윤 인턴기자] 지난해 서울 대중교통의 하루 평균 승객은 1,114만 명, 연간으로는 40억 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인 579만 명(52.0%)이 버스를 이용한다.

그 버스를 운행하는 운전기사들 간에도 보이지 않는 급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 있다. 급에 따라 회사들의 처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스기사들은 급이 다르다고 해도 버스회사 내에서의 대우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조금 더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버스 운전기사를 선택했으나 현실은 실망감으로 돌아온다고 버스기사들은 토로한다.

직접 버스기사들을 만나 그들의 현실을 들어봤다.   

◆힘든 3년을 버텨도 나아진 게 없다.

‘마을 버스 기사 구함. 3년 운행 후 100% 서울시내버스 취업가능’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문구를 통해 우리는 한 번쯤 버스기사 선발과정에 의문을 가져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내 버스기사가 되기 위해선 사고 없이 3년 동안 마을버스를 운행해야 한다. 이는 공무원 7급 시험 준비 평균 기간인 2~3년과 맞먹는다. 

3년이라는 경력이 필요한 것은 대부분의 서울 시내버스는 마을버스 크기보다 크고 노선길이가 길어 상대적으로 승객 수가 많기 때문이다.

또, 저상버스나 장애우 버스로 운행되는 노선이 있기 때문에 숙련된 운전기사가 필요하다. 때문에 아무리 대형차나 트럭 운전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마을버스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첫 3년 동안 무사고로 운행을 했다고 해서 서울시내 버스를 운행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 회사기준에 따른 시험과 견습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취직이 가능하다.

3년 운행 후 한 달 동안 견습기간을 진행하는데, 버스 운행 시 버스간의 시간 간격, 정차 시 정류장의 거리 간격, 승객에 대한 서비스 등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평가 결과가 낮을 시에는 한 달 무급으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견습생으로 들어온 기사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불평 없이 운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 시내 버스 실습생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남)는 ‘처자식 볼 낯짝이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내가 버스 운전을 하기 전에는 대형 트럭을 몰았는데.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버스기사 됐는데 너무 힘들다”며 “3년 동안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일했을 때 한 탕이라도 더 뛰라고 점심에 겨우 김밥 한 줄 줘. 이게 말이 돼?!”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힘들게 3년을 일하고 현재 한 달 동안 무급으로 견습을 하고 있는데 취직이 쉽지 않다”면서 “회사는 어떻게든 공짜로 부려 먹으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기사들 '건의해도 똑같아” VS 서울시 “충분한 협상으로 해결"

버스기사들에게는 이른바 ‘탕수제’라는 것이 적용된다. '탕수제'는 한 버스기사가 하룻동안 주어진 횟수를 채우는 것이다.

서울 시내 버스 기사들은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하루 평균 5회씩 운행을 한다.이를 반드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차고지에 도착하자 마자 곧 바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한 버스기사가 작성한 기록표에는 6월17일 17시 34분에 차고지에 도착했지만 하루 탕수를 맞추기 위해 35분에 출발한 기록이 있다.

즉, 기록표에 시간을 기록하자 마자 다시 출발을 한 셈이다. 

특히 사람들이 붐비는 목, 금, 토요일에는 4~5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운행하기 일쑤다.

운전 기사들은 회사에 개선을 건의를 해도 비용적인 문제로 해결책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말한다.

예비기사 수가 넉넉해야 주5일 근무가 가능한데 회사는 예산이 없다며 예비기사를 안 뽑는다는 것이다. 

또, 젊은 친구들은 자기 스케쥴 아니면 회사에 안 나올려고 하니, 나이 많은 기사들이 대신 땜방을 해야 한다며 불금에는 차도 많이 막히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니 운행시간이 길어져 화장실도 못가고 운전하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버스 담당자는 ‘충분한 협상을 통해 문제를 고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업체들의 하루 운행 횟수 선정기준은 하루 운행시간, 요일별 운행시간 등을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면서 “현재 꾸준히 업데이트 해 노선 선정 및 8시간 근무. 한 시간 휴식을 정례화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로 상황 상 일정이 빡빡할 때도 있지만 없을 때도 있어 여유로울 땐 못 쉬었던 시간 만큼 조절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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