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승기] ‘깜찍하고 힘있는 SUV’ 트랙스, 마음에 들지만 가격이 부담

  • 기사입력 2013.02.21 17:06
  • 기자명 이상원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한국지엠이 새로운 소형 SUV 트랙스를 20일 발표했다. 이 차는 오는 25일부터 본격적인 국내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트랙스는 소형 SUV지만 기존의 가장 작은 국산 소형 SUV인 현대차 투싼iX나 기아 스포티, 쌍용 코란도C, 그리고 수입 SUV 중 가장 작은 아우디 Q3보다 더 작은 SUV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아 왔다.
 
일반적으로 국산차의 경우,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면 나머지 3사가 따라가는 형국이었지만 이번에는 GM(제너럴모터스)이 선공을 했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대응도 주목거리다.
 
트랙스는 굳이 분류하자면 '미니 SUV' 세그먼트로 내년 말에 나올 쌍용차 X100(개발코드명)과 비슷한 사이즈다.
 
때문에 내년부터는 미니 SUV가 기존 투싼이나 스포티지, 코란도C 등 2.0 SUV가 장악하고 있던 소형 SUV시장을 대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한국지엠이 이번에 내놓은 트랙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해외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는 모델로, GM의 이른바 ‘G-SUV’ 중의 하나다.
 
G(Gamma)-SUV는 쉐보레의 소형세단 아베오가 사용하고 있는 감마(Gamma)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한 GM의 글로벌 소형 SUV 삼총사 쉐보레 트랙스, 오펠 모카, 뷰익 앙코르를 지칭한다.
 
이들 3개 SUV는 같은 플랫폼(뼈대)과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을 사용하지만 겉모양과 브랜드가 달라 모두 비슷한 시장에서 다른 차종으로 팔리고 있다.
 
쉐보레 트랙스와 오펠 모카, 뷰익 앙코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지엠 부평1공장에서 생산을 개시, 유럽과 북미지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용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오펠 모카는 당초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었으나, 이 공장이 폐쇄되면서 지난해 6월부터 부평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 무려 1만1천여대가 유럽으로 공급됐다. 
 
또, 지난해 10월부터는 같은 라인에서 GM의 고급차 브랜드인 뷰익 앙코르라는 이름으로 생산,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되고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는 쉐보레 트랙스라는 이름으로 생산을 개시, 캐나다와 유럽으로 수출을 개시했다.
 
트랙스는 처음 접해보면 깜찍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우람한 체격이나 직선적인 성격이 깅한 기존 SUV들에 비해 크기도 작고 부드러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SUV인 투싼이나 싼타페와 나란히 세워 놓게 되면 트랙스는 어른과 아이 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제원을 보면 길이는 4245mm로 4410mm의 투싼이나 4385mm의 Q3보다 165mm와 140mm가 짧다.
넓이도 1670mm로 투싼보다 150mm, Q3보다 161mm가 좁다. 휠베이스도 2555mm로 85mm, 48mm가 짧다.
 
다만, 높이는 1775mm로 160mm 가량이 높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다소 껑충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쉐보레의 중형 SUV 캡티바처럼 큰 마스크(2단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와 높고 평평한 후드가 쉐보레 SUV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4등식 할로겐 램프와 상하로 구분된 라디에이터그릴, 대형 안개등이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측면은 보다 스포티한 면이 강조됐다. 휠하우징 라인이 벨트라인 아래까지 높아지면서 한층 강인하고 스포티해 보인다.
 
뒷면은 상당히 세련되고 안정된 모습이다. 뭔가 무족한 면을 크롬바로 감추는 대신 보디 일체형으로 처리한 점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표현이다.
 
휠 하우징 라인을 타고 안정감있게 배치된 리어 콤비램프와 아래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블랙톤의 범퍼가 세련미와 안정감을 더했다.
 
너무 과하지 않은 측면 캐릭터라인과 적당한 볼륨감도 균형미를 잘 살렸다.
 
트렁크공간은 아무래도 넓이 때문에 한계가 있다. 골프채 등 긴 물건을 싣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2열시트를 접어서 사용한다는 그다지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는 작은 차체 때문에 실내 공간이 비좁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막상 타보니 운전석, 동반자석, 뒷좌석 어느 곳에서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뒷좌석의 레그룸(다리 공간)도 충분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인스트루먼트 판넬이나 천정 마감재, 그리고 일부 플라스틱 재질들은 아베오나 크루즈 등과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대에 비해서는 수준이 낮아 보인다.
 
