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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韓·中 FTA에 대한 자동차업계의 고민, 중국산 수입차 공세 우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태년 이사

  • 기사입력 2012.07.12 16:23
  • 기자명 이상원


한·중 FTA가 지난 5월 개시되면서 공식 협상에 들어갔다.
 
5월 첫 협상에서 협상세부원칙(TOR)에 대해 양국이 합의하였는데 지금까지 체결한 FTA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소위 ‘포괄적 FTA’ ‘민감분야 고려’ 등 원칙은 밝혔지만 구체성이 없고 막연한 방향성만을 제시하고 있어 한국 자동차업계로서는 한·중 FTA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가 크다.

그 기대되는 바는 중국의 막대한 시장성이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세계 자동차수요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10년 만에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되었다. 작년에는 무려 1천806만대가 판매, 미국과 EU를 훨씬 앞질렀다.
 
J.D.Power의 전망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에 3천만대, 2025년에는 3천500만대의 자동차 수요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과 EU시장을 합한 규모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중국이 결코 만만한 FTA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에는 VW, GM, 토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기업들이 모두 현지생산을 하고 있고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중국 토종 자동차기업체 수도 100개가 넘는데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나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BYD와 같은 토종기업들은 이미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의욕적인 투자로 인해 중국은 이미 과잉공급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말 중국은 이미 600만대의 과잉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30% 이상 성장하던 중국시장이 금년에는 5% 이하로 성장세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향후 중국경제가 경착륙을 거듭, 내수가 크게 위축될 경우 중국에 이웃하고 있는 한국은 1차 공략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체리, 길리, 장성, BYD 등 주요 토종기업들의 역량과 기술력도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어 우리의 위협이 되고 있다.
 
전통 내연기관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기업들은 해외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법으로 기술을 흡입하고 있다. 쌍용차가 그랬고, 2006년에는 상하이기차가 인수한 영국 로버가 그렇다.
 
 2010년에는 길리기차가 스웨덴 볼보를 사들였다. 작년에는 사브가 중국에 매각될 뻔 했으나 기술유출을 우려한 GM의 반대로 무산된 바도 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외국의 유수 부품업체들도 속속 중국기업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국 토종기업들은 “Going Global”을 외치며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선진국 업체들의 손길이 뜸한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현지투자와 수출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 수출은 금년에 120만대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중국은 우리와 이웃한 엄청난 시장이 아니라 거대한 위협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FTA가 체결되면 우선은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현지생산 차들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고, 뒤를 이어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차도 국내 들어올 수 있다.
 
우리 승용차시장은 40%가 경소형차이지만 중국은 70%가 경소형차이다. 이들 차량들의 가격은 대략 30% 이상 싼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비시장경제국인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원가는 알 수 없다.
 
이미 다수의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조용히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토요타 같은 외국기업도 최근 한.중 FTA가 이루어지면 중국 현지생산 하이브리드카를 한국으로 들여 올 것이라고 천명한 바도 있다. 가히 위협적이다.

한편, 우리업체들은 지금까지 중국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판매를 확대해 왔다.
 
현대자동차는 북경에 3개의 공장을 가동하면서 생산능력 100만대를 보유하고 있고, 기아자동차는 강소성에 4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2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GM은 상해기차에 부품세트(CKD)를 수출하여 현지 조립생산하고 있다. 르노삼성과 쌍용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작년 우리업계의 대중국 자동차 수출실적은 대부분 현지생산하지 않는 대형세단과 SUV 위주로 13만대 수준이었다.
 
거대 중국시장에 비해 우리의 수출이 미미한 것은 현지생산하지 않고는 중국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러한 전략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동차 수입관세율은 25%로 직수출로는 현지에서 경쟁할 수 없는 수준이다. 
 
비관세장벽은 주로 투자제한과 까다로운 인증절차, 지적재산권 침해 등이 있다.
 
현재 중국은 자동차산업발전정책에 의거 완성차의 경우 외국업체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며, 기업의 상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공장신설이나 신규사업 진출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관세의 경우에는 FTA를 통해 협상이 될 수 있을 것이나 비관세장벽에 대한 협상은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한·중 FTA는 2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1단계에서는 상호 민감품목과 모델리티(Modality)를 논의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 5월 협상개시 선언 후 중국의 천더밍 상무부장은 자동차를 민감품목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협상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나폴레옹은 일찍이 “중국이 움직이면 세상이 움직인다(When China moves, she will move the world)”고 했다. 한·중 FTA 협상에서도 우리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협상력을 충분히 발휘해 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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