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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車, 디자인 전쟁 돌입…토요타 디자인도 카이젠·중국 세계 탑 디자이너 영입

  • 기사입력 2013.02.28 11:49
  • 기자명 이상원


[오토데일리 이상원 기자] 지난 1월 현대자동차그룹이 디자인부문에서 새로운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6년부터 7년째 기아차 디자인을 지휘해 왔던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BMW 출신의 크리스토퍼 채퍼먼 미국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를, 기아차는 폭스바겐 아우디의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축으로 디자인 차별화를 꾀해 왔으며 양사 모두 탁월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려 왔다.
 
육각그릴과 화려한 선으로 대변되는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쳐'와 호랑이 마스크와 직선의 단순화를 추구한 기아차 디자인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모든 부품의 공유에도 불구,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현대·기아차 모두 한계에 부딪히면서 방향성을 잡지 못해왔다. 이런 와중에서 현대차그룹은 슈라이어 사장에게 또 한번 배팅을 시도했다.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담당직을 신설하고,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양사 디자인 부문을 조율토록 했다.

슈라이어 사장으로 하여금 현대·기아차의 장기적인 디자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토록 하고 각 사의 브랜드 방향성에 맞춰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처’, 기아차의 ‘직선의 단순화’ 등 디자인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는 전략이다.
 
키드니 그릴의 BMW 신화를 만든 크리스 뱅글로부터 영입 제안을 거절당한 현대차로서는 어쩔 수 없는 대안이다. 
 
하지만 이미 기아차 디자인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슈라이어 사장이 라인업이 거의 비슷한 양사 디자인을 어떻게 차별화해 나갈 것인지가 과제가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토요타도 이른바 '디자인 카이젠'에 나서고 있다.
 
토요타자동차의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지난 2011년 간토자동차공업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던 후쿠이치 도쿠오 상무(61)를 본사 디자인 본부장으로 발령했다.
 
그는 1980년대 일본의 미니밴 붐을 일으킨 '에스티마(프레비아)'를 직접 디자인한 인물로, 토요타유럽 수석디자이너 등을 거쳤다.
 
아키오 사장은 후쿠이치 상무에게 토요타 디자인을 완전히 뜯어고쳐 멋지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후쿠이치 디자인 본부장은 아키오사장에게 시원하고 간단한 디자인이 핵심이라며 미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디자인 카이젠'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는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각자의 개성을 갖고 판매 볼륨을 높여가고 있고 현대차, 포드 등은 높은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 연료 효율성 무기로 토요타를 압박하고 있다며 토요타는 다른 방법 즉, 디자인 개선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요타는 지금까지 생산에서는 카이젠이 있었지만 디자인에는 카이젠이 없었다는 것.
 
전통적으로 전반적인 품질 내구성으로 승부를 걸어온 토요타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전환이다. 이를 위해 사장 직속으로 디자인위원회(design-by-committee)를 신설했고 디자인 평가를 위해 100명의 패널들이 참여했다.
 
30여명의 토요타 경영진은 나고야 근처에 있는 본사 디자인 타워에서 최종 의사 결정에만 참여하고 있다.
 
후쿠이치 본부장은 앞으로 더 이상 민주적 디자인 결정은 없다고 선언했다. 즉, 디자인위원회는 임원들로부터 의견은 듣지만 더 이상 결정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
 
이 같은 결정은 지금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최종 단계에서는 토요타 디자인이 가장 평범하고 밋밋하게 결정되는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탄생된 작품들이 지난해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스핀들 그릴의 렉서스 제품들과 지난 달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된 코롤라 차세대 모델이다.
 
현재 자동차 디자인은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고 일본과 한국 메이커들이 이를 뒤쫓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제품에 철저히 반영 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만 한국과 일본 메이커들은 여전히 최고 경영진의 간섭이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키오 사장은 후쿠이치 본부장에게 보다 독자적인 결정권을 주고 개성있고 차별화된 디자인 제품을 개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자동차업체들을 뒤쫓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디자인 혁신도 만만찮다.
 
지난 26일, 중국의 대표적인 토종 기업인 체리(Chery)자동차는 독일 포르쉐 디자이너 하칸 사라코글루(Hakan Saracoglu)를 스카웃했다.
 
그는 터키 태생으로 포드유럽의 퀼른 디자인센터에서 푸마, 포커스, 몬데오를 디자인했고 포르쉐로 옮긴 뒤 이전세대 복스터와 카이맨, 918 스파이더 외관을 직접 디자인했다.
 
그는 체리의 디자인팀에서 30여명의 디자이너를 거느리고 차세대 체리자동차를 디자인하게 된다.
 
또한 지리자동차도 포드 출신 볼보 디자인 디렉터를 수석디자이너로 스카웃한 바 있다. 
 
다른 중국 자동차업체인 쿼로스는 미니 디자이너였던 게르트 폴커 힐데브란트를 영입했고 베이징기차는 페라리 디자이너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를 스카웃하는 등 중국업체들이 세계 정상급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거액에 데려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자동차업체들의 상용차를 포함한 해외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서고 있어 머지 않아 중국메이커가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일본 메이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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