BOSE제 사운드와 스티치(바느질)가 들어간 가죽 시트 최고급 모델인 LTZ에만 적용되며  하위 트림에는 일반 오디오와 직물 시트가 적용된다.
 
센터페시아는 심플하면서 일목요연하게 배치됐다. 공조시스템과 오디오 스위치, 내비게이션, 그리고 상단에는 스마트폰 박스가 위치, 간단하게 기기 조작을 할 수가 있다.
 
특히, 센터페시아 상단의 소형 수납함, USB와 AUX단자가 장착된 보조석의 듀얼 글로브 박스, 센터 스택(Center stack) 양 옆의 수납공간, 1.5리터 페트병을 넣을 수 있는 도어 수납 공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4개의 컵홀더와 2열 시트 암레스트의 컵홀더 등 실내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센터 클러스터도 색다른 느낌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살린 미터 클러스터는 차량 속도를 디지털 게이지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트랙스에도 쉐보레 마이링크(MyLink)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이는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것으로, 전화통화, 음악감상, 브링고(BringGo) 내비게이션, 인터넷 라디오 어플리케이션 스티처(Stitcher), 튠인(TuneIn) 등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 적용된다.
 
시트는 운전석은 전동조절식이지만 동반석은 수동식이다. 브레이크도 풋 브레이크 대신 핸드브레이크를 적용했다.
 
트랙스에는 국산차로서는 처음으로 1.4터보 가솔린엔진이 적용됐다. 최대 출력은 140마력, 최대토크는 20.4kg.m, 공차 무게는 1370kg,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2.2km다.
 
2.0 디젤 SUV의 184마력, 40.0kg.m, 연비 13.4km, 공차중량 1515kg보다 출력이나 토크는 낮지만 대신 무게가 훨씬 덜 나간다.
 
제원만으로 보면 낮은 배기량 때문에 속도가 날까 싶지만 실제는 기대 이상이다.
 
시동을 걸자 묵직한 터보 엔진음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자연흡기방식에 비해 훨씬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
 
출발도 부드럽다.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망설이지 않는 모습이 제법 맘에 든다. 트랙스에는 한국지엠이 최근 내놓은 젠2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이는 이전 세대에 비해 변속반응이 훨씬 빨라진 것으로, 이미 말리부나 캡티바에서 장착되고 있으며 일자형 쉬프트에 수동시에는 노브 옆 버튼을 이용해 단수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변속 간격은 4단 70km, 5단 90km, 6단 120km로 다소 촘촘하게 세팅시켰다. 연비보다는 드라이빙의 재미에 더 무게를 뒀다.
 
때문에 변속도 상당히 빠르고 부드럽다. 그런데 시속 150km에 이르자 가끔씩 변속 타이밍이 늦어지기 시작한다.
 
젠2에서도 변속 타이밍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생각이다.
 
스티어링 감은 중형 세단 만큼이나 부드럽다. 주요 타깃층 중의 하나인 젊은 여성들을 배려한 듯하다.
 
주행 정숙성은 가솔린엔진이기 때문에 디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탁월하다. 풍절음이나 로드 노이즈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에서의 주행안정감이나 코너링시에는 아무래도 약점을 노출한다. 작은 차체에 높은 차고 때문에 급 코너링시에는 안정감이 떨어진다.
 
서스펜션을 전륜에 맥퍼슨을, 후륜에 토션빔을 사용한 점도 안정감 저하의 한 원인이 아닐까?
 
서스펜션의 세팅은 너무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드럽지 않은 적당한 수준이다.
 
트랙스의 70km 구간에서의 실제 연비는 리터당 10.9km 정도로 공인연비와는 1.3km 정도의 차이가 났다.
 
트랙스는 처음 시도되는 미니 SUV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격수준이 가장 민감하다.
공식 가격은 1940만원부터 2289만원 사이로, 주력 모델은 2190만원의 LT 디럭스 모델이다.
하지만 실제 구입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기본모델인 LS에는 EPS, 속도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ESC,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TPMS, 6개의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지만 썬루프(60만원)와 후방카메라가 포함된 마이링크(55만원)을 장착하게 되면 2055만원에 달한다.
 
또 주력인 LT 디럭스도 이들 옵션이 추가되면 구입가격이 23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윗그레이드인 2.0 투싼iX나 스포티지 주력모델과 비슷한 가격대다.
 
트랙스를 기다린 소비자들은 2.0 디젤 SUV보다 200만원 가량 낮은 수준을 기대했는데 조금은 실망스런 모습이다.
 
한국지엠이 목표로 잡고 있는 월 1000대 이상 달성이 가능할 지 지켜 볼 일